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호진 Jan 26. 2019

휴직하고 뭐하실 거예요?

매일 매일 글을 쓸 예정입니다.


"휴직하면 뭐하실 거에요?"


휴직을 신청하고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사람들은 내게 휴직 후 계획을 묻곤 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휴직 후 계획은 없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 '가장 잘하는 일'을 찾아보겠다고 선언은 했지만 휴직은 다소 충동적이었다. 그렇기에 구체적으로 무엇을 할 것이라고 말할 수 없었다.


꼭 해야 할 일이라면 아이들 육아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사실 정도?


계획은 없었지만 매일 해야할 일은 있었다.

바로 "글쓰기"다.

휴직 후 나는 매일 매일 글을 쓸 계획이다. 나를 기록하고, 일상을 기록하고, 아이들과의 추억을 기록하고 싶다. 매일 글을 쓰다보면 내가 고민하는 것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요즘은 휴직 후에 "글을 쓸 예정입니다"라고 말하고 다닌다.



글을 쓰는 일


사실 난 휴직 전에도 매일 글을 썼다. 블로그에 글을 남김으로써 경험과 생각을 저장했다. 그리고 시간이 조금 더 많아진 휴직기간 동안 마음껏 글을 써보고 싶어졌다.


물론 난 글쓰는 일을 싫어한 사람이다. 대부분의 글쓰기 책의 작가들이 이런 말을 해서 나의 말도 믿음이 안가겠지만 진짜로 그랬다. 내가 쓰는 글을 누가 보고 비웃을까봐 항상 두려웠다. 지금도 남들의 시선에 자유롭지 못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글쓰는 일을 즐기게 됐다.


우연히 블로그를 시작하고, 매주 3번씩 정기적으로 블로그에 글을 올리고, 급기야 매일 글을 쓰면서 글쓰는 일을 좋아하게 됐다.  


블로그의 시작


맨 처음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은 우연한 계기 덕분이었다.


4년 전 큰 아들과 단 둘이 오사카 여행을 다녀왔다. 아이와 유니버설 스튜디오도 다녀오고, 온천도 다녀왔다. 맛있는 음식도 맛보고, 유명한 관광지도 둘러보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 공항으로 가는 길에 문득 지금의 소중한 추억들을 기록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사진으로만 저장되어 있는 일상을 글도 함께 저장하고 싶었다.


그렇게 처음으로 네이버 블로그를 통해 아이들과의 추억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맨 처음 블로그를 시작했을 때 올린 사진이다. 4년전이라 아이도 어렸고 나도 더 젊었었다.


아주 많은 사람들이 드나들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몇십명씩 내 글을 읽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에, 흥분하며 글을 썼다. 오사카 여행기부터 시작한 블로그는 아이들과의 일상을 기록하는 저장소로 활용됐다.


하지만 아이들과의 기록을 남기는 일은 꼭 유쾌한 것만은 아니었다. 보여주기식 글을 쓰는 것 같았다. 아이들과의 일상에 순수하지 못한 경우들이 종종 있었다. 놀러를 가는 것도 글을 쓰기 위한 경우가 종종 있었다.

주객전도의 상황이었다.


주3회 글쓰기


남들에게 보여주기식 글쓰기에서 벗어난 것은 2017년 그러니까 재작년부터였다. 아이들과의 일상을 기록하는 것을 넘어 책을 읽고 서평을 쓰기 시작했다. 간간이 나의 생각도 집어 넣게 됐다.


그리고 글을 정기적으로 올리기 시작했다. 재작년 7월 1일부터 매주 월요일, 수요일, 토요일 이렇게 세 번씩 글을 올렸다.


아는 형의 블로그를 벤치마킹했다.


친한 회사 선배 중 한 분이 있다. 퇴사에 있어 나에게 많은 영감을 주는 분이다. 그가 쓴 여행기가 나의 눈길을 사로 잡았다. 여행기를 20편 넘게 나눠서 정기적으로 글을 올리는 게 좋아보였다. 다음 편을 기다리게 하는 묘미도 있었다. 비록 나의 글솜씨가 그를 따라잡기 어렵겠지만, 그냥 따라해 보기로 했다. 그리고 그때부터 쉬지 않고 올 9월까지 주 3회 글쓰기를 하고 있다.


주 3회 꾸준히 글을 올린 덕에 경향신문에 기사가 나오기도 했다.

블로그에 글을 쓰는 일이 습관이 되었다. 매일 매일 조금씩이라도 글을 썼다. 보여주기식 글쓰기에서 어느정도 탈피할 수 있었다. 아이들과의 경험으로 매주 글을 다 쓸 수 없었다. 글쓰기 책도 읽어봤다. 매주 세 번씩 글을 쓴다는 생각에 글을 조금 더 잘쓰고싶었기 때문이다.


점점 글을 쓰는 일이 자연스러워졌다.


매일매일 써봤니


작년 9월부터는 매일 매일 블로그에 포스팅을 올리기 시작했다. 우연히 들은 블로그 강의에서 미션을 받았다. 30일 동안 매일 글을 올려 보라는 미션이었다. 블로그에 새로운 계기가 필요했고, 미션을 잘 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 덜컥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한 달 동안 열심히 블로그에 글을 남겼다.



첫 30일은 많이 힘들었다.


