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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하는 늑대 Nov 09. 2022

정답게 이야기를 나누다. 화담和談

 10월 첫째 주와 둘째 주 주말이 공교롭게도 동일하게 토, 일, 월을 쉴 수 있게 연휴가 잡혔다. 이렇게 연 2주에 걸쳐 연휴가 잡히는 것도 보통 우연은 아닌 것 같다. 그 덕에 아빠 역할 톡톡히 하면서 여기저기 아내와 아이와 함께 잘 돌아다녔다. 그리고 10월 중순 세 번째 주말을 맞이했다. 사실 2주에 걸쳐 신나게 놀았기에 세 번째 주말을 맞이하는 마음은 다소 피곤하긴 했다. 그럼에도 11월부터 주말에 일을 해야 하는 방향으로 변화가 있을 듯하여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주말 시간을 마저 가족과 함께 보내기로 했다 보다는 보내야만 했다.(10월 이야기를 쓰고 있는 지금은 11월 초이며 11월에 주말에 일을 해야 하는 변화는 잠정적으로 중단 혹은 연기됐다.)



 어디 갈까 가 항상 고민이다. 일상적인 주말여행은 시간과 장소 그리고 중요한 돈 등을 들일 수 있는 한계 혹은 제약 등이 명확하다. 그럼에도 괜찮은 장소가 있고 가성비가 좋다면 1박 2일로 해서 어디든 갈 수 있긴 하다.(제주도를 위시한 도서島嶼지역을 제외하면 부산이고 남해고 강원도고 어디든 갈 수 있다. 달릴 수 있는 차가 있고 기름 값이 올라 진상이지만 기름이 있으면 어디든 갈 수 있다. 물론 요즘엔 나이가 조금 들어 운전할 때 예전보다 많이 졸리긴 하지만 그마저도 과자 등을 오물거리며 해결할 수 있다. 부연 설명이 길어지는데 이왕 길어 진거 조금 더 이야기해 보면 난 아무래도 역마살이 조금은 있는 것 같다. 차를 끌고 싸 돌아다니는 느낌이 꽤 괜찮다.)



 그런데 생각보다 그런 괜찮은 장소는 쉬이 생각이 나질 않는다. 살고 있는 도시는 물론이거니와 주변 도시의 가볼 만한 웬만한 곳은 거의 다 가 봤다. 간 곳을 또 가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가급적이면 안 가 본 곳을 찾으려 애를 쓴다. 찾고 찾다 애석하게도 전에 가 본 곳을 또 가기로 했다. 물론 처음 가 봤을 때 기억이 좋았기에 다시 가 보려 하는 것이다. 처음은 아내와 단 둘이 갔었고 이 번엔 아이까지 같이 가는 부분이 조금 다르긴 하다. 가고자 하는 장소가 또 생각이 난 이유는 가을이기 때문이다. 각 계절마다 남다른 풍광을 보여주긴 하겠지만 가을이 그래도 가장 볼 만할 것 같다.(참고로 다른 계절엔 가 본 적이 없다.)



 ‘화담 숲’을 가기로 했다. 아는 사람들은 알 것이다. 입장 인원을 제한하는 나름 관리가 잘 되는 수목원이라고 해도 될 것 같고, 커다란 아주 커다란 정원이라고 해도 될 만한 곳이다. 입장 인원 제한이 있기 때문에 가기 전에 예매를 해야 한다. 현장 예매가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된다고 해도 쉽지는 않을 것이다. 처음도 그랬고 이번에도 예매를 했다. 갑자기 가기로 결정한 부분이라 가기 전날 예매가 순탄하진 않았다. 입장 시간 별로 예매를 할 수 있는데 적정 시간대는 이미 예매가 꽉 찼거나 자리가 나도 한 자리 정도만 있었다.



 포기를 하고 11월 정도에 갈 생각으로 예매를 해야 되나 하던 차에 아내가 입장 시간 간격이 20분이니까 예를 들면 오후 1시에 한 자리를 예매하고 이어서 1시 20분에 또 한자리를 예매하는 식으로 해서 누구든 먼저 들어가 입구에서 기다리자는 의견을 냈다. 아이는 어차피 아직 무료입장이기에 먼저 들어간 사람과 같이 들어가도 되고 밖에 남아 있는 사람과 같이 있어도 됐다. 실제로 아마 오후 1시 20분 한 장, 1시 40분 한 장 이렇게 예매를 했을 것이다.



