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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경 Jan 23. 2020

정언적 삼단논증

정언 논리 #4

정언적 삼단논증?


삼단논증syllogism 뭐 대단한 게 아니에요. 그냥 문장 3개로 구성된 논증이 삼단논증이에요. 그중 2개는 전제가 되고, 나머지 1개는 결론이 되겠죠.  문장들이 정언 문장일 때 논증은 정언적 삼단논증이 됩니다.

[소전제] 모든 고래는 포유류다
[대전제] 모든 포유류는 물고기가 아니다
∴ 모든 고래는 물고기가 아니다


대개념, 소개념, 매개념


정언적 삼단논증엔 '고래', '포유류', '물고기' - 이렇게 3가지 개념term이 등장합니다.

결론의  자리에 오는 개념을 각각 개념minor term(=)과 개념major term(=고기)이라고 부르고요. 이들 개념을 포함하는 전제를 전제minor premise전제major premise라고 부릅니다. 그 외에 두 전제에 모두 등장하는 다른 개념을 매개념middle term(=포유류)이라고 해요.

대개념-대전제와 소개념-소전제는 그 이름에서 오는 인상과는 달리 크고 작음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정언 논증의 격식


정언적 삼단논증은 그 전제에 나타나는 개념들의 위치에 떠라 네 가지 figure으로 나뉘게 됩니다.

대개념과 소개념, 매개념을 각각 P와 S, M으로 나타낼게요. 술어를 뜻하는 predicate과 주어를 뜻하는 subject에서 따온 것이에요. 매개념은 middle에서 온 것이고요.

전제의 순서는 바뀌어도 무방합니다

또 정언 문장은 네 가지 종류로 나타납니다. A, E, I, O 이렇게요. 전제와 결론이 모두 세 문장이니 64가지 조합이 나오겠네요. 이 조합을 mood이라고 해요.


이렇게 정언적 삼단논증의 격과 식을 모두 고려하면 총 256가지 조합이 나오게 됩니다. 그리고 이걸 "식-격"으로 표현하죠. AEI-1, IOE-3 이런 식으로요.


타당한 정언 논증


256개에 이르는 정언적 삼단논증 형식 중 타당한 것은 불과 15개입니다. 바른말하며 살기가 이렇게나 어렵습니다, 여러분. 그 타당한 논증의 격식은 이래요.

타당한 정언적 삼단논증의 격식, 기억력이 좋다면 그냥 외우는 것도 괜찮습니다(…)

타당한 정언 논증은 몇 가지 수험생 꿀팁 특징을 가지고 있어요.


[1-A] 전제가 둘 다 부정문(=E문장 혹은 O문장)인 경우는 없습니다. 두 전제 중 적어도 하나는 긍정문(=A문장 혹은 I문장)이어야 한다는 거죠.

[1-B] 전제 중 어느 하나라도 부정문이면 결론도 반드시 부정문입니다. 거꾸로 말하자면 결론이 긍정문일 땐 전제 역시 둘 다 긍정문입니다.


그래서

모든 성인은 어린이가 아니다
어떤 학생은 어린이가 아니다
∴ 어떤 성인은 학생이 아니다
모든 고양이는 귀엽다
어떤 귀여운 것은 생선을 좋아하지 않는다
∴ 어떤 고양이는 생선을 좋아한다

이런 논증들은 그냥 믿고 거르시면 됩니다. 타당하지 않아요.


이와 유사하게

[2-A] 전제가 둘 다 특칭문(=I문장 혹은 O문장)인 경우도 없습니다. 전제는 최소 하나의 전칭문(=A문장 혹은 E문장)을 포함해야 해요.

[2-B] 전제에 특칭문이 단 하나라도 섞여 들면 결론도 특칭문이 됩니다. 역시 거꾸로 결론이 전칭문이라면 전제는 모두 전칭문이죠.


마찬가지로

어떤 사람은 악하다
어떤 사람은 강하다
∴ 어떤 약한 것은 강하다
어떤 동물은 포유류다
모든 조류는 동물이다
∴ 모든 포유류는 조류다

이런 논증들 역시 믿거 타당하지 않죠.



