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 서사가 냉면 설사로
폴 오스터의 <내면 보고서>를 읽다가, 문득 '내면의 서사'라는 또렷한 단어의 조합이 머리 속에서 톡 튀어나왔다. 나는 무턱대고 인터넷 검색창에 '내면 서사'라는 네 글자를 무심코 찍어 보았다. 물론 뜬금없는 일인 줄 안다.
실제로 줄줄이 뜬 글의 내용들은 '내면의 서사'를 표방하고 있었으나, 가장 먼저 뜬 문장은 다음과 같았다.
검색어제안: 냉면 설사로 검색하시겠습니까? 냉면 설사 검색결과 보기
무슨 생각에선지 나는 ‘냉면 설사 검색결과 보기’를 클릭한다. 물론 뜬금없는 일인 줄 안다. '냉면 먹고 설사'라는 딱한 인과 관계에 의거하여 질문과 정보들이 잇따른다.
내면의 서사를 추구하려다, 냉면 먹고 설사하는 상서롭지 못한 사례들 속으로 가뭇없이 내동댕이쳐진 나. 물론 뜬금없는 일인 줄 안다.
내면의 서사,보다는 냉면 먹고 설사,하는 일이 현존하는 육체의 문제에 보다 시급하게 연결되어 있기에, ‘냉면 설사’가 더욱 빈번하고 보편적으로 다루어지고 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이런 웃지 못할 검색어 사례들을 그간 꽤 겪었는데, 막상 기억해내려니 제대로 떠오르지 않는다. 물론 뜬금없는 일인 줄 안다.
그러나 뜬금없는 생각과 행동이 어떤 뜬금없는 결과를 가져올 때 그 여파는 그저 뜬금없지만은 않다,는 생각 하나 건진 날.
우연과 필연 사이에 '뜬금없음'이라는 단어 하나가 다리처럼 걸쳐져 있다.
(2016-8-15)
갑작스레 요동치는 내면 서사를 따라가다 보면 대장이 민감해진다. 과민성대장증후군의 필연적 결과는 설사이다. 나는 오늘 격심한 내면 서사와 설사를 동시에 치렀다. 서사와 설사는 이렇게 이어지기도 하는군, 하는 열없는 생각 하나.
서사와 설사 사이에 ‘객쩍음’이라는 단어 하나가 다리처럼 걸쳐져 있다.
(2016-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