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언 논리 체계에서 문장은 아래와 같이 네 가지로 분류됩니다. 덕분에 문장의 다양성이 주목을 받을 수 있게 되죠.
하지만 이들 문장에 연결사를 붙이는 등 명제 논리 체계와 술어 논리 체계에선 가능한 작업들이 정언 논리 체계에선 불가능해요.
그럼 이 문장들을 술어 논리 체계에 담아낼 수 있도록 번역(?)을 할 순 없을까요? 있습니다. A, E, I, O - 이 네 가지 정언 문장들은 모두 술어 문장화할 수 있어요.
F: -는 인간이다 G: -는 색맹이다
A문장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색맹이라는 의미죠. 그게 무엇이든 일단 인간이기만 하면 곧 색맹이기도 하다는 것이죠. 그래서 이 문장은 (∀x)(Fx→Gx)로 나타낼 수 있습니다. 변항 x 자리에 무엇이 오든 상관없이 "x가 사람이면 x는 색맹이다"라는 열린 문장은 참이 될 것이란 말입니다. 모든 게 x가 될 수 있는 거죠
E문장은 반대로 인간이라면 모두 색맹이 아니라 말합니다. 무엇이든 간에 사람인 것은 모르긴 몰라도 결코 색맹은 아닐 거란 거죠. 이 문장은 (∀x)(Fx→~Gx)로 쓸 수 있습니다. x 대신 무엇을 넣더라도 열린 문장 Fx→~Gx이 참이 될 거란 의미니까요.
그럼 I문장과 O문장은 어떨까요? 모든 것에 대한 진술을 담는 A문장과 E문장을 번역할 때 모두 보편 양화사가 쓰이죠. 그럼 I문장과 O문장을 번역할 땐 보편 양화사 대신 존재 양화사를 쓰기만 하면 되는 걸까요? I문장은 (∃x)(Fx→Gx)로, 그리고 O문장은 (∃x)(Fx→~Gx)로? 꽤 그럴 듯 하긴 합니다. 그럼 "어떤 인간이 색맹"이라는 말은 정말로 "어떤 x에 대하여, x가 사람이면 x는 색맹"이라는 말과 같을까요?
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문장 (∃x)(Fx→Gx)는 색맹이 전혀 없는 세계에서도 얼마든지 참이 될 수 있거든요.
문장 (∃x)(Fx→Gx)가 참이란 말은 곧 열린 조건문 Fx→Gx를 참으로 만들어주는 x가 최소 1개 존재한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조건문은 그 전건이 거짓이기만 하면 참이 돼요. 가령 x 자리에 "그루트"가 온다면 어떨까요?
a: 그루트
그루트는 인간이 아니죠? 그러니 이때 조건문 Fa→Ga는 참이 됩니다. 어? 그럼 열린 조건문 Fx→Gx를 참으로 만들어주는 x가 존재하는 것이겠군요? 이 세계에 그루트가 존재한다면 문장 (∃x)(Fx→Gx)는 참이 됩니다. 어느 누구도 색맹이 아닌 세계에서도 말이죠.
사실 문장 (∃x)(Fx→Gx)는 너무 쉽게 참이 돼요. 사람이 아닌 것이 하나라도 존재하면 되는 거니까요. 사람이 아닌 게 얼마나 많습니까? 책상, 양파, 염화나트륨, 화성, 털, 독일어 등등… 이런 것들이 존재하는 한 색맹인 인간이 단 하나도 없을지라도 (∃x)(Fx→Gx)는 참일 거예요.
그러니 "모든 인간은 색맹이다"라는 I문장은 (∃x)(Fx→Gx)와 같은 것일 수 없습니다.
I문장은 사람인 동시에 동물인 것이 존재한다는 의미로 읽어야 합니다. 따라서 (∃x)(Fx&Gx)로 기호화할 수 있어요.
반면, 어떤 사람은 동물이 아니라는 O문장은 사람이되 동물이 아닌 것이 존재한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x)(Fx&~Gx)로 표현할 수 있죠.
이 벤 다이어그램을 보면 정언 문장을 양화 문장으로 올바르게 번역하는 법이 보다 분명하게 알 수 있습니다
이제 네 가지 정언 문장은 술어 논리 체계로 들어왔습니다.
술어 논리 체계로 들어온 정언 문장들
이렇게 볼 때 명제 논리 체계와 정언 논리 체계를 공부한 것은 모두 술어 논리 체계로 들어오기 위한 사전 작업(?)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실제로 명제 논리 체계와 정언 논리 체계를 통해 다룰 수 있는 모든 문장과 논증은 술어 논리 체계로 다룰 수 있습니다. 술어 논리 체계는 다른 둘을 아우르는 확장판(!)인 셈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