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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호진 Jan 27. 2020

버킷리스트 워크샵은 나를 알아가는 시간이다.

버킷리스트 워크샵을 운영하며 알게된 사실

버킷리스트 100개의 의미


2018년 지인의 추천으로, 버킷리스트 100개를 만들었다. 100가지 원하는 것을 리스트로 만드는 일은 꽤나 힘들었다. 하지만 다 만들고 그것을 찬찬히 들여다보면서 재미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내가 진짜 좋아하는 것,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100가지 리스트 중에 회사와 관련된 것이 없다는 사실이 나를 슬프게 했지만, 회사 밖에서 이것 저것 해보고 싶은 욕망을 알게 된 것은 큰 수확이었다. 덕분에 휴직을 선택하기도 했고..


3년째 버킷리스트 100개를 만들다보니 버킷리스트의 추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첫 해 버킷리스트를 만들 때 주요 축은 가족이었다. 가족들과 함께 하고픈 일이 많았다. 하지만 올해의 주요 축은 글쓰기와 달리기였다. 가족도 물론 중요하지만 나의 성취가 더 중요하게 여겨졌다. 3년 사이 내가 많이 변했던 것처럼 내가 원하는 바도 많이 변해 있었다.


100개의 버킷리스트 중, 일상의 사소하고 구체적인 것들도 포함된다는 점도 큰 의미였다. 아내의 생일에 미역국을 끓여주고, 퇴사한 선배와 점심 한끼를 먹는 것도 나의 버킷리스트였다. 너무 하찮은 것이라 크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들이 100개의 리스트를 채워가는 과정에서 하나 둘 나왔다. 굳이 꼭 대단한 목표를 성취하는 것이 아니어도 그런 것들이 나의 한 해를 "잘" 살아가는 것에 필요한 것이라는 사실을 버킷리스트를 채워가는 과정에서 알 수 있기도 했다.


관련한 이야기는 신문에 실리기도 했다.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잘 정리된 버킷리스트의 이야기를 보면서, 버킷리스트를 100개씩 만들어 가는 것에 대한 의미를 반추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기도 했다.


버킷리스트 100개 관련 기사 바로가기


버킷 리스트가 50개를 넘길 때부터 사람들 사이의 차이가 보인다. 뒤로 갈수록 ‘남들도 생각하는 꼭 해야 하는 일’보다 ‘진짜 내가 원하는 일상적이고 구체적인 일’이 드러난다는 것이다. (중략)

100개의 하고 싶은 일을 한번 써 보자. 그리고 가장 마지막에 적힌 일이 무엇인지부터 들여다보자. 그 자잘하고 사소한 소망부터 채워나가며 올해를 보내는 건 어떨까.

[출처: 중앙일보] [노트북을 열며] 100번째 하고 싶은 일은 무엇입니까


2020년 버킷리스트 워크샵


작년 연말부터 몇몇의 분들로부터 버킷리스트 워크샵을 열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작년에 워크샵을 같이 운영했던 지인들이 올해는 함께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될일은 된다>를 읽고, 개인의 호불호를 내려놓고 사람들이 하자는 대로 나를 내맡기기로 한 터라 부담스러운 마음을 접고, 사람들의 요청대로 워크샵을 만들어 보기러 했다. 그리고 1월, 세 번의 워크샵을 기획해서 운영했다.


혼자서 워크샵을 만든다는 건 걱정만큼이나 힘든 일이었다. 이전 글에서도 언급했다시피 사람을 모으는 과정이 너무나 힘이 들었다. 의미있는 워크샵을 운영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될 정도로 신청하는 사람이 적었다. 사람이 많이 오길 기대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의미있는 워크샵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모객이 필요하다고 봤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이런 저런 노력을 한 덕에 별 무리없이 세번의 워크샵을 진행할 수 있었다.


https://brunch.co.kr/@tham2000/156

1월, 세 번에 걸친 버킷리스트 워크샵을 통해, 참여한 분들도 많은 것을 얻었지만, 운영했던 나 또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 세 번의 워크샵을 통해서 버킷리스트 워크샵의 의미와 좋았던 점을 셀프로 정리해봤다.



1. 버킷리스트 워크샵은 새해를 새롭게 설계하는 자리다.


버킷리스트 워크샵의 1차 목표는 나만의 버킷리스트 100개를 채우는 것이다. 사실 꽤나 힘든 일이다. 다들 100가지나 되는 하고 싶은 일을 만든다는 것에 혀를 내두르기도 한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워크샵에 참석한 분들 대부분이 100개의 리스트를 다 채웠다. 우선 내가 하고 싶은 일에 집중하는 두 시간 덕분이었다. 워크샵에서는 두 시간 가량 집중해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의 리스트를 작성한다. 평상시에는 이렇게 시간을 내어 오롯이 집중하기 어려운데, 강제적으로 만든 시간 덕분에 나의 욕망을 찾아가게 된다.


