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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라는 이름을 가진 위대한 신

가은이의 유일한 버팀목

by 가은이 아빠

그날 이후, 바로 검사가 잡혔다. MRI, PET-CT라는 정밀 검사를 통해 종양의 위치와 형태, 대사 이상 등을 확인해야 했다. 하지만, 이런 검사를 그냥 받기엔 21개월 공주님은 너무 어렸다. 우선, 채혈을 통해 면역력 수치를 확인하고 다음날 수면 마취를 통해 검사가 진행된다고 안내받았다. 병원의 안내를 받고 동의서를 작성했지만, 그 모습을 지켜봐야 하는 과정이 그렇게 고통스러울 줄은 몰랐다.


"가은이 혈관이 쉬운 혈관은 아니네요"


낯선 간호 선생님이 최선을 다해 가은이를 진정시키며 그 좁은 혈관과 주삿바늘을 연결시켜 주려 노력했지만, 계속되는 저항에 실패했다. 10kg 남짓되는 여아에게 어떻게 그런 힘이 있는지, 가은이는 더 벗어나고자 발버둥 쳤고 엄마와 간호 선생님이 팔과 발을 붙잡고 다시 시도해 겨우 주사 바늘을 꽂았다.


그렇게 끝나면 좋으련만, 불편함이 생긴 손에 주삿바늘을 빼내려다 계속 피가 역류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반복되는 행동에 오른손은 팅팅 부어오르기 시작했고, 할 수 없이 왼손과 양발도 차례로 주사 바늘에 찔려 가은이는 밤새도록 울며 그날밤을 보냈다.


다음날은, 전신마취를 위해 약물을 투여했다. 하지만, 처음 먹어보는 약을 온몸으로 가은이가 거부했기에 손발을 누른 채 입을 열고 약을 욱여넣었다가 약물이 기도에 걸려 잠시 응급상황이 벌어졌다. 주치의 선생님이 긴급히 왔고, 패닉이었던 보호자는 의사의 나가 있으라는 말에 말없이 문 앞에서 대기했다. 그 잠깐의 순간에 초조함과 무기력함.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것이다.


다행히, 가은이는 남은 검사들은 무사히 마쳤고 며칠 뒤 '전이'는 없다는 병원의 확인을 받았다. 전이는 상상도 할 수 없었기에 "설마, 아닐 거야"를 외치며 부정하고 있었지만, 솔직히 우린 매 순간 너무 걱정되고 무서웠다. 망상의 바다와 싸우며 버티며.. 그렇게 우리는 첫 번째 관문은 통과했다.




위의 긴박했던 과정들은 내가 직접 경험한 내용들은 아니다. 보호자는 1명만 상주할 수 있어 내가 잠깐씩 교대를 해 주며 도와주긴 했지만, 그 긴 밤과 위급한 상황들을 혼자 감당하고 버텨낸 가은이 엄마의 이야기다.


한 번도 입원해 본 적 없는 엄마가 무엇을 능숙하게 할 수 있으랴. 하지만 울며 무서워하는 가은이를 진정시키기 위해, 엄마는 모든 수를 썼다. 가은이가 당시에 어린이집에서 선생님을 "미미"라고 부르고 있었기에, 간호 선생님은 우리를 도와주는 분이라는 의미로 똑같은 "미미"의 호칭을 썼고, 가은이가 심리적으로 안정을 가질 수 있게, 팅팅 부어오른 손과 발 위에 하트를 그려 달라 부탁을 했다.


그리고 숫자 세는 재미가 붙어 있었던 가은이에게 하트 개수로 숫자놀이를 하며 고통을 전환시키며 그 시간들을 버텨줬다.


"미미(선생님)"와 "하나,둘,셋" 그리고 '하트'로 사랑을 선물한 엄마.


그리고 본인은 밤새도록 펑펑 울었으면서 남편이 걱정하지 않도록 위 동영상을 보내, 출근하는 아빠를 안정시켜 주었다. 사무실에서 처음 동영상을 받았을 때는 가은이가 엄마와 병원에서 잘 적응하고 있는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말하지 않았던 상황들을 다 알고 난 후, 이 영상은 보면 볼수록 내 마음을 후벼 판다. 누구보다 슬퍼하며 절규했을 엄마의 마음을 아이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본인은 얼마나 애썼을까.


아무튼 우리 가족은 각자의 위치에서 자신만의 무게를 감당하며 최선을 다해 견뎌내야 했다. 사실 그거 말고는 방법이 없었다.


누구보다 무서웠을 가은이가 생소한 병원 환경에 빨리 적응해야 했지만, 그건 솔직히 불가능한 것이었다. 매 순간 눈물범벅이 되어 엄마만 찾으며 매달렸던 순간의 연속들. 하지만, 암병원이라는 극한의 장소에서 패닉이었을 엄마는 항상 본인보다 가은이를 위해 자기 몸을 던지며, 따듯한 온기로 함께 버텨주었다.


아이에게 엄마는 신적인 존재라고 한다. 그전까지 말의 의미를 아빠인 나는 잘 몰랐다. 하지만 극한의 상황 앞에서, 비로소 난 엄마만이 줄 수 있는 헌신적인 사랑의 깊이를 두 눈으로 직접 확인했다.


그녀가 가은이의 엄마라서,

그리고 내 단짝이자 아내라서 정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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