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행

by 고운로 그 아이


종일 후둑이던 비가 그친 밤

인적 없는 골목길에 접어들면서부터

그녀는 목덜미가 서늘해졌다.

누군가 몰래 뒤따라오는 낌새를 느꼈다.

기분 탓이라 믿으며 휙 돌아봤을 때

스치듯 지나간 눈동자.


머릿속에는 번개가 치고

우산 손잡이를 꽉 움켜쥔

손등의 핏줄이 툭 불거졌다.


속도를 내면 같은 속도로 따라오는,

그러다 멈추면 멈추어 버리는

의문의 상대.


도주로를 정해야 했다.

직진하면 계단이 있고 그 바로 앞에는 오른편으로 길이 꺾여 있다.

머릿속에는 시뮬레이션이 돌아갔다.

계단 위를 뛰어올라 뒤돌아서 우산을 휘두르면

뒤따르던 상대는 계단 아래로 내동댕이쳐질 것이었다.

소싯적에 배운 태권도를 몸이 기억했다.

상대가 다시 접근하면 발바닥에 체중을 실어

거세게 밀어차기를 해야지.


그녀는 잠시 멈췄다.

방문 뒤에서 들킨 그리마가 퇴로를 모색하며 죽은 체하듯

그 머리에서 계산이 끝날 때까지.


뚝,

나뭇잎에 매달린 빗물이 떨어지며 정적을 깨뜨린 순간

그녀의 몸은 활시위처럼 튕겨지고 질주가 시작됐다.


그때였다.

좁은 골목길에 갑자기 나타난 자동차가 빠른 속도로 달려왔다.

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가는 골목길에서 필요 이상의 력을 내며.

그녀는 간발의 차로 계단을 올라가고

자동차는 계단에 바짝 붙어 오른쪽으로 급하게 방향을 틀었다.

깊은 물웅덩이에 뒷바퀴가 빠지며

그녀는 물벼락을 맞았다.

운전자는 만취상태였을까?


그녀는 숨을 깊이 내쉬며 계단에 털썩 주저앉았다.

미행자는 보이지 않았다.

아니, 애초에 없었다.

이웃집 대문 풍경 끝에 매달린 물고기가 튀어 오르며

쩌렁쩌렁 내는 소리, 그 종소리가

잊고 있던 말씀 한 구절을 떠오르게 했다.


'나를 눈동자 같이 지키시고

주의 날개 그늘 아래에 감추사'


그녀를 몰래 추적하던 눈동자는

신의 가호가 명함을 깨달은 순간..








신년이 되면 각자의 믿음의 방식대로 소원을 빕니다.

새해 첫 일출을 지켜보며, 새해 기도회에 참석하며, 종소리를 들으며, 가장 간절하고 숭고한 마음으로 소원을 빕니다.

기독교인인 저는 늘 해오듯 성경 구절을 적고 간절한 소망을 기도 공책에 적습니다.

그 가운데 항상 빠지지 않는 기도 중 한 가지는 눈동자처럼 지켜주시기를 바라는 기도입니다.

눈동자는 신체의 가장 민감하고 중요한 부분으로서의 눈동자 의미도 있으며, 전능하신 하나님의 눈동자로 지켜주실 것을 염원하는 마음도 있습니다.

나를 눈동자 같이 지키시고

주의 날개 그늘 아래에 감추사

이 구절은 성경 시편 17편 8절에 나오는 말씀입니다.


이사 온 동네는 대체로 치안상의 문제는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밤이 되면 골목길이 으슥해지면서 공포심이 고개를 듭니다. 어디서 갑자기 무언가가 튀어나올 것 같기도 하고 소리 없이 쫓아올 것 같기도 하구요.

물론, 제가 아는 바로는 이 동네에 범죄가 발생한 적은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안을 느끼는 것은 한 치 앞을 모르는 인간의 나약한 본성 때문일 것입니다.

으슥하고 후미진 곳에서도 늘 지켜주시는 눈동자가 나를 따라다닌다는 믿음이 있다면 공연한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시에서는 위험 상황에서 미리 대피하게 이끄신 신의 능력을 표현해 보았습니다. 시이기에 더 극적인 요소가 가미되었습니다.

길이 좁은 동네라서 자동차가 스치듯 지나가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 모든 위험에서 우리가 무사할 수 있는 것은 우리의 주의력에 더해 신의 가호일 것임을 확신합니다.


고백하자면 원래 하나님을 찬양하는 시가 아니었는데 퇴고를 거듭하다 보니 의도가 자연스럽게 정되었습니다.

의미가 잘 전달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사진은 드라마 응답하라 1988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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