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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호진 Jun 02. 2021

슬럼프를 잘 이겨내 보렵니다.

회사에서 에너지를 잘 써야 다른 일도 잘합니다.


그만 좀 합시다!


벌써 올해 들어  번째다. 마케팅업무를 하다보니 달성해야   매출 목표가 있는데 올해만 벌써  번째 수정중이다. 작년 연말에 세운 경영계획을 올해  “내부 목표라는 것으로 새롭게 만들어 변경하더니, 5월에 경기 상황이 좋아진다며  목표 숫자를 상향 조정했다. 그러더니 급기야 6월에는 이유도 없이 매출 목표를  높여야 한다며 추가 계획을 작성하란다.  달리는 말에 채찍을 가해야   달린다고 하던데, 이건 단순 채찍 수준을 넘어 폭력에 가깝다는 생각도 든다. 나도 모르게 사무실에서 욕이 튀어 나왔다.


무슨 금나와라 뚝딱이에요? 정말 너무들 하는 거 아니에요?



애먼 팀장에게 하소연했지만 상황을 납득하기 어려웠다. 이런 의사결정을  부사장과 해당 부서 사람들이 얄미웠다. 하지만 직장인의 현실이라 어쩔  없었다. 뭐라고 한들 달라질 것도 없었다. 내가   있는  구시렁대는  말고는 없었다. 우리는 상향된 목표를 새로 작성해야 했고, 이를 위해 새로운 프로모션을 준비해야했다. 상향된 목표가 현실 가능성이 있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어찌됐든 덕분에  마음의 스크래치는 더욱 강하게 새겨졌으니 갈굼을  목적으로 하는 경영진에게는 소기의 성과를 달성했다고 축하를 해줘야 할런지도 모르겠다. 에잇!


그래서인지 모르겠지만 한참 재밌게 느껴졌던 마케팅 업무에 회의감이 들기 시작했다. 내가 뭐하는 짓인가라는 생각이 수시로 내 마음 속을 침투했다. 특히 내가 생각하는 우리 팀의 역할과 부장, 임원이 바라는 바가 다른 것 같아 맥이 풀릴 때가 많았다. 하고 싶은 것도 많았고 해야 할 일도 많았는데 굳이 해야 하나 싶은 게 요즘 심정이다. 그래서 요즘 월급루팡으로 지내고 있는 중이다. 핑계일 수도 있지만 회사 일을 최대한 안하고 있는 중이다. 에너지를 절약하면서 내가 해야 할 일을 빵꾸나지 않을 수준으로 땜질만 하는 중이다. 딱 시키는 일 거기까지만 하는 중이다.



에너지도 관성의 법칙이?


회사에서 일을  했으니, 남은 에너지를 회사 밖에서 내가 하는 다른 활동들에 쏟으면 되겠거니 싶었다. 애써 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그런데 신기한   반대였다는 사실이다. 회사에서 월급루팡으로 지내는 것이 내가 하는 딴짓들에 역효과를 일으키고 있었다. 오히려 내가 하나씩 하고 있는 일들을 방해하는  같았다. 업무 시간  남는 시간에 뭐라도   있을  같았는데 아무래도 눈치가 보이다 보니 딴짓을 하는  쉽지 않았다. 정시에 퇴근을 해서  시간을  활용하면 되겠거니 싶었는데 퇴근 후에도 에너지 레벨이 크게 올라가지 못했다. 회사에서도 쉬었더니 집에서도 쉬고 싶은 마음이랄까?


약간의 무기력한 에너지 또한 관성의 법칙이 존재하는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회사 생활이 힘들수록 회사 밖 생활에도 영향을 주었다. 특히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내가  말들이 궁색해진다는  힘이 들었다. 특히 글을   내가 떳떳하지 못해서인지 생각을 정리하는  어렵게 느껴졌다.


그러다 우연한 글귀 하나에 마음을 다잡게 되었다.


균형은 단순한 중간지점이나 대칭, 산술적 평균상태가 아닙니다.  보다는 끊임없이 왔다 갔다 움직이며 각자 최적의 상태를 찾아 고군부투하는  아닐까요.”


폴인 페이퍼에서 본 문구였는데 균형이라는 말이 단순한 안정상태를 의미하는 것이 아닌 불안정 상태에서 최적점을 찾아간다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어쩌면 균형이라는 것이 내가 생각하는 것과 다른 의미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저것 움직이면서 최적의 상태를 찾아가는 것을 의미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이 말이 내게 위로가 된 것은 지금 내가 에너지 레벨이 쳐져 있는 것도 어쩌면 나 스스로 에너지의 균형점을 찾는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좋기만 한 상황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라며 경고를 주기 위해서, 최적의 상태를 맞춰가기 위해 새로운 자극을 주는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렇다고 에너지 레벨이 확 올라간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게 마음을 먹으니 한결 가벼워진 것도 사실이다.


다시 마음을  먹어보자


김민식 피디님과 함께 하는 독서 모임에서 하루의 상태를 말하는 시간이 있다. 그날 상태가 몇 점인지 10점 만점으로 설명하는 시간이다. 그 중 한분은 상태가 5점이라고 말했다. 10점 만점에 5점이면 너무 야박한 거 아닌가 싶었는데 이유를 듣고 나니 공감이 갔다. 그 분은 자기 회사에서 에너지를 5만큼 쓰고 퇴근 후의 삶을 위헤 에너지 5를 남겨둔다고 한다. 그래서 에너지를 다 써서 5점이 되었다는 말이었다. 이제 나머지 5를 쓰면 된다고.


이 말을 들으면서 내가 회사원이 본캐인 상황에서 회사원으로 에너지를 남겨두는 것도 중요하지만 반대로 회사원이라는 에너지를 잘 쓰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회사에서 에너지 5를 다 쓰지 못하면 일상에서 에너지도 5를 쓰기 어려운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었다.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어렵지만 느낌상 그랬다.


그렇게 생각하니 회사에서 다시 힘을 내야 할 것 같았다. 회사에서 잘 지내는 것이 물론 정말 힘든 일이지만 중요한 것 같다. 그래야 내가 좀 더 당당히 그리고 자신있게 나의 또다른 부캐들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니 너무 억울해 말고 다시 재미를 붙여봐야겠다. 안되는 건 인정하고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서 담담히 해 나가야겠다. 힘들지만 그래도 그렇게 마음을 다 잡아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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