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미옥의 시 '아이에게'에 부쳐
모았던 손을 풀었다 이제는 기도하지 않는다
화병이 굳어있다
예쁜 꽃은 꽂아두지 않는다
멈춰있는 상태가 오래 지속 될 때의 마음을
조금 알고 있다
맞물리지 않는 유리병과 뚜껑을
두 손에 쥐고서
말할 수 없는 마음으로 너의 등을 두드리면서
부서진다
밤은 희미하게
새의 얼굴을 하고 앉아
창 안을 보고 있다
노래하듯 말하면 더듬지 않을 수 있다
안이 더 밝아 보인다
자주 꾸는 악몽은 어제 있었던 일 같고
귓가에 맴도는 멜로디를 듣고 있을 때
물에 번지는 이름
살아 있자고 했다
- 안미옥, <온>, 창비, 2017, ‘아이에게’ 전문
처음 이 시를 읽고 눈물이 나왔다. 몇 년 전 일이다. 어쩌다 한 아이의 부모가 되었고, 그 아이 덕분에(당시엔 ‘때문에’라고 생각했다) 내 안에 잠자고 있던 아이와 만나게 된 지 대여섯 해가 지난 때였다.
아이는 내 안의 아이를 흔들어 깨웠고 내 안의 아이는 여러 얼굴을 하고 나를 만나러 왔다. 비굴한 아이, 불안한 아이, 난폭한 아이, 가라앉는 아이. 공통점은 ‘취약하다’는 것. 나는 덜 자라고 취약한 내 얼굴을 낯설고 놀랍고 신기하고 슬픈 마음으로 지켜보았다.
부서진다 / 밤은 희미하게 // 새의 얼굴을 하고 앉아 / 창 안을 보고 있다
밤은 내 안의 여러 얼굴을 하고 앉아 창 안을 보곤 했다.
멈춰있는 상태가 오래 지속 될 때의 마음을 / 조금 알고 있다 // 맞물리지 않는 유리병과 뚜껑을 / 두 손에 쥐고서 // 말할 수 없는 마음으로 너의 등을 두드리면서
내 아이의 등을 두드리면서, 동시에 내 안의 아이의 등을 두드렸다. 부정교합처럼 어긋난 두 세계를 양 손에 쥐고 어쩔 줄 몰라 하면서.
물에 번지는 이름은 점점 커졌다. 살아 있자고 했다.
기도, 꽃, 악몽, 멜로디에 기대지 않는다. 아이에겐 이제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살아 있자.
(2021-6-28)
* 안미옥 시인의 ‘아이에게’를 몇 년 만에 다시 읽었다. 과거의 마음과 현재의 마음을 이어보았다. 아이는 자랐고, 내 안의 아이도 자랐다. 김휘성 군의 뉴스를 살피다 방금 전 알게 되었다. 끝내 숨진 채 발견되었다는 기사. 눈물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