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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여니맘 Sep 14. 2022

육아, 견딜 수 있게 도와주는 것

사례로 육아, 하나

8월 18일. 84일차.     


주방에서 일을 보고 있는데 좀 더 잘 거라고 생각했던 아기가 운다. 시계를 보니 10시 32분. 마침 조금 후 분유를 타 식히려던 참이었던지라 분유 포터 시작 버튼을 눌러 물을 50로 데운 후 분유를 탔다. 그걸 들고 다가간 순간 누군가 다가오는 것을 느낀 아기가 고개를 돌려 눈을 맞춘다. 절절함이 가득한 눈빛이다.(1)     


"오늘은 너무 안 먹네요. 응가도 엄청 많이 했는데. 응가를 못 해서 많이 먹지 않았나? 싶기도 하고요. 그런데 요즘 왜 이렇게 안 먹을까요? 설마 어디가 아파서는 아니겠죠?"     


8월 18일 오늘 84일 차인 이 아기는 요즘 대략 3시간 30분 간격으로 170mL 정도 먹고 있다. 그런데 오늘은 너무나 먹지 않았다며 걱정하길래 기록을 보니 4시에 90mL, 8시에 110mL. 평소보다 적게 먹은 것 맞다. 게다가 엄청난 양의 응가까지 했다니 ‘그래 3시간 후(30분 당긴)인 11시에 먹이자’ 싶었는데 28분을 앞두고 깨어 먹겠다고 우는 것이다.(2)     


짧게 짧게 옹알이까지 하는데, 하소연과 서운함 같은 것이 느껴지는 그런 옹알이다. 그런 아기를 안고 조곤조곤 이야기도 해줘 보고, 노래도 불러줘 보고, 일어나 돌아다니며 다독거려보지만, 전혀 받아들이지 않고 오직 먹겠다고 난리다.     

 

할 수 없이 노리개젖꼭지를 물렸는데, 노리개젖꼭지가 입에 닿는 순간 얼떨결에 물었던 아기가 몇 번 빨더니 밀어내며 빤히 쳐다본다. “이건 빨고 싶지 않아요!”가 여실히 느껴지는 그런 눈빛으로.(3)   

  

이처럼 몹시 먹고 싶어 하는 아기를 안고 달래는 시간은 언제나 너무 길다. 10분이 1시간보다 길게 느껴진다. 한참 지난 것 같아 시계를 보면 겨우 5분 지났나, 3분 지났나…. 시간은 언제나 더디게, 더디게만 흐른다. 



     

돌콩(2022.9.3 파주 헤이리 길가)




‘유독 적게 먹은 데다가 응가까지 엄청 많이 했다는데 이번에만 그냥 줄까? 아기는 기계가 아니잖아? 그래서 먹을 시간이 안 됐는데도 먹고 싶어 할 수 있고. 시간이 안 됐는데 이렇게 먹고 싶어 할 때 가끔은 먹일 수도 있는 것 아냐? …아니, 그래도 기본 3시간은 지켜야 해. 이번에 허용하면 다음에도, 그리고 또 다음에도 보챌지 몰라. …먹고 싶은 만큼 조절할 줄 아는 아기인데 그냥 줄까? 배가 많이 고픈 것 같은데…아니, 그래도 안 되지….'     


어떻게 해봐도 전혀 받아들이지 않고 오직 먹겠다는 아기를 달래는 20여 분 동안 나도 아기 못지않게 힘들다. 줄까? 안되지! 이렇게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망설임 때문이다.     


게다가 84일 차 아기다. 지난주 목요일 5.8kg이었다. 그로부터 7일째이니 6kg은 충분히 넘었을 것. 어제오늘 더욱 무겁게 느껴지는 아기라 그만큼 더욱 길게 느껴지는, 힘든 시간이다.


