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가의 머리를 닮은 과일

대만에서 먹을 수 있는 과일 스찌아

by 그럼에도 불구하고

펑리가 스찌아(釋迦)를 가져왔다. 석가모니의 두상을 닮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 석가(釋迦). 영어로는 Sugar Apple로 불린다. 베트남에 거주할 때 한두 번 먹어본 듯도 하다. 그러나 이렇듯 석가모니 머리 형상도 아니었고 그곳에선 영어로 Custard Apple로 불렸기에 같은 과일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석가의 두상을 닮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 석가釋迦(스찌아). 대만에서 맛볼 수 있는 독특한 과일이다.


펑리는 쓰찌아가 요즘 제철이라 맛이 아주 좋다 했다. 특히 대만에서 가장 품질이 좋기로 소문 난 브랜드라고도 했다. 손가락으로 꾹꾹 눌러보면 무른 촉감이 느껴진다. 완전히 숙성해서 즙이 주르륵 흘러내리기 직전. 하루 안에 먹을 것을 권한다.


단단해 보이는 연둣빛 무늬에 손가락을 가져다 대고 살짝 힘을 주기만 해도 기다렸다는 듯 속이 스르륵 열린다. 마치 아름다운 문양의 보물함을 여는 느낌이다. 부드러운 우윳빛 과질 속에 씨앗들이 가득 들어차 있다. 숟가락을 집어 넣는다. 터질 듯 익은 홍시를 갈라 숟가락으로 떠 먹듯. 배의 과즙과 홍시의 식감이 어우러진 듯한 맛. 지난 번 펑리가 처음 가져왔을 때 분명 먹어보았지만 이번에는 좀더 풍부한 맛이 느껴진다. 낯선 과일에 대한 경계심이 한층 누그러져서일 수도 있고, 펑리의 말마따나 제철 과일의 농염한 위용일 수도 있겠고.


이 기이하도록 아름답고 부드러운 과일은 이곳 와서 처음 만났다. 게다가 석가모니의 머리,라는 이름이라니.


기이하도록 아름답고 부드러운 과일 스찌아. 무른 우윳빛 과질 속에 씨앗이 가득하다.


특정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동양철학과 불교에 대한 시선이 두터워지고 있는 요즘, 이름마저 석가인 과일을 앞에 두고 싱거운 생각을 해본다. 그렇잖아도 큼지막한 석가 하나를 갈라 우물우물 퍼 먹으며 씨를 뱉어내던 아이가 이렇게 말한 참이다.


"부처님 머릿속도 이렇게 맛있는 것으로 가득 차 있는 거죠. 씨가 많아서 좀 귀찮긴 한데 진짜 맛있네!"


제 딴에는 농담이랍시고 한 얘기일 텐데 나는 곰곰이 그 말을 우물거린다.


모든 것을 떠안는 부드러움. 쉽게 닿을 수 있는 단순한 지혜. 그러나 씨의 존재를 의식하지 않으면 먹을 수 없는 과일. 굳어진 지식이 아닌 유동하는 지혜를 구하는 자에게 천천히 씨를 발라 뱉어내는 시간을 내어주는 것.


석가를 먹으며, 석가모니를 생각하다가, 퍼뜩 윤후명이 생각났다.


'참나'를 찾아가는 과정으로서의 (불교적) 글쓰기를 화두로 삼은 작가 윤후명의 <둔황의 사랑>을 읽어봐야겠단 생각이 일어난 것도 최근 들어서이다.


천천히, 그리고 느리게 일어나는 마음도 발심(發心)인가.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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