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할 수 있는 사람

나의 사람

by 이나은

두 돌이 안 된 딸의 사진을 매일 찍으려 한다.
아이가 기억하지 못할 순간이기도 하고, 기록하지 않으면 나도 금세 잊어버린다. 언제 네가 뒤집기를 시작했는지 생후 며칠째에 너의 치아가 올라왔는지

벌써 기억나지 않아서 적어 놓았던 기록을 찾아보곤 한다.


아기는 늘 예쁘지만 밤에 재우고 사진으로 볼 때가 가장 예쁜 것 같다. 그 사진을 시부모님과 친정부모님께 전송해드린다. 사진을 받아보신 시부모님은 딸이 남편을 닮았다고 하시고 친정부모님은 나를 닮았다고 하신다. 내가 낳은 자식이니 나를 닮았겠지만 어디가 나를 닮고 어디가 남편을 닮았는지 사실 잘 모르겠다. 그러다 우연히 오래된 앨범 속의 나를 보니 꼭 딸을 찍은 사진 같다. 웃고 있는 사진도 그렇지만 특히 짜증 내고 있는 표정이나 행동이 나를 빼닮았다.

지금은 딸에게 내가 필요하지 않은 순간이 없지만 곧 나에게서 하루하루 한 걸음씩 멀어지겠지. 날마다 예뻐지고 성숙해져서 나에게서 멀어질 딸, 나는 조금씩 꾸준히 늙어서 그런 너를 뒤에서 지켜보겠지. 뭐든지 할 수 있을 너를 보며 그 젊음과 가능성을 질투하게 되는 건 아닐지 조금 걱정이 된다. 또 한편으로는 나를 닮은 딸이 내가 갈 수 있었던 수많은 길 중에 하나를 선택하고 걸어가는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된다. 그런 너를 보며 내가 다시 사는 삶이 될 것 같다.

아이를 낳고 키우다 보니 엄마도 부족하고 실수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이해하게 되었지만, 어릴 때 나는 엄마에게 바라는 게 많았던 것 같다.

엄격하고 무서웠던 엄마가 좀 더 다정하기를 바랐고, 나를 위해서라도 아빠와 부부싸움을 하지 않았으면 했다. 나와의 약속을 잘 지키지 않고 나에게 화를 잘 내던 엄마에게 상처를 받기도 했다.

나의 작은 행동, 내가 하는 사소한 말들이 딸의 마음에 상처를 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면 무섭다. 어릴 땐 엄마가 가장 무서운 사람이었고 지금 나에겐 자식이 가장 어렵고 무서운 사람이 되었다.

크리스마스이브, 산타클로스에게 받을 선물을 생각하며 신나 있던 유치원생인 나에게 엄마는 산타클로스는 없다고 했다. 다른 사람도 아닌 엄마가 굳이 산타가 없는 현실을 알려주는 게 야속했다. 언젠가 알게 될 사실이지만 산타가 있다고 믿는 딸의 동심을 최대한 지켜주고 싶다. 어릴 때 기억을 떠올리며 내가 엄마에게 받고 싶었던 사랑을 딸에게 주고 싶다.

딸이 자라 지금 내 나이가 된다면 나를 어떤 엄마로 기억해줄까. 어릴 적 모습이 꼭 닮은 엄마. 부족하지만 산타클로스의 존재를 지켜준 다정한 엄마로 남게 된다면 좋겠다. 혹시 나도 모르게 줬던 상처를 기억하고 가슴에 담고 있다면, 진심으로 사과할 수 있는 엄마가 될 준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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