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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경 Jan 07. 2020

대당사각형

정언 논리 #2

오늘은 특별히 이 분들을 모셨습니다. 이유가 다 있습니다. 일단 대당사각형에 대해 알아보시죠.


대당사각형

정확히는 몰라도 어디선가 본 적은 있는 것 같은 대당사각형

대당사각형square of opposition은 정언 문장들의 관계를 나타려고 아리스토텔레스가 고안한 니다.


모순contradiction 관계를 갖는 문장들은 항상 다른 진리값을 같습니다. 서로가 서로의 부정문인 셈이죠. [A]모든 까마귀가 검은데 [O]어떤 까마귀는 검지 않을 수가 없겠죠. 마찬가지로 [E]모든 인간이 불로장생을 할 수 없다면 [I]어떤 인간이 불로장생을 한다는 것 역시 말이 되지 않습니다.


반대contrary 관계는 함께 거짓이 될 순 있어도 함께 참이 될 수는 없는 문장들 사이에 성립합니다. [A]모든 철학자는 천재라는 말과 [E]모든 철학자는 천재가 아니라는 말이 모두 참일 수는 없는 것 같죠? 하지만 두 문장이 모두 거짓이 되는 건 가능합니다. 어떤 철학자는 천재고, 또 어떤 철학자는 천재가 아닐 수도 있는 거니까요.


소반대subcontrary 관계에 있는 문장은 거꾸로 함께 참이 될 순 있어도 함께 거짓이 될 수는 없어요. [I]어떤 동물은 귀엽다는 문장과 [O]어떤 동물은 귀엽지 않다는 문장은 모두 참이 될 수 있습니다. 세상에는 귀여운 동물도 있고, 그렇지 않은 동물도 있으니까요. 그러나 두 문장이 모두 거짓일 수는 없어 보여요. 세상 그 어떤 동물도 귀엽지 않되, 적어도 한 마리쯤은 귀여울 수가 있을까요?


대소subalternation 관계는 비대칭적이에요. 양방향으로 성립하지 않습니다. A문장이 참일 땐 I문장도 반드시 참입니다. [A]모든 반지가 비싸다면 적어도 [I]어떤 반지는 비싸겠죠. E문장이 참인 경우에도 반드시 O문장이 참이 돼요. [E]모든 사람이 기계가 아니라면 [O]어떤 사람은 기계가 아니듯이.

반대로 I문장이 거짓이라면 A문장도 거짓이고, O문장이 거짓인 때에도 E문장은 거짓이 됩니다. [I]어떤 반지도 비싸지 않다면 [A]모든 반지가 비싸다는 말은 거짓말이겠죠. 알고 보니 [O]어떤 사람이 기계라면 [E]모든 사람이 기계가 아니란 말도 틀리게 됩니다.


실컷 설명하고 이런 말 해서 죄송합니다만,
대당사각형은 그냥 잊어주세요
여길 바라보세요


정언 문장에 대한 현대적 해석


대당사각형을 인정하는 이른바 전통적 해석에 따르면 정언 문장은 그 주어 집합이 공집합일 땐 절대 참이 될 수 없습니다. 주어 집합에 뭐라도 하나 있어야 참이 될 수 있는 거죠.

가령 "모든 용은 동물이다"라는 A문장은 전통적 해석에 따를 경우 거짓으로 보아야 합니다. 세상에 용은 없으니까요. 존재하지도 않는 것에 대해서 이러쿵저러쿵 떠들어봤자 다 거짓이라는 겁니다.


하지만 정언 문장에 대한 현대적 해석은 문장이 참이 되기 위해 주어 집합이 공집합이 아닐 것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가령 A문장은 주어 집합에는 속하되 술어 집합에는 속하지 않는 원소가 하나도 없다는 조건만 충족한다면 참이 됩니다. 주어 집합과 술어 집합의 관계가 중요할 뿐, 주어 집합이 공집합인지 아닌지는 무관한 거예요.


현대적 해석에 따르면 정언 문장은 이들 벤 다이어그램에 나타난 조건만 충족시키면 참이 됩니다

말하자면 전통적 해석은 위 A문장을 기실 "용이 존재하는데(!) 그 용은 모두 동물이다"로 읽습니다. 주어의 존재를 상정하는 거죠. 반면 현대적 해석은 같은 문장을 이렇게 읽습니다. "용이 실제로 있든 없든 그건 모르겠고(!) 용이 존재한다면 모두 동물일 것이다."

어떤가요? 이 세계엔 용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모든 용은 동물"이라는 말을 참으로 받아들이는 게 직관적으로도 그렇게 이상한가? 그렇진 않죠?


대당사각형


현대적 해석을 채택한다면 대당사각형은 무너집니다. 대당사각형이 설명하는 관계들이 대부분 성립하지 않거든요.


반대 관계를 맺는 A문장과 E문장은 사실 동시에 참이 될 수 있습니다. 두 문장의 진리 조건을 나타내는 벤 다이어그램을 겹쳐 보면 쉽게 알 수 있어요. 주어 집합(F)가 공집합이면 됩니다. 세상엔 용이 없죠? 그러니까 [A]모든 용은 동물이라는 말과 [E]모든 용은 동물이 아니라는 말 모두 참이 된다는 거예요.

이들 문장은 세계에 존재하는 용이 모두 동물이거나 모두 동물이 아니어야 참이 될 수 있어요. 그런데 애초에 용이 0마리네요? 그래서 그중 0마리가 모두 동물이라고 말해도 틀리지 않고, 0마리가 모두 동물이 아니라고 말해도 틀리지 않습니다.


소반대 관계도 성립하지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주어 집합(F)의 원소가 하나도 없다면 I문장과 O문장은 모두 거짓이 되거든요. [I]어떤 용은 동물이라는 말은 용이기도 하고, 동물이기도 한 어떤 것이 존재한다는 의미입니다. 용들의 집합과 동물들의 집합이 이루는 교집합에 원소가 적어도 하나는 있어야만 이 문장이 참이 되니까요. 그런데 애초에 용이 존재하지 않으니 I문장은 거짓이에요. 다른 한편으로 [O]어떤 용은 동물이 아니라는 말은 진리 조건에 따라 용이지만 동물은 아닌 어떤 것이 존재한다는 의미가 됩니다. 역시 애초에 용이 존재하지 않으니 거짓이 되죠.


대소 관계 역시 무너집니다. 역시나 주어 집합(F)가 공집합이라면 A문장은 참일지라도 I문장이 거짓일 수 있습니다. 이때 [A]모든 용은 동물이라는 말은 참이 되고, [I]어떤 용은 동물이라는 말은 거짓이 된다는 걸 확인했죠? 또 [E]모든 용은 동물이 아니라는 말이 참일 때도 [O]어떤 용은 동물이 아니라는 말은 거짓이 될 수 있음을 살펴봤습니다.

 

하지만 단 하나, 모순 관계는 현대적 관계에서도 성립합니다. 진리 조건 벤 다이어그램에 따르면 A문장이 참이 되기 위해선 특정 영역에 원소가 있어서는 안 돼요. 그런데 O문장이 참이 되려면 바로 그 영역에 원소가 최소 하나는 있어야 합니다. 이건 E문장과 I문장에게도 마찬가지죠.

이것만은 현대적 해석에서도 성립합니다
그래서 남은 것은? 대당X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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