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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호진 Dec 28. 2019

2019년 다양한 곳에 점을 찍으며 사람을 만나다

회사 밖 사람들과 많은 것을 함께 해 봤습니다.

2019년을 정리하는 두번째 글입니다. 지난 글에 이어 이번에는 2019년 제가 만난 사람에 대해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https://brunch.co.kr/@tham2000/148



 2005년 스탠포드 대학에서 스타브잡스가 한 연설문을 올해 우연히 다시 읽게 되었다. “Stay hungry, Stay foolish” 라는 명언을 남긴 이 연설문에서, 다양한 경험에 대해 강조한 대목이 특히 내게 와 닿았다.


스티브잡스는 대학 입학 후 6개월만에, 대학을 다닐만한 가치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결국 자퇴를 결심했고, 흥미없는 필수과목 대신 흥미로워보이는 수업을 들으며 시간을 보냈다. 물론 돈이 없어 힘든 시기를 보내야 했지만 그때 호기심과 직관에 끌려 했던 다양한 경험이 자신의 인생에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그 예가 바로 서체수업이었다. 우연히 들었던 그 수업은 10년뒤 그가 매킨토시 PC를 만드는데 활용되기도 했다. 그는 다양한 곳에 점(dots)을 찍으며 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비록 미래를 내다보며 점을 찍을 수는 없지만, 지금의 점을 찍는 것이 미래에 연결된다는 것을 믿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간 많이 들어왔던 점(dots)에 대한 이야기가 어쩌면 이 이야기에서부터 비롯된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마흔을 앞둔 시점에서야 다양한 곳에 점을 찍기 시작한 내가 한편으로는 아쉽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감사하기도 했다. 조금 더 젊었을 때 이 맛을 알았으면 좋았을텐데라는 생각도 드는 것도 사실이었지만 지금이라도 이런 경험의 소중함을 알게 되어서 다행이란 생각도 들었다.

 2019년 다양한 경험을 하며 점을 찍은 나는 그 속에서 다양한 사람 점도 찍을 수 있었다. 우물안 개구리가 회사 밖을 나와서도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것도 다양한 사람들이 나에게 손을 뻗어 주었기 때문에 가능할 수 있었다. 물론 모든 순간이 좋았던 것도 아니고, 사람들 때문에 힘들었던 적도 있었지만 새로운 사람들을 알게 되고 그들과 교류하는 것은 나에게 큰 자극이 되었다. 덕분에 내가 좀 더 풍족해질 수 있었다.



삼인행필유아사언 (三人行必有我師焉)


 올 한해 정말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14년동안 회사 생활을 하면서 만난 사람보다 훨씬 많은 수의 사람들을 만났다. 그 속에서 다양한 인생의 스승을 만날 수 있었다. 닮고 싶은 사람들도 있었고, 반면교사의 가르침을 준 사람들도 있었다. 나이가 많고 적음을 떠나 학벌이 좋고 안좋고를 떠나 그리고 지금 무엇을 하는지와 상관없이 한사람 한사람이 나에게 가르침을 준 한 해였다. 논어에 나오는 삼인이 지나가면    명의 스승이 있다는 (삼인행필유아사언) 나에게  들어맞는  해였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스승은 책을 쓴 작가들이었다. 책을 쓰고 싶다는 바람이었는지 독서를 많이 하게 되어서였는지 아니면 시간이 많아져서였는지 올 해 여기저기 다니며 책을 쓴 작가를 다양한 곳에서 직접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책 밖의 세상에서 그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나에게 연예인을 보는 듯한 설렘을 주었다. 그들의 이야기가 좀 더 생생하게 와 닿았다. 한 편의 책을 낸 사람들은 확실히 달랐다. 그 책의 판매량과 상관없이 책을 내고 자기만의 이야기를 엮어낸 사람들의 인사이트는 나를 깨우기에 충분했다. 그들을 보며 책을 내고 싶다는 바람을 더욱 강하게 갖게 되기도 했다. 책을 낸다는 것이 사람을 더욱 단단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그들을 만나며 알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작가는, 누구 하나를 꼽으라면 다른 분들께서 서운해 하실 것 같아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역시나 김민식 피디님이셨다. 올해 유독 김민식 피디님의 강의를 많이 듣게 되었다. 다행히도 매번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셨고 들을 때마다 그의 이야기 보따리에 한참 웃으며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물론 묵직한 한 방도 있었고.

 그의 강의를 듣다보니 어느새 그처럼 긍정적이며 인생을 즐기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이 오십이 넘어서도 즐겁게 현업으로서 사는 그의 얼굴을 보면서 나이가 들수록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이 어떤 뜻인지 알 수 있었다.


 책을 쓴 작가가 아니더라도 나에게 가르침을 주는 사람들은 정말 많았다. 나는 그들과 대화를 나누며 열정과 긍정의 에너지를 느낄 수 있었다. 그들이 건네준 조언이 2019년 나에게는 큰 거름이 되기도 했다. 바라는 것 없이 나에게 자신의 가치를 퍼주는 그들을 보면서 진정한 기버(Giver)가 어떤 사람인지 그리고 내가 어떻게 사람들에게 베풀어야 하는지 배울 수 있었다.  배울  있는 사람이 주변에 많다는 것은 내게  행운이었다.



혼자 가면 빨리 가지만 함께 하면 멀리간다.


 2019년은 도전의 한 해였다. 지난 브런치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나는 올해 다양한 도전을 했다. 도전을 할 때마다 두려움이 나의 온 몸을 감쌌지만 다행히 두려움이란 것에 대해 내성을 갖게 되었고 더 자주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갖게 되었다. 도전을 하면서 수많은 가치도 얻기도 했고.

