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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경 Feb 05. 2020

열린 문장과 양화사

술어 논리 #2

열린 문장


술어 논리 체계에서 문장은 술어와 상항을 결합하여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술어에 호응할 수 있는 건 상항뿐만이 아니에요. 변항variable 역시 술어와 함께 문장을 구성할 수 있어요. 변항은 상항과 달리 지칭하는 대상이 확정되지 않은 자유로운(?) 영혼을 가졌습니다. 수학에서와 마찬가지로 알파벳 소문자 x, y, z 등으로 나타내죠.

F: -는 외계인이다
G: -는 효과가 있다
H: -는 배신자다

술어를 이렇게 둘 경우 Fx는 "x는 외계인이다"가 되고, ~Gy는 "y는 효과가 없다"가 되죠. 그런데 이들 문장은 그 속에 품고 있는 변항은 아직 그 어떤 것도 지칭하지 않기 때문에 진리값을 가질 수가 없습니다. 이런 문장을 열린 문장open sentence 혹은 formula이라 불러요.


이 열린 문장이 진리값을 가질 수 있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변항을 상항으로 치환하면 되겠죠?

a: 타노스
b: 고무고무 열매
c: 엘사

Fa는 "타노스는 외계인이다"가 되어 참이고, ~Gb는 "고무고무 열매는 효과가 없다"가 되어 거짓이죠.


하지만 술어에 대응하는 표현이 꼭 특정한 대상을 가리키지 않더라도 문장이 진리값을 갖도록 할 방법은 있습니다. 바로 변항의 범위를 제한하면 겁니다.

가령 "x+1>4"라는 열린 문장(=식)은 그 자체로 진리값을 갖진 않죠? 하지만 x가 (정확히 얼마인지는 몰라도) 3을 초과한다는 사실만 주어진다면 충분히 이 문장은 진리값을 가질 수 있습니다. 이 경우엔 참이겠죠.

술어 논리 체계엔 이렇게 변항의 범위를 정해주는 양화사quantifier라는 게 있습니다.


양화사


양화사는 두 가지로 나뉘어요. 보편 양화사universal quantifier존재 양화사existential quantifier가 있죠.


 보편 양화사는 변항과 결합함으로써 (특정 범위 내에서) 모든 것이 그 변항에 해당함을 나타냅니다. 그래서 그 기호도 모든 것을 의미하는 영단어 "All"의 첫 글자를 거꾸로 뒤집은 ∀가 되었죠.

사용할 때는 보편 양화사 기호 ∀와 이로써 그 범위를 제한하고자 하는 변항을 함께 쓰게 됩니다.


가령 "x는 외계인이다"라는 문장 Fx 앞에 ∀x를 붙임으로써 모든 것이 x의 자리에 들어갈 수 있음을, 그러니까 x는 무엇이든 될 수 있음을 나타내는 거죠.


(∀x)Fx


이렇게요. 이는 "모든 x에 대하여, x는 외계인이다For every x, x is alien"라는 의미가 됩니다. 한마디로 "모든 것이 외계인이다"라는 거죠. 물론 이 문장은 거짓입니다. 고등어가 외계인은 아니죠.

때론 보편 양화사 기호를 생략하고 "(x)Fx"와 같이 쓰기도 합니다. 참고하세요!



 존재 양화사 결합한 변항에 대응하는 것이 적어도 하나는 존재함을 나타냅니다. (특정 범위 안에서) 정확히 무엇인지는 몰라도 어느 것 하나 정도는 그 변항의 자리에 갈 수 있음을 의미하는 거죠.

그 기호는 존재를 뜻하는 영단어 "Existence"의 첫 글자를 거꾸로 뒤집은 ∃에요. 사용법은 보편 양화사와 동일합니다. 다만, 존재 양화사 기호는 보편 양화사 기호처럼 생략하지 않습니다.


(∃y)Hy


이는 "어떤 y에 대하여, y는 배신자다For some y, y is a betrayer"라는 의미가 됩니다. 즉 "어떤 것이 배신자다" 혹은 "배신자는 존재한다"는 의미죠. 누군진 몰라도 하여간 배신자가 있기는 있다는 겁니다.


이렇게 양화사에 의해 그 범위가 제한된 변항을 속박 변항bound variable이라고 부릅니다. (양화사가 붙기 전에는 자유 변항free variable이라고 하고요.)

그러니까 문장은 변항을 포함하고 있더라도 그 변항이 모두 속박 변항일 때에는 진리값을 갖게 됩니다. 더 이상 열린 문장이 아니게 되는 거죠. 말하자면 양화사는 열린 문장을 닫는(!) 일을 하는 거예요.


"카메라도 안 되고, 약도 안 되고. 이 안에 배신자가 있다, 이게 내 결론이다"
a: 카메라
b: 약

이젠 이런 문장도 술어 논리 체계에서 다룰 수 있게 됩니다.


(~Ga&~Gb)→(∃x)Hx


네, 이게 바로 곽철용의 결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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