벤 다이어그램을 활용한 타당성 검사


타당한 정언 논증 형식을 그냥 외우는 것도 방법이에요. 하지만 그러지 않아도 정언적 삼단논증이 타당한지 확인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논증이 타당하다는 건 전제가 모두 참일 때 결론 역시 필연적으로 참이 된다는 말이죠. 따라서 전제의 진리 조건을 벤 다이어그램에 표시하고 나면, 결론의 진리 조건도 벤 다이어그램에 표시되는지를 확인하면 됩니다. 만약 그렇다면 타당성이 확인되는 거겠죠.


예를 들어

모든 철학자는 진지하다
어떤 사람은 진지하지 않다
∴ 어떤 사람은 철학자가 아니다

이 논증은

모든 F는 G다
어떤 H는 G가 아니다
∴ 어떤 H는 F가 아니다

라는 AOO-2 격식을 갖추고 있는데요. 벤 다이어그램으로 타당성을 확인해봅시다.


먼저 두 전제들의 진리 조건을 나타냅니다.

첫 번째 전제A문장이니까 이에 맞게 표시를 하는 겁니다. 집합 F 영역 중 집합 G와 겹치지 않는 부분에 (원소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표시로) 빗금을 칠하는 거죠.

두 번째 전제 I문장이 집합 H에는 속하되 집합 G에는 속하지 않는 영역에 (원소가 최소 1개 있어야 한다는 표시로) 동그라미를 그립니다. 그런데 동그라미를 그려 넣어야 할 곳이 두 영역으로 나누어져 있으므로 두 영역의 경계선에 동그라미를 그려줄게요. 그 경계선을 공유하고 있는  영역 모두(=집합 F와 집합 H)에 걸쳐서 최소 1개의 원소가 있음을 나타내야 하니까요.

그럼 이런 그림이 나옵니다.


이제 이 벤 다이어그램에 결론의 진리 조건이 이미 반영되어 있는지 확인하면 돼요. 합 H에는 속하되 집합 F에는 속하지 않는 원소가 최소 하나 있으면 되겠죠?

벤 다이어그램엔 이미 집합 H 내에 원소가 있어야 한다는 동그라미 표시가 있습니다. 동그라미가 걸쳐진 2개 구역 중 적어도 어느 하나엔 원소가 최소 하나 있는 거죠.

그런데 빗금이 치어진 구역엔 원소가 있을 수 없습니다. 그러니 원소는 해당 2개 구역 중 빗금이 치어지지 않는 구역에 존재할 겁니다. H에는 속하지만, F에는 속하지 않는 그곳. 이 논증은 타당합니다.


그럼 이건 어떨까요?

모든 논리학자는 똑똑하다
어떤 철학자는 똑똑하다
∴ 어떤 철학자는 논리학자다

이 논증은 AII-2 격식으로

모든 F는 G다
어떤 H는 G다
∴ 어떤 H는 F다

로 형식화할 수 있어요.


먼저 전제의 진리 조건을 벤 다이어그에 표시합니다.

첫 번째 전제는 A문장이니 집합 F에는 속하되 집합 G엔 속하지 않는 영역에 빗금을 쳐야 하죠. 그곳엔 원소가 들어가면 안 되니까요.

또 두 번째 전제는 I문장이니 집합 H와 집합 G의 교집합이 원소를 최소 1개 가져야 합니다. 그 영역에 동그라미를 그려요. 이번에도 동그라미가 그 영역을 가로지르는 경계선에 걸치도록 합니다. 그 경계선을 기준으로 어느 쪽에 원소가 들어가든 상관이 없으니까요. (물론 양쪽 모두에 원소가 있어도 괜찮고요.)

자, 그럼 결론의 진리 조건이 이미 표시되어 있을까요? 결론의 진리 조건을 나타내려면 집합 F와 집합 H의 교집합에 동그라미를 그려야 합니다. 거기에 원소가 적어도 하나는 들어가야 하니까요.

그런데 이 조건은 표시되어 있지 않습니다.

만약 원소가 딱 하나 존재하는데, 하필이면 그게 집합 G와 집합 H의 교집합에는 존재하되 집합 F에는 속하지 않는다면? 그럼 그 원소는 집합 F와 집합 H의 교집합에는 있을 수가 없을 겁니다. 결론도 참이 될 수가 없고요. 전제가 모두 참이더라 말이죠.

전제가 참일 때 결론도 반드시 참이어야만 그 논증이 타당합니다. 전제가  참일 때 결론이 거짓일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열려 있다면 그 논증은 타당하지 않죠. 그러니 이 논증은 타당하다고 볼 수가 없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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