'육아는 아기들이 견디기 힘들어하는 것을 견딜 수 있도록 우리 어른들이 도와주는 것이야. 앞으로도 이런 일은 많이 있을 것이다. 그때마다 어른들이 먼저 마음 약해지면 아기들은 더욱 혼란스러워하고 참지 못하게 되겠지. 그러면 방향이 흔들리고. 오늘 참고 견딜 수 있게 도와준 것이 아기의 앞날에 밑거름이 되지 않을까? 맞아, 오늘 잘한 거야. 아기가 울 때마다 줘서 달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지. 사실 편하고. 그런데 아기들은 언제든 울면 준다고 받아들이겠지. 되풀이되면서 자라게 되고, 그러면 절제 못 하는 아이가 되기도 하겠고….'


휴~! 드디어 11시. 정신없이 젖꼭지를 빨아 먹는 아기를 보며 새삼스럽게 이런 생각도 들었다. 


    



"30분 전부터 먹겠다고 얼마나 보채던지요. 사실 줄까? 말까? 많이 흔들렸답니다. 산모님들이 보기에 어쩌면 우리 관리사들은 아기 울음에 당황하지 않거나 크게 힘들지 않고 달래는 것 같지만 우리도 사람이잖아요. 아기 울음에 늘 조바심나고 약해져요. 아까처럼 계속 먹겠다고만 보챌 때는 이번에만 눈 딱 감고 줄까? 마음 약해지고, 고민고민 하죠.      


그런데도 어떻게든 달래고 그렇게 시간을 맞춰 먹이는 것은 그래야 산모님 혼자 아기 돌볼 때 덜 힘들기 때문이에요. 결론적으로 아기에게도 좋고. 아기들의 흡수력은 놀라울 정도예요. 이번만 하고 한번 허용하면 다음에도 그러는 아기가 많더라고요. 둘째니까 잘 알겠지만 애들이 해달라고 한다고 다 해줄 수는 없는 거잖아요. 그래서도 안 되고.“     


볼일을 보고 들어온 산모에게 상황을 자세히 들려줬다. 그와 함께 오늘부턴 어떻게 먹였으면 좋겠다 가이드를 제시했다.      


”요즘 4~5시간대에는 많이 먹지 않잖아요. 일시적일 수도 있지만, 아마도 아기가 좀 더 자고 싶어서일 수도 있겠다, 수면 호르몬 때문이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러니 밤새 먹지 않았으니 배고플 것이다고 깨워 먹이지 말고 그냥 자는 데까지 자게 둬보세요. 아마도 우리 지훈이는 어떤 일이 있어도 8시쯤에는 일어날 거예요. 새벽에 먹지 않았으니 양껏 먹을 거고.   

   

백일에 7킬로쯤 되면 좋겠다면서요. 지난주 목요일에 5.8(kg)이었으니 대략 6kg이라 치고, 지금처럼 새벽에 깨워 먹이면 아침에 많이 먹지 못하고, 그러면 오늘 오전처럼 시간이 되지 않았는데도 먹고 싶어 하고, 그러면 결론적으로 먹는 것이 불안정하게 되거든요. 나야 어떻게든 달래 시간 맞춰 먹이겠지만 산모님은 힘들 거고. 그리고 오늘부턴 낮에 먹겠다고 하면 3시간만 지났으면 먹일 거예요. 그래야, 낮에 충분히 먹어야 밤에 통잠을 길게 자거든요. 일단 이렇게 해보죠“(4)      



돌콩(2022.9.3 파주 헤이리 길가)



서비스하는 동안 산모들에게 아기와 있었던 일을 최대한 자세히, 그리고 모든 일을 들려주곤 한다. 아울러 이처럼 필요하다 싶으면 자세히 설명하며 조언 해주곤 한다. 혼자 돌볼 때 참고하기를 바라서다.  

    

물론 바람과 달리 전혀 참고하지 않고 제멋대로 해버리는 산모도 있고 놀라울 정도로 적극적으로 참고하는 산모도 있다.      