또한 좋은 컨닝 페이퍼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워크샵에 참석한 다른 사람들의 버킷리스트를 배끼기도 했다. 다른 사람들이 하고 싶어하는 것 속에 내가 몰랐던,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이 나왔다. 이것 또한 버킷리스트를 함께 만드는 것의 장점이었다.


덕분에 많은 참여자분들이 버킷리스트를 채우며 2020년을 새롭게 준비할 수 있었다.


2. 나를 알아가는 시간이었다.


버킷리스트 워크샵에서 사람들이 가장 좋아한 시간이 있었다. 옆사람의 버킷리스트를 보고 옆사람에 대해 설명하는 시간이 바로 그것이었다.


옆사람은 자기 자신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었다. 자기 소개도 없이 진행하는 워크샵이었기에 사람들은 옆사람에 대해 나이도, 직업도, 살아온 배경도 모른다. 그런 배경지식없이 버킷리스트만 보고 옆 사람에 대해 설명해준다. 그런 사람에게서 자신에 대한 설명을 듣다 보면 나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그게 맞든 틀리든 남이 나에 대해서 “나름” 객관적으로 평가해주는 시간은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된다.


아마도 상당수의 사람들이 이 시간을 좋아했던 것도, 타인의 시선을 통해 자신을 돌아볼 수 있었기 때문이었으리라 생각한다. 이것은 버킷리스트 워크샵에서만 할 수 있는 독특한 경험이기도 하다.



3. 덕분에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워크샵이기도 하다.


워크샵에서 빠져서는 안되는 자리가 있다. 바로 뒷풀이다. 세 번의 워크샵을 할 때마다 크든 작든 뒷풀이를 진행했다. 그리고 뒷풀이에서 의외의 친밀한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워크샵에서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나누느라 뒷풀이 자리는 꽤나 떠들썩했다.


서로의 목표에 대해 공유하고, 각자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기에 더욱 친해진 느낌이었다. 이런 친밀감은 각자의 버킷리스트를 실행하는 데에도 큰 힘이 된다. 개개인마다의 리스트는 달랐지만, 굳이 함께 버킷리스트를 실행할 필요는 없지만, 함께 한 해를 계획했던 사이라는 생각은 무시할 수 없는 연대의 감정을 준다.


분기 또는 반기별로 만나서 서로의 버킷리스트 상황을 공유하고 각자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바람에서도 워크샵을 만든 사람들끼리 한해동안 꾸준히 함께 하고픈 바람이 느껴지기도 했다.




버킷리스트 워크샵이 끝나고, 사람들은 각자의 방식대로 버킷리스트를 완성하고 각자의 삶 속에 이를 반영했다. 나처럼 블로그에 공유한 사람도 있었고, 버킷리스트를 현관에 붙여 놓은 분도 있었다.

좋은 경험을 지인들과 나누고자 하는 분도, 또다른 워크샵을 만들어 보고 싶어한 분들도 있었다. 고맙게도 버킷리스트 100개가 참여한 분들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듯 싶었다.


진행하면서, 이런 워크샵은 내가 운영을 하지 않아도 꼭 성공할 수 밖에 없는 워크샵이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워낙 좋은 컨텐츠라 진행자의 역량이 중요한 게 아니라, 참여자들의 진실된 마음만 있다면 누가 해도 좋은 워크샵이   있겠다 싶었다.


많은 분들이, 각자의 방식대로 워크샵을 진행했으면 했다. 사람들을 모아서 함께 버킷리스트 100개를 만들고 자신이 진짜 하고 싶어 하는 것을 알고, 또 그 속에서 숨겨진 나를 발견하고, 그 사이에서 만난 친구들을 사귀는 워크샵을 많은 사람들이 열고, 운영해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게 참여하는 사람 뿐만 아니라 운영하는 사람에게도 많은 것을 줄 것이라 생각한다.


덧.


1월, 세번의 워크샵으로 마무리 하기 아쉬워서, 2월8일(토) 오전(9시 30분)에도 한 번 더 워크샵을 진행해보려고 합니다. 인원은 10명이내로  진행하려고 하고요. 장소는 신촌에서 할 예정입니다. 관심있으신 분들은 아래의 링크에 신청해주시길 바랍니다.


https://forms.gle/r3cgku4z812CRpyc9


또한 개인적으로 워크샵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으시다면 언제든 문의 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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