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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하는 늑대 Oct 19. 2022

가을에 해야 할 3가지

 특별한 이야기를 하려는 건 아닙니다. 누구나 다 아는 뻔한 이야기를 뻔하게 할 겁니다. 모두가 아는 이야기라 할지라도 다시 할 만한 이야기는 그대로 또 의미가 있기에 다시 해 봅니다.     




첫 번째, 나다니세요!

 날이 얼마나 좋은가요. 가을만 한 날이 있을까요? 봄이 떠오르는 분들이 있을 겁니다만 봄은 아직 조금 춥습니다. 꽃샘추위라는 말이 괜히 있는 계절이 아닙니다. 분명히 겨울이 끝나고 여름을 향해가는 중간 계절이긴 합니다만 춥습니다. 3월 추위는 한 겨울 추위보다 더 추울 수도 있습니다. 꽃샘추위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누가 지었는지 정말 예쁘게 잘 지은 것 같습니다. 꽃을, 꽃이 피는 계절을 샘내는 혹은 겨울이 끝나가는 그 시샘과 질투와 아쉬움을 담아낸 단어입니다. 지나가는 겨울의 앙증맞은 해코지로 봄은 조금 춥습니다. 봄이라고 샤랄라~ 옷을 입었다 감기 걸리기 딱 좋은 상황을 맞이하는 여인네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계절입니다.


 여름과 겨울은 말해 뭐 합니까. 그냥 너무 덥고 춥습니다. 물론 여름과 겨울이 주는 계절로서의 장점도 있습니다만 일단 너무 덥고 춥습니다. 맨 정신으로 다닐 수 있는 계절은 아닙니다. 그에 반해 가을은… 가을은….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입니다. 하늘을 보세요. 가을 하늘. 크~ 맑고 맑습니다. 높고 높습니다. 티 없이 맑고 높은 그리고 파아란 하늘. 바라만 보고 있어도 감탄사가 절로 나옵니다. ‘어허, 거 참, 하늘.’하는 굳이 설명이 필요 없는 감탄사가 절로 나올 정도입니다. 바람이 불거나 비가 와서 스산함을 주기도 합니다만 짧은 가을 동안 그런 날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리고 겨울을 향해가는 계절이니 또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합니다.(가을에 지극히 편파적인 입장.)


 가볍게 옷을 입고 필요하다면 얇은 겉옷 하나 정도 챙기면 아주 기분 좋게 다닐 수 있는 기온을 유지해 줍니다. 고추는 가을볕에 말리는 거라고, 볕이 뜨겁긴 합니다만 여름과 달리 습하질 않아 그림자만 찾아들면 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습니다. 나다니세요. 죽으면 썩어 없어질 몸, 애끼지 말고 나다니세요. 동네고 공원이고 어디고, 산책이고 드라이브고 여행이고 어떻게든 나다니세요.


 아무 생각 없이 창가로 다가가 말갛고 맑은 하늘을 올려 다 보세요. 그럼 나가고 싶을 겁니다. 아니 나가기 영 귀찮다면 그렇게 창가에 서서 하늘이라도 보세요. 여름내 에어컨을 튼다고 굳게 닫혀 있던 창문을 열고 가을 공기와 바람을 느끼며 하늘을 보세요. 주체할 수 없는 마음 그냥 나가면서 풀어 버리는 겁니다. 혼자도 좋고 누군가와 함께여도 좋습니다. 혼자로서 존재하고 함께 하면서 서로를 생각하는 겁니다.     




두 번째, 책 읽으세요.

