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동네에 사는 남편친구 부부가 있다. 이 집도 아기를 기다리다 얼마 전 출산까지 했다. 가끔 카페에서 만나 수다를 떠는데 힘든 육아전쟁을 치르고 있다는 말을 하며 나에게 산후조리원은 예약했냐고 물어왔다.
"이제 9주 찬데 벌써 예약을 해요?"
"어머, 언니! 벌써 늦은 거 같은데요? 인기 많은 곳은 아기집 보고 바로 예약해요. 보통 8주 차에 하니까 서두르세요!"
'내가 느린 건지, 다들 참 부지런하구나'
때마침 이 부부를 만나 조리원 예약이 더 늦지 않게 되었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지금 다니는 난임병원은 종합병원에 속해있는데 이 병원에는 난임병원 졸업 후 전원 할 산부인과와 산후조리원도 함께 있었다. 원래 성격이 이것저것 많이 따지는 편도 아니고 비상시 산부인과와 붙어있는 조리원이 가장 안전하겠다 싶어 다른 곳은 알아보지도 않고 바로 이곳을 선택 했다.
인기 많은 조리원은 8주에 이미 예약이 끝난다는 소리를 들은 터라 바로 전화를 했다.
"안녕하세요. 2024년 6월 중순 출산예정입니다. 예약하고 싶어서 전화드렸습니다."
"내년 6월 중순이면 이미 마감되었지 싶은데, 잠시만요.
... 아, 딱 한자리 남았네요! 지금 방문 가능하시면 예약이 될 것 같습니다."
이곳 예약이 안된다고 하면 다른 곳을 알아봐야 하고 산부인과까지 다시 결정해야 할 수도 있어 걱정하던 터라 남편과 나는 부리나케 달려가기로 했다.
급하게 조리원으로 가는 길.
"자리가 하나 남아있다고 해서 다행이긴 한데, 이게 맞아? 우리만 천하태평했던 거야?"
평소 모르던 새로운 세상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있는 예비 엄마, 아빠는 그저 웃음이 났다.
태아보험도 이쯤 준비하는 거라고 해서 보험을 하고 있는 친구 남편을 만나 보험도 들었다.
'열무야~ 열무를 위해 하나하나 준비하는 지금이 엄마는 너무나 행복해'
열무가 우리에게 온 지 11주 6일이 되던 날.
느리게만 흐를 것 같던 2주가 또 그렇게 흘러 드디어 꿈꿔왔던 난임병원 졸업날이 되었다.
남편과 아침 일찍부터 백화점으로 향했다. 줄을 서지 않으면 못 먹을 도넛가게에서 줄까지 서가며 담당선생님과 간호사님들께 드릴 간식거리를 샀다. 별거는 아니지만 나만의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었다.
도넛과 쿠키 등을 챙겨 병원으로 가는 길.
당시 내 알고리즘은 임신과 태아였기 때문에 핸드폰에는 온통 관련 정보들 떴는데 우리 열무 또래가 찍힌 초음파 동영상을 보면 태아가 움직이고 있는 모습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달달한 쵸코우유를 마시고 가면 움직이는 태아를 볼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진다길래 가는 길에 쵸코우유까지 사 마시고 병원으로 향했다.
지난번 병원에서 열무가 일주일 늦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일주일보다 더 늦어진다면 걱정을 해야 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함께 들었었다. 부디 일주일 격차보다 더 벌어지지 않길 바라고 또 바랬다.
오후 진료 1번 순이었다. 긴장하며 기다리는데 내 이름이 불렸다.
진료실에 들어서자마자 초음파를 보러 들어갔다.
"불편한데 없으셨어요?"
담당선생님의 질문과 동시에 초음파 진료가 시작되었다.
"불편한 건 없었는데, 아기가 일주일 느리다고 해서 걱정을 많이 했어요."
"그때 제가 아기가 일주일 늦다고 했나요?"
"네..."
(아기 심장이 뛰는지 확인 후)
"아빠 들어오시라고 할게요"
다시 천천히 초음파를 확인하셨다.
화면에 열무가 나왔다.
세상에! 쵸코우유의 힘이 빛을 발했던 것일까, 열무는 너무나 이쁜 곰돌이 젤리 같은 모양을 하고서 발을 차며 꼼지락꼼지락 움직이고 있었다. 남편은 급하게 핸드폰을 꺼내 들고 초음파 화면을 찍어댔고, 나도 그동안의 걱정이 눈 녹듯 녹아버리는 듯했다.
"음... 일주일 느린 건 마찬가지라 오늘이 10주 6일이 되겠네요, 그래도 이번 2주 동안은 잘 따라와 주었어요. 이 부분이 뇌이고, 이 부분은 척추, 그리고 여기 손가락 발가락이 생겼네요."
'세상에, 세상에'
평소엔 하지도 않던 감탄사들이 계속 튀어나왔다. 이게 무슨 감정인지 표현도 안될 만큼 벅찼고, 감사하고 또 감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