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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고운로 그 아이
Nov 05. 2024
백김치
설익은 우리들이
차가운 수중에 정좌하고
함께 견디는 긴 수행의 시간
샛노란 빛이
무보다는 때깔 곱지
아직 버리지 못한
배추의 뻣뻣한 자존심
수분 뱉어 내고
짠 소금기 삼키다 보면
억센 기운
이내 한풀 꺾인다
고추, 마늘, 생강,
맵고 모진 성질
다 내려놓고 젖어 들면
어느새 뾰족한 마음
누그러지고 둥글어져
청량한 맛이 되고
감미로운 향이 된다
우리가 익어가는 것은
서로가 아닌
긴 시간과의 싸움
내가 익고 네가 설익는 것이
행복이 될 수 없는,
같이 노 저어 가는
운명
살아간다는 일은
나를 세상에 푹 절여
내 교만 뱉어 내고
쓴 시련 삼켜가면서도
제법 맛깔스럽게
어우러져 가는 일
한 배를 탄 너와 나
서로 어깨동무하며
세상의 물결에
둥실둥실 몸을 맡기고
함께 익어 더 감칠맛 나는
백김치를 만들어 가는 일
백김치
는 배추를 절여 무, 쪽파, 당근, 부추, 마늘 생강 등을 넣고, 풀을 쑨 물을 부어 숙성시켜 만드는 김치이다.
김장철에는 동치미를 주로 담그기 때문에 백김치를 안 담그는 집도 많겠지만, 우리집에는 백김치가 떨어지는 날이 없다. 딸이 좋아하기 때문이다. 입 짧은 딸이 백김치는 한 그릇을 비운다.
백김치는 주로 알배기배추로 담근다. 노란색 잎 부분이 많고 줄기가 부드럽다. 포기째로 담가도 되지만 식사 때마다 자르는 수고를 덜기 위해서는 숭덩숭덩 썰어 담가도 괜찮다.
백김치는 이름이 무색하게 오색 빛깔 찬란하다.
배추의 노란 빛깔, 고추의 빨간 빛깔, 당근의 주황 빛깔, 쪽파의 푸른 빛깔, 무의 흰 빛깔, 거기다 대추 몇 알을 띄우고 사과를 몇 조각 넣어주면 과유불급이 아닌가 싶을 정도지만, 맛이 따로 노는 법 없이 잘 어우러진다.
배추김치가 그 집 김치 맛의 내력을 말해주는 반면, 백김치 맛은 크게 편차가 없다고 본다.
갖은 재료 넣고 풀 쑤어 붓고는 잘 익혀주면 끝난다. 간 맞추기에 따라 맛이 조금 다를 수는 있지만 깔끔하고 시원한 맛으로 먹는 김치이기 때문에 강한 젓갈향은 피하는 것이 좋다.
이번 주에는 무슨 시를 써 볼까 고민 중
에 백김치가 눈에 들어왔다. 생활 시는 눈에 띄는 것이 소재다. 피아노가 눈에 띄면 피아노를 쓸 것이고, 나무가 눈에 띄면 나무를 쓸 것이고, 가방이 눈에 띄면 가방을 쓸 것이고..
누구든 제 눈에 띄세요. 써 드립니다.
싫으시면 마주치시면 안 됩니다^^
남효정 작가님이 눈에 밟히시네요^^, 희야 작가님, 진아 작가님도 눈에 뜨여요. 절대신비님, 절대 안 쓸 테니까 피하지 마시구요.
(좋아하는 순서 아닙니다,
웃자구요^^)
라이테 작가님은 적극적으로 띄실 듯, E성격.
마시멜로우 작가님은 언제 오시려나요? 휴식 중이시니 이 글도 못 보시겠지요.
포도송이 작가님은 인기가 너무 떡상?해서 함부로 모실 수 없습니다.
이쯤 되니 이름 다 불러 드리고 싶지만 내 글이 뭐라고 출석을 부를까요. 재생의 욕조 리뷰 쓰려했는데 자꾸 미뤄지네요 오렌 작가님, 유미래 작가님 다음엔 파김치 쓸게요, 호랑 작가님, 채수아 작가님 안녕하세요?
어머, 나 잠깐 구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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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봐야 할까 봅니다. 어머 어머 왜 이래 오린이인가요? (오십과 어린이 합성어, 출처 포도송이)
제 나이 아래로는 안 불렀습니다, 어머 그것도 아닌데? 진아님, 포도송이님은
아래
시고 그 외 작가님들은
사실 나이 모릅니다^^
어머 진짜 좋아하는 작가님들
이름
반도 못 쓴 것 같네요...
저도 작가님들 이름 불러드리는 거 살짝만 한번 해 봤습니다.
많은 양해 부탁드립니다~~
끗
(어머 이건 김분주 작가님 멘트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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