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 화려함과 소소함

2019년 10월 27일 밤

by 졸팍

근사한 출장이었습니다. 묵었던 호텔은 잘 모르긴 해도 별이 여러 개 붙어있을 것 같습니다. 값진 재료들로 준비된 음식을 대접받았습니다. 거래처의 초대를 받아 참석한 연회는 서구식이었습니다. 잘 차려입은 신사 숙녀들이 한 손에 몸이 긴 유리잔을 들고 정해진 자리 없이 돌아다니며 사교 활동을 하는데, 어설픈 나는 낯선 문화에 당황한 것을 숨기려 애써야 했습니다.


이런 화려한 경험들은 무척 자극적이었습니다. 아마 돈이 많이 드는 일들이어서 그런듯합니다. 내가 많은 비용을 들일만한 중요한 사람이라는 느낌, 혹은 상류계층에 편입된 것 같은 착각이 들어서요. 그러나 이 자극은 마치 솜사탕과 같아서, 달콤했으나 순식간에 사라져버렸습니다. 귀한 대우를 받은 것은 회사의 대리인이지 내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좋은 걸 좋게 넘기지 못하는 까탈스러운 성격 탓입니다.

출장을 다녀온 지 한 주가 지난 지금도 온기가 남아 있는 기억은, 같이 갔던 과장님과 처음으로 나눈 사적이고 내밀한 대화, 현지인 친구와 오랜만에 만나 그간 있었던 일들을 나눈 시간, 교환 학생 시절을 되짚으며 돌아본 캠퍼스의 풍경입니다. 모두 자연인으로서의 내가 경험한 소소한 일들입니다.

고급스럽고 대단한 것들이 무용하다고 말하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해야겠습니다. 이번의 좋은 호텔과 식장, 연회 등은 소중한 사람들과 다시 찾고 싶을 정도입니다. 다만 그것이 나 그 자체의 모습일 때, 그리고 차곡차곡 쌓여있는 소소한 일상의 행복 위에 장식처럼 더해진 것일 때 비로소 따뜻한 기억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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