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을 말랑말랑하게
험악한 얼굴에 험악한 몸집. 나는, 걸어 다니면 주변에서 피할 망정 먼저 다가오기는 힘든 타입이다. 물론 내면은 비단결처럼 부드럽고 친절하지만, 드러낼 기회는 없기 때문에 물론 증명된 바는 없다.
오늘 아이의 엉덩이 딤플 검사를 위해 삼성의료원에 방문했다. 오래된 디카페인 원두로 내린 커피를 마셔서인지 아내는 밤 새 구토를 하며 몸이 안 좋았기에, 생후 약 50일이 된 아이를 데리고 혼자 병원길에 나섰다. 오전 반차를 쓰고, 기저귀 가방을 준비하고, 바구니 카시트에 아이를 태워 차에 장착했다. 출발 직전 아내가 수유를 했기 때문에, 다녀와서 수유를 하면 된다고 했지만,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니 분유도 젖병 한 통 분량, 그리고 따뜻한 물을 텀블러에 넣어서 출발했다.
한 시간 남짓 걸린 운전에, 아이는 요란하지 않게 무사히 있어줬다. 주차하고 나서, 오른손에는 바구니 카시트와 아이, 왼손에는 기저귀 가방을 들고 병원에 들어가는 길. 서너 분이 차례로 말을 건다.
"아이고, 애기 너무 예쁘네!"
"몇 주나 됐어요? 한 2-3주 되어 보이네~"
"아빠가 듬직하니 든든하네~"
영상의학과에 도착해서 접수하고, 차례를 기다린다. 40분 정도 기다린 것 같다. 아이는 점점 배가 고프다고 칭얼거리는데, 재밌게도 우리 아이는 안은 채로 걸어 다니면 울음을 그친다. 때문에 아이를 안고 초음파 검진실 앞을 30분가량 걸어 다니며 아이를 계속 달랬다.
초음파 검진실 대기석의 모든 이목은 아이에게 쏠렸고, 검사 차례를 기다리며 심란했을 분위기는 어느새 말랑말랑해졌다. 어르신도, 아주머니도, 똑같이 딤플 검사를 하러 온 젊은 부부도 나에게 말을 건다.
"아빠가 애기를 잘 보네~"
"딤플 검사 하시는 거예요? 저희도 딤플 검사하러 왔어요~"
"아이고 힘들텐데 좀 앉아요~"
마침내 검진 차례가 되어 들어간 검사실. 다행히 아이의 딤플은 큰 이상 소견이 없다고 한다. 나중에 정형외과 선생님이 설명해 주시겠지만 일단 안심하셔도 된다고 한다.
오늘은 아마, 내가 성인이 된 이후로 가장 많은 사람이 나에게 말을 먼저 건 하루일 것이다. 분명하다. 살면서 한 번도 사람들이 이렇게 살갑게 나에게 말을 걸어온 적이 없다. 아이 덕분에 내 모습은 보이지 않고, 그저 아빠라는 개념만 그들에게 느껴졌겠지. 그리고 그 검사실 앞의 분위기. 대학병원을 가기를 꺼리는 이유 중 하나는 그 걱정과 슬픔, 불안으로 점철된 분위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그 시간의 초음파 검사 대기실 앞만큼은 그렇지 않았다. 이 모든 것들이 아기의 존재감이다. 내 아이뿐만 아니라, 세상 모든 아이는 이렇게 소중하고 위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