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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 위로

by 고운로 그 아이


내가 시를 쓰는 줄 알았는데

시가 나를 쓰고 있었다

내 눈물에 붓을 적셔

독백을 받아 적었다

온종일 생각을 듬고

마음에 옷을 입혀 문장을 만들었다


나는 얕은 물

접시에 고인 물

이 알량한 곳에서도 시의 꽃이 피고

풀이 자랄 수 있는가를 는다

짧은 기도로 나를 쉽게 용서하였다

몇 방울의 눈물로 타인의 깊은 픔을 위로하려 했다

밤의 다리를 건너며

해가 뜨면 을 위선을 부끄러워한다

얕은 물에 얼굴을 비춘다

이래도 나를 쓰겠느냐고


시가 말을 건네 온다

세상 어떤 궁핍한 마음에서도

진실을 길어 올릴 수 있다고

단 한 방울의 눈물이라 해도

눈물에 눈물이 더해져

샘물이 되는 거라며


하찮아 보는 밤하늘 작은 혜성처럼

우리는 아득히 먼 곳에서 왔다 한다

꼬리를 어뜨리고

외로움과 고통과 슬픔을 쓸어 모으며 왔다 한다

별에는 숱한 눈물 자국이 있다

상처마다 흘린 눈물 마르기도 전에

다시 일어서서 걸어왔다

그래서 반짝반짝 빛이 난다고

작은 눈물들이 모여

밤하늘이 아름다운 거라고

토닥토닥

시가 나를 위로해 준다







아직은 문학인이라고 할 수 없이 그저 기웃거리는 사람입니다.

뜬금없이 문학인이라는 정의를 검색해 보게 되었습니다. 문학인은 단순히 글을 쓸 줄 아는 사람이 아니라 몸과 마음의 수련을 통해 우러나오는 향기가 배어 있어야 하고, 세속적 이익보다 대의(大義)를 추구하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글을 쓰는 능력, 올바른 인격, 사회의 정의 실현을 위한 열정과 행동력. 그 모든 덕목을 갖추어야 문학인이 되는 것이라면, 저는 자격 미달인지 모릅니다.

저는 저와 가족 중심의 삶을 삽니다. 정의가 무엇인지 알지만 불의에 선뜻 맞서지도 못합니다. 어쩌다 억울한 피해를 입을까 노심초사하는 그저 소시민입니다.

이런 내가 시인이 되고 문학인이 될 수 있을 것인가를 자문해 보면서 한없이 작아지는 것을 느낍니다.


하지만, 우리의 인생을 되돌아보면 그 개개인마다의 역사는 결코 밋밋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험난한 길이었고, 험준한 산이었고, 눈보라 치는 광야였고, 파도가 집어삼키는 바다였습니다. 이 굴곡진 삶을 직면하며 진실 아닌 가식의 힘으로 이겨나가는 사람은 없습니다. 치열하게 싸워온 길이었습니다.

작은 존재라고 해서 그의 삶이 하찮고 쉬웠다고 누가 폄하할 수 있을까요. 그의 등 뒤에는 어마어마한 내력이 굽이치고 있습니다.

저는 생각합니다. 문학이란 글로써 자신을 과감히 표출할 수 있는 힘과 용기라고 말입니다.

때로는 샘물처럼 고요하게, 때로는 폭풍우처럼 거칠게, 그 어떤 결로든 으로 표현할 수 있는 힘과 용기가 문학의 본질이라고 생각합니다.

정확한 개념 정의를 한 것이 아니고, 제 주관적 해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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