 20분은 어~하다 보면 지나가는 시간이기에 이만하면 됐다 싶어 예매를 완료했고 다음 날 출발했다. 청주에서 1시간 조금 넘는 시간이면 갈 수 있는 거리라 큰 부담 없이 갔다. 도착을 해서 주차장을 찾아 가는데 뭔가 묘하게 처음 왔을 때와 달라진 점을 느꼈다.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기억에 의하면 주차도 다른 곳에 했던 것 같다. 물론 다 거기서 거기이기 때문에 큰 차이는 없지만 다른 곳에 주차를 했고 아이를 유모차에 태워 다소 경사가 있는 길을 걸어 올라갔다. 전에는 숲 입구까지 셔틀이 있었던 거 같은데 당일에만 운영을 안 한 건지 아예 운영을 안 하기로 한 건지 모르겠지만 여하튼 보이질 않았다. 그 덕에 헉헉거리며 열심히 걸어 올라갔다.


 숲 입구에 도착해 아내 먼저 아이랑 들어가 있어라 하는 등의 이야기를 하다 혹시나 해서 20분 차이로 예매를 했다고 이야기하니 괜찮은지 직원이 그냥 같이 들여보내 줬다. 다행이었다. 올라오는 길이 힘들어 입장하자마자 물을 마시면서 한 숨 돌렸다. 앞에는 사람들이 연신 사진을 찍고 있었다. 화담 숲에서 아예 잘 찍으라고 삼각대까지 설치해 두었다. 멋들어진 소나무를 배경으로 화담 숲을 새겨 놓은 비석(?)이 바로 자리하고 있는데 입장하는 사람들마다 줄을 서 사진을 찍었다.


 산을 타듯이 올라가면서 나무나 꽃 등을 보고 내려오는 건데 모노레일을 타고 올라가도 되고 걸어 올라가도 된다. 첫 방문 때는 모노레일을 타고 올라갔는데 이번엔 예매도 못 하고 해서 그냥 걸어 올라가기로 했다. 덕에 전에 보지 못한 곤충관과 다람쥐도 봤다. 계속 걸어 올라가면서 아이는 걷기도 했고 안겨 올라가기도 하고 유모차를 타기도 했다. 시간이 낮잠 자는 시간과 겹쳐 엄마, 아빠에게 효도하느라 유모차에서 한참을 자기도 했다.


 올라가면서 든 생각은 전에도 그랬지만 참 잘해 놨다, 다른 가족들하고 와도 좋겠다, 엄마랑 와도 괜찮겠는데 까지 생각이 번졌다. 그리곤 바로 정리했다. 참 좋은데 엄마는 관절이 안 좋은 사람이라 오면 반의 반도 올라가지 못하고 오르기를 포기하겠구나 싶었다. 모노레일을 타고 올라가는 것도 괜찮지만 사실 관절엔 올라가는 것보다 내려오는 게 더 부담이 된다. 그렇다고 올라갈 때, 내려올 때 모두 모노레일을 타기엔 속속들이 예쁜 꽃과 나무가 아쉽다.


 충분히 볼 만큼 보고 날이 저물어 어둑어둑해질 때 즈음 집으로 향했다. 다음 날인 일요일은 특별한 일정 없이 집에서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월요일 우리 가족은 아주 깔끔하게 3명 전원 감기에 걸려 버렸다. 화담 숲을 간 토요일에는 날이 특별히 춥거나 비가 오거나 하지 않아서 별스럽지 않게 보냈는데 계속 사방이 트인 야외에 있어서 그런 건지 뭔지 모르겠지만 아이부터 시작해서 나 그리고 아내로 이어지면서 순차적으로 감기에 걸리고 감기 기운을 앓아야 했다. 가을날 좋다고 나대다 헛바람이 들었나 보다.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몸은 그런지 나이 먹은 티를 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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