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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우리는

by 고운로 그 아이


내가 오 학년 때 육 학년이던

같은 시조반 창진이 오빠.

아직 운율도 깨치지 못한 나에게

시조를 참 잘 쓴다고 말해 주었지.

4월의 여린 나뭇잎 사이를 통과한 햇살이

오빠 얼굴을 빤히 비출 때 나는 참 좋더라.

내가 서툰 솜씨로 오르간을 칠 때

끝까지 경청하던 모습도 말이야.

졸업 후로는 본 적이 없지만

가끔 어떤 사람이 됐을지 궁금하기도 했지.


브런치에서 만난 A 작가님.

아직 졸필인 내 글을 읽고도

찬사를 아끼지 않는 마음이 창진이 오빠와 겹 보여.

혹시 이곳에서 글을 쓰고 있는 것일까?

꼭 찾고 싶은 것은 아니야.

앞만 보고 나아가다 보면

서로의 삶이 교차할 수도 있는 거겠지.

우리는 어느 순간 점으로 만나 또다시

선으로 멀어지는 건지 몰라.

다만 곳에 있을지 모르는 창진이 오빠의 꿈이

꺾이지 않고 곧게 나아가길 바랄 뿐이야.


중학교 때 내가 재밌다며

걸핏하면 코를 벌름거리며 웃던 미경이.

찹쌀떡 같이 동그랗고 흰 얼굴이

너도 나와 함께 시조를 썼지.

때때로 예사롭지 않은 글에

속으로 많이 놀라기도 했어.

서로 다른 학교에 진학하며 소식이 끊겼지만

졸업 앨범 속에서 다시 찾은 너.


브런치 친구 B 작가님,

혹시 미경이가 아닐까 싶.

시답잖은 글에도 달려와서

소녀처럼 웃어 주고 가는 걸 보면 말이야.

글 솜씨도 예사롭지 않아.

가끔 깜짝깜짝 놀라전율이 오거든.

굳이 이름을 물을 필요도 없어.

네가 아니라 해도 너를 떠올렸으니까.

그저 서로 응원해 주는 글벗만으로도

우리 사이 충분해.

더 가까워지지 않아도 지금처럼

평행을 이루며 함께 꿈을 향해 어 가면 좋겠어.

인연이란 어디로 날아갈지 모르는

허공 속의 나비와 같 해도

꿈은 길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어.


브런치의 수많은 창진이 오빠, 미경이에게.








연재 '삶 속에 스치는 시 2' 30화를 완주하였습니다.

2월에 1화를 발행했으니 주 1회를 발행하고 완결하는데 6개월이 걸렸습니다.


그동안 삶 속에 스치는 시, 시즌 2를 읽어 주시고 공감해 주신 작가님들께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다음 주에 바로 시즌3으로 넘어갑니다.

부족하지만 최선을 다해 써 보겠습니다.


오늘 시에서 주인공인 창진이 오빠, 미경이는 실존 인물입니다. 이름도 실명 그대로 썼습니다^^ 의도치 않게 두 사람 모두 한 때 저와 같이 시조를 썼던 인물들이네요.

친구, 동료를 지지하고 격려하는 수많은 창진이 오빠, 미경이가 브런치 세상에 존재합니다.

브런치가 없다면 사라질 인연들인지 모르겠지만 이곳에 남아 앞으로도 좋은 글벗으로 함께하고 싶습니다.


오늘은 사정상 댓글 창을 닫아 두려 합니다.

편히 머물다 가시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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