 올 해 다양한 도전을 할 수 있었던 것에 가장 큰 힘이 된 것은 도전 과정에서 만난 동료들이었다. 나와 함께 도전하는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이 내게 큰 힘이 되었다. 그들의 응원에 없던 에너지를 다시 쥐어 짤 수 있었고, 그들과 함께 한다는 생각에 어깨가 가벼워지기도 했다. 아프리카의 속담 "혼자가면 빨리 가지만 함께 하면 멀리간다"라는 말을 여러 번 느낄 수 있는 한 해였다. 외롭지 않은 한 해를 보낼 수 있어 다행이었다.


 2019년 나와 함께 했던 사람 중 대표적인 분들이 바로 "자기혁명캠프"의 동기들이었다. 엄청난 에너지를 쏟았던 자기계발 프로그램인 자기혁명캠프를 통해 나는 많은 것을 얻었지만 그 속에서 가장 크게 다가온 것은 바로 사람이었다. 지난 1년동안 나는 새롭게 만난 "동기"들과 함께 달리고, 글쓰고, 독서토론을 하면서 연초에 쏟았던 에너지를 연중내내 끌고 갈 수 있었다. 각자의 배경도 다르고 처한 상황도 다르고 또 이루고자 하는 목표도 달랐지만 함께 자기를 깨는 도전을 하며 서로 기댈 수 있었다. 많은 것을 주지 않더라도 레이스에 함께한다는 것으로 큰 힘이 되는 사람들이었다.

 동병상련의 정을 느끼기도 했다. 우연히 알게 된, 잠시 직장에서 벗어나 있는 남성들이 바로 그들이었다. 그들은 다들 각자의 사정이 있었다. 번아웃이 와서 우을증을 경험한 사람도, 큰 시련을 보고 다시 재기를 꿈꾸는 사람도 있었다. 정기적으로 만나며 서로를 토닥여주는 것으로도 큰 힘이 되었다. 이제는 복직을 한 사람들이 대부분이어서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 그들과 2019년을 함께 할 수 있어 감사한 한 해였다.



나를 멘토라 부르는 사람이 있다.


 얼마 전 남성 휴직자 모임을 통해 알게 된 분과 강남역에서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눌 일이 있었다. 그에게 내가 추천한 책이 그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함께 만나서 책 이야기를 나누자고 했고, 만나서 이런 저런 책담을 나눴다. 나보다 연배가 높은 분이었지만 그 분은 나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어주셨다. 그리고 이야기가 끝날 때쯤 나를 "멘토"로 생각한다는 고백을 들을 수 있었다.

 나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으로부터 그런 이야기를 들으니 왠지 모를 부담감부터 들었다. 내가 그런 깜냥이 되나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러면서도 고마웠다. 나이가 어린 사람으로부터 배우려고 하는 그의 자세가 멋져보였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어깨에 힘이 들어가기도 했다. 우쭐거리는 그런 마음은 "단연코" 아니었다. (강조하는 걸 보니 그런 마음이 있었는지도 모르겠지만..) 어깨에 들어간 힘은 책임감이었다. 그렇게 말해 준 그분에게 더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실망시켜 드리지 않고 싶었다.

 

 올해 습관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글쓰기 강의를 (비록 몇 명 안들었지만) 진행하면서 나에게 리더라고 불러주고 선생님이라고 불러주는 사람들도 생겼다. 물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불러주는 호칭이었지만 회사에서 한 번도 리더로서, 또는 조직의 장으로서 경험이 없던 내게는 새로운 경험의 시간이었다. 그리고 타이틀이 주는 부담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부담은 나에게 부정적인 것보다 긍정적인 것으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내가 대단한 사람이 아니어도, 소소하게나마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되기도 했다.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느끼는 요즘이다. 그리고 좀 더 진실하게, 좀 더 겸손하게 그들에게 다가가기 위해서 더 열심히 나를 갈고 닦아야 한다는 것을 아는 요즘이다. 누군가가 나에게 불러주는 호칭에 맞는 그런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만들었던 2019년이었다.



 

 2016년 11월, 실리콘 밸리에서 스타트업 대표를 만났다. 그리고 그 분 덕분에 우물안 개구리였던 나는 처음으로 회사 밖 사람들과 교류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움추려든 나를 발견하고 좌절하기도 했다. 회사 밖에 있는 멋진 사람들을 보면서 그들이 대단해 보이기도 했지만 나는 왜 이모양 이꼴로 살고 있을까 자괴감을 느끼기도 했다. 내 삶에 균열이 생긴 순간이었다. 그 때부터 회사 밖에서 나의 경험의 점을 찍기 시작했다.


 그리고 2019년 휴직에 이르게 되었다. 그렇게 처음으로 찍었던 점은 점점 더 다양한 곳에서 나의 발자취를 남기게 만들었다. 덕분에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그 속에서 멘토를 만나고, 동료를 만나고, 나를 멘토라 부르는 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참 감사한 한 해였다. 덕분에 내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겠다는 그림을 그릴 수 있는 한 해이기도 했다.


 좀 더 예쁜 사람으로 거듭나고 싶다. 누군가의 아픔을 공감하고, 또 도움이 되고 진심을 담아 응원하는 예쁜 마음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다. 예쁜 글과 예쁜 말로서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 속에서 내 얼굴에 책임을 지는 마흔이 되고 싶다.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으로 살고 싶다. 그리고 그런 가치를 알게 해 준 서른아홉에 만난 사람들이 참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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