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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호진 Mar 24. 2020

멀리 가는 여행만 의미있는 것은 아니다.

주말 근처 안산 둘레길을 돌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

서대문 안산을 찾다


지난 일요일, 아이들과 안산에 갔다. 벌써 2주째 등산이다. 평상시 산에 가는 것을 싫어하던 아이들도 오랜만에 외출이 싫지 않은 눈치였다. 산에서 함께 먹을 음식들과 물을 싸서 장모님과 함께 집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안산에 갔다. 의외로 사람이 많았다. 물론 평상시의 반도 안되는 숫자였긴 했지만 그래도 다들 성큼 다가온 봄날을 느껴보고자 밖으로 나온 듯 싶었다. 마스크로 입을 가리고, 사람들과의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며 둘레길을 돌았다.


유난히 하늘이 파랬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을 보면서 감사한 마음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코로나 때문에 힘든 상황이지만 파란 하늘을 보는 것 자체로 위안을 얻은 기분이었다. 날도 따뜻한 덕에 꽃도 듬성듬성 피어 있었다. 비록 아직 앙상한 나무가 더 많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봄이 성큼성큼 우리 곁에 다가오는 게 느껴졌다.


짝꿍과 함께한 걷기


이날 나는 어쩌다보니 둘째와 손을 잡고 길을 가게 되었다. 엄마만 찾던 엄마바라기 둘째였지만 이날만큼은 아빠와 함께 하는 시간이 싫지 않은 듯했다. 1등 하기를 좋아하는 아이의 마음을 생각해 우리는 빠른 걸음으로 다른 가족들을 제치고 둘만 빠르게 산길을 걸었다.


전날 아이들과 저녁밥을 먹으며 함께 했던 "삼행시 짓기" 놀이를 산을 오르며 함께 했다. 아이와 나는 제시어에 맞게 각자의 삼행시를 만들었다.


"이번엔 코로나로 삼행시를 지어볼까?"

"코, 코딱지를,,  로, 로마까지 튕겨볼까?,,  나, 나무야 니가 해줄래?"


주변을 둘러보며 진달래로, 나무로, 우리는 산을 도는 내내 삼행시를 지었다. 말도 안되는 삼행시도 많았고, 대부분 기억 못하는 잡담 수준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와 둘째는 재미나게 산을 돌 수 있었다.


앞서서 간 나와 둘째 덕분에 아내는 큰 아들과 짝을 이뤄 걸었다. 큰 아이와 아내는 꽤 많은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아내 말로는, 아이의 입에서 이야기가 줄줄줄 나왔다고 한다. 로알드 달의 책, 오카다 준의 책 등, 아이도 알고 아이 엄마도 아는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한참 주고 받았다고 한다. 그러다 갑자기 아이가 엄마에게 질문을 던졌다.


"엄마는 내가 전세계 사람들이 다 아는 유명한 사람이 되면 어떨꺼 같아?"

"그러면 너무 기쁘겠지만, 그것보다 엄마는 네가 원하고 즐거운 일을 할 수 있음 좋겠어. 그럼 무얼하든 다 좋을 것 같아"

"그렇구나. 내 장래희망은 큐버야. 우리나라 큐버 중에 초등학교 6학년 때 세계신기록을 세운 사람도 있던데, 나도 그런 큐버가 되고 싶어"

"그렇구나. 저기 새싹 예쁘지? 아들도 지금 너무 예뻐. 그리고 엄마는 아들이 자라서 어떤 나무가 될지 너무 기대돼"


아이의 뜬금없는 장래희망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아내는 아이와 나눈 대화가 너무 즐겁고 소중했다고 한다. 기쁜 데에는 이유가 없다더니, 아이와 대화를 나누며 이유없이 그냥 기쁘고 행복했다고 한다.

 


 <엄마가 말투를 바꾸면 아이는 행복해집니다>에서는 아이를 존중하며 대화하는 다양한 방법에 대해 안내한다. 책에서는 아이와의 야외활동 또한 강조한다.


넓고 탁 트인 공간은 지혜와 협상력, 갈등해소 능력을 향상시킨다. 나를 둘러싸고 있는 공간이 넓을수록 마음의 공간도 그만큼 넓어지기 때문이다. 중요하고 까다롭고 조심스러운 문제일수록 아이와 야외에 나가 대화를 나눠보자. 좀더 편안한 마음 상태에서 지혜롭고 창의적인 해결방법을 찾을 수 있다.
<엄마가 말투를 바꾸면 아이는 행복해집니다> 중 p.79


탁 트인 공간에서 짝을 이뤄 대화를 나눈 덕분에 우리는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둘째 아들의 재기 발랄함을 느낄 수 있었고, 큰 아들의 꿈에 대해서도 들어볼 수 있었다. 물론 그것이 책에 나오는 것처럼 지혜와 협상력, 그리고 갈등해소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이들에게도 부모인 나와 아내에게도 힐링이 되고 새로운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3분의 2바퀴 정도 돌았을 때쯤 우리는 벤치에 앉아 컵라면을 먹었다. 집에서 준비해 온 물과 컵라면으로 허기를채울 수 있었다. 라면은 역시나 꿀맛이었다. 확실히 산에서 맑은 공기와 함께 먹으니 김치 반찬도 필요 없었다. 문득, 나이아가라 폭포를 바라보며 맛 본 라면이 생각났다. 꼭 멀리가는 여행만이 의미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코로나 때문에 4월에 예약한 여행을 취소했다. 비행기 티켓과 호텔, 그리고 크루즈까지 취소하면서 많은 아쉬움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지금도 여전히 아쉽고 코로나가 원망스럽다. 하지만 이렇게 짧은 여행을 하면서 아이들과 좋은 추억을 쌓을 수 있어 이런 것도 나쁘지만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서 빨리 평온한 일상이 돌아왔으면 하지만, 덕분에 새로운 발견을 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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