하지만 한 달 더 하고 싶었고, 또 한 달 더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엔 지금까지 100일 넘게 매일 글을 올리고 있다. 글쓰는 일은 습관을 넘어 일상이 되어 버렸다. 이제는 소재에 제한도 없다. 아무거나 걸리는 대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글쓰는 일이 일상의 중요한 미션이 되었다.


매일 글을 쓰다보니 찾아오는 사람들도 늘었다. 피드백도 있었다. 여행기 후기를 보고 가이드 예약을 하신 분도 있었고, 내 글을 보고 용기를 얻고 가셨다는 분도 있었다. 아내만 달아주던 댓글이었는데 아무 관련 없는 사람들이 하나씩 달아주는 댓글을 보면서 자신감도 얻게 됐다. 누군가 나의 글을 읽어준다는 사실만으로도 힘이 났다.


그렇게 글쓰는 일은 내게 너무 소중한 일상으로 바뀌었다.


 

왜 글을 쓰고 싶은가?


얼마 전 강원국의 글쓰기 특강 수업을 들으면서 그로부터 글을 쓰는 이유에 대해서 이야기를 들었다.

"글을 쓰는 이유는 행복해지기 위해서이다"


그의 이 말이 오래도록 뇌리에 박혔다.


글을 쓰면서 생기는 행복한 경험이 많았다. 내글의 독자인 아내로부터 칭찬도 많이 받았다. 글에 대한 피드백을 아내로부터 받으면서 아내의 사랑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아이들과의 여행은 두 번씩 다녀오는 기분이었다. 직접 다녀온 여행은 여행기를 쓰면서 다시 생생히 살아났다. 후기를 쓰는 동안에는 일상도 여행이 되었다.


하지만 더욱 감사한 것은 글을 쓰면서 내가 글을 잘 쓸 수 있구나라는 자신감이 들었다는 점이었다. 글에 대한 막연한 공포감이 있었다. 외국 사람들의 말을 인용하고, 새로운 이론을 가미해야 좋은 글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나의 변변치 못한 글에 사람들이 읽어주고 호응해주는 것으로도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


강원국 작가는 글을 쓰는 것은 자존감을 높이는 방법이라고도 하셨다.


"글을 쓰고 나면 뿌듯하고 무엇인가 해 낸 것 같은 성취감을 느낀다. 그리고 그것이 쌓이면 자존감이 된다. 그리고 이런 성취감들이 쌓여서 내 글의 수준이 높아지는 선순환이 형성된다"


그의 말마따나 글을 통해 나는 떨어진 자존감을 회복할 수 있었다. 한 편의 완성된 글을 통해 나에게 위로 받았고, 할 수 있다는 생각도 갖게 됐다. 나의 마음을 글로 표현하는 방법도 알게 됐다.


매일 매일 100일이 넘는 기간, 쌓이다보니 그리 된 것 같았다.


그래서 난 휴직 기간동안에도 글쓰는 일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더욱 정성을 다 해 글을 써볼 계획이다.


나의 성장을 위해 시작한 휴직이기에, 나를 성장시키는 동력이 되는 글쓰는 일을 멈출 순 없다. 더욱 더 글을 잘 쓰는 방법을 탐구해보고 나를 잘 표현해보는 것만이 나를 위한 시간을 가장 효율적으로 보내는 방법이다.


그 결과물이 블로그 포스팅이 될 것이고, 브런치 글이 될 것이며 더 잘되면 한 권의 책도 될 것이다. 어떤 경계를 만들지 않고 우선은 무작정 쓰고 또 써볼 생각이다.



운명처럼 다가온 감사문구


휴직 이틀차인 지난 금요일, 글쓰는 일이 내가 꼭 해야 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드는 사건이 있었다.  우연한 기회로 다시 읽게 된 구본형 선생의 익숙한 것과의 결별 개정판 서문을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하염없이 눈물을 흘려버렸다.  


"지금까지 내가 인생을 살면서 가장 잘한 일은 두 가지다.

하나는 아내와 결혼한 것이고, 또 하나는 직장을 그만두고 글을 쓰기 시작한 일이다. 결혼은 행운이었고, 글 쓰는 사람이 된 것은 우연히 찾아온 필연이었다.

인생의 길을 떠나 갈림길에 이를 때마다 현실의 이름으로 늘 무난한 차선의 길을 선택해온 평범한 남자가 고심하여 내린 두 번의 선택은 축복같은 최선이었다. 두 번의 최선이 결국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내 길을 찾게 된 것 그리고 그 길을 힘껏 걸을 수 있게 된 것에 무릎을 꿇고 감사한다.”


물론 사랑하는 아내에게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이 일어서 감정이 격해진 면도 없진 않다. 하지만 글 쓰는 사람이 된 것이 우연히 찾아온 필연이라는 말이 어쩌면 나에게 하는 말 같아서 더욱 감정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것 같았다. 내가 지금 글을 써야 하는 이유를 필연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은 아닐까?


글쓰기는 내게 필연으로 다가왔가. 나를 성장시키는 글을 쓰는 일이 나에게는 지금 꼭 필요한 일이 될 거라 나는 믿는다.


글쓰는 일의 힘을 믿고, 글쓰는 나를 믿는다. 나는 그렇게 글을 써나갈 계획이다.


휴직 중에 저는 매일 글을 쓸 것입니다.

이전 02화 나는 왜 휴직을 선택했을까?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