 누가 만들어 낸 이미지인지 모르겠습니다만 가을은 독서의 계절입니다. 누가 만들어 낸 게 무슨 상관이 있나요? 앞에서도 이야기했듯이 좋은 날 좋은 책 그냥 읽는 거지요. 물론 책을 읽는 데 굳이 계절을 가를 필요는 없습니다. 나른한 봄날, 더운 여름이지만 시원한 에어컨을 틀고, 따뜻한 아랫목에 배를 깔고 읽는 책 맛은 다 좋습니다. 계절을 굳이 탈 필요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나른하지도 않고 덥지도 않고 추워 따뜻한 곳을 찾지 않고 아무 때, 곳에서 책을 읽을 수 있는 가을이 상대적으로 책을 읽기에 보다 나은 계절인 건 사실입니다.     


드라마 도깨비의 명대사를 잠깐 빌려 오면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날이 적당해서, 모든 날이 책 읽기에 좋았다.

거 참 작가가 누구인지 어찌 저리 멋진 말을…. 부러울 따름입니다.     

 

 출판업계에서 만들어 낸 이미지이든 뭐든 그게 무에 그리 중요하겠습니까? 마음의 양식이라고 할 수 있는 독서, 이왕 하는 거 박명수 아저씨가 자주 하는 말처럼 오곡백과가 무르익는 가을에 하면 마음에 양식을 채우기 조금 더 좋지 않을까요? 책을 읽는 방법은 다양합니다. 굳이 책을 살 필요도 없습니다. 전자책부터 시작해서 책을 읽을 수 있는 구독 서비스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예전보다 더 쉽게 책을 읽을 수 있습니다. 가을이라는 계절에 걸맞게 산책도 할 겸 돈도 안 드는 도서관을 가는 것도 괜찮습니다. 우리가 잘 안 가서 그렇지 도서관 생각보다 잘 되어 있습니다.       




세 번째, 글을 써 보세요. 

 일기, 기록, 메모, 등등 뭐가 됐든 써 보세요. 직접 펜을 들어 노트에 써도 좋고, 시대가 시대인 만큼 노트북이나 데스크 탑을 이용해 문서로 작성해도 좋고, 우리 모두 들고 다니는 스마트폰을 이용해도 좋습니다. 모두 작가, 시인되기 좋은 그런 계절입니다.


 가을은 수확의 계절입니다. 그와 동시에 죽음의 계절이기도 합니다. 나뭇잎이 스스로를 불태워 노랗고 빨간 죽음을 맞이하는 계절입니다. 죽음은 두렵긴 하지만 삶과 공존하는 겁니다. 가급적이면 늦어지길 바라지만 분명히 다가올 순간입니다. 저 역시 죽음이 싫고 저나 제 가족에게 있어선 가급적 늦게 찾아오길 바라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올 거라는 건 거부할 수가 없습니다. 조금 더 확장하면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고 생성이 있으면 소멸이 있듯이 지극히 당연한 이치입니다.


 봄에 움을 틔워 여름내 씩씩하게 자라다 가을이 되면 스스로를 불태워 죽어 떨어지는 나뭇잎은 또 다음 해의 움을 위해 기꺼이 양분이 됩니다. 우리도 쉼 없이 달려온 봄과 여름을 정리하고 돌아보며 겨울을 맞이하고 다가올 다음 봄을 준비하는 시간으로 가져도 좋을 계절입니다. 수확과 동시에 다음을 생각하는 계절, 이만큼 스스로를 돌아보기 좋은 계절도 없습니다.


 스스로를 돌아보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쉽게 시도해 볼 수 있는 방법이 일기입니다. 지나 간 봄과 여름을 돌아볼 거니 계절기라고 할까요? 이름이 무어든 기록을 해 보세요. 그냥 알고 있는 것과 적어서 정리를 하는 건 또 다른 이야기입니다. 적어 보세요. 스스로를 적어 보세요. 또 다른 나를 발견하게 될 겁니다.




 앞에서 이야기한 대로 뻔한 이야기, 가을 핑계 삼아 뻔하게 한 번 해 봤습니다. 가을이 중요한 게 아닐 겁니다. 지금을 즐기세요. 지금 이 순간을 몸에 하나하나 새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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