솔직히, 몇 번을 말해줘도 거의 참고하는 것 같지 않은 산모를 느낄 때면 약간은 맥이 풀리고 '겨우 몇 주 해주면서 이렇게까지 입 아프게 알려줄 필요가 있을까?'의 생각에 입을 다물기도 한다. 하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지!', 반성하며 그래도 내가 돌봐주는 시간에 있었던 일들을 정말 시시콜콜한 것까지 다 알려주곤 한다. 산모와 아기를 함께 돌보는 공동육아자의 기본 자세이자 의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170mL를 다 먹자 짧게 운다. 더 먹고 싶어 하는 눈치다. 이제까지 전혀 보이지 않던 모습이다. 그런 아기를 내려놓고 부랴부랴 30mL를 더 타서 주니 순식간에 빨아먹고도 젖꼭지를 그대로 물고 있는 것이 배가 많이 고프긴 했나 보다. 사실 더 줘볼까? 순간 흔들렸다. 그래도 아기를 위해 더 주지 않는 것이 바르다고 생각하며 꾹 참았는데, 역시 맞았다. 그 후 혼자 한 시간 가까이 해맑게 놀았으니 말이다.     

 

힘들게 달래 먹였기 때문일까? 다음에는 3시간 20분 후인 2시 20분에, 그다음에는 3시간 4분만인 5시 24분에 먹였는데, 먹기 3분 전에 깨어 먹고 싶다는 표현을 했다. 아기 스스로 3시간 텀을 잘 조절한 것이다.        



    

1) 아기가 먹는 분유의 지침이 ’40~50℃로 끓인 물 30mL에 1스푼‘이다. 분유를 타는 물은 그날 아침 100℃로 끓여 식힌 물을 40~50℃로 데운 것이다. 끓기 시작하면 뚜껑을 열어 끓이며 물속 불순물들이 날아가게 하는 방법으로 끓이고 있다.

먹기 직전에 분유를 타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 산모들도 꽤 많아 보인다. 그렇다보니 아기가 먹겠다고 울고 그때 분유를 타 식혀 먹이고 그러면서 육아가 더욱 정신없고 힘들어지기도 하는 것 같다.      

분유마다 70℃의 물에 혹은 40~50℃에 분유를 타라고 지침한다. 반면 체온 정도로 식혀 먹이라고 지침한다. 즉, 탄 직후에 먹이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다. 가급 빨리 먹이는 것이 좋다. 그렇다고 해도 뜨거운 분유를 식히는 10~20분 정도는 괜찮으니 먹을 시간이 참고해 미리 타 식히는 것도 괜찮다.       
2) ”응가를 많이 해서 배가 많이 고팠나 봐요. 먹고 싶어 하더라고요“ 그래서 시간이 되지 않았는데도 먹이거나 필요 이상으로 많이 먹이는 엄마들도 많다. 아기가 먹고 싶다는 반응을 하지 않는데도 배가 고플 것이다, 지레짐작해 먹이기도 하고.    

그런데 정말 응가를 해 배가 고파서 먹고 싶어 하는지 객관적으로 판단해 먹이는 것을 권한다. 백일이 되지 않은 아기들은 트림이 필요해도 먹고 싶은 반응을 하니 말이다. 백일까지 케어해 준 아기들이 많은데, 응가를 많이 했기 때문에 더 먹고 싶어 하는 아기는 거의 없었다. 오히려 그래서 많이 먹여 다음 수유에 방해되는 경우가 더 많았다.      
3) 노리개젖꼭지를 잠재우기 용으로 쓰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렇다면 잠이 들었다 싶으면 빼보거나, 어쩌다 한 번씩 빠는 정도라면 빼는 것으로 자는 내내 빨며 자지 않게 한다. 젖꼭지를 뺀 후 누워 있는 그대로 한 손으로 아기를 가볍게 누르는 듯 감싸고 다른 손으로 다독거려 재워 보라. 대부분 잠든다.   

내가 생각하는 노리개젖꼭지 용도는 수유 텀 조절을 위해서, 그것도 어쩔 수 없을 때만 사용한다이다. 밤새 몇 개의 노리개젖꼭지를 쓰든 낮에는 쓰지 않고 달래곤 하는데, 무난하게 달래지는 것을 보면 아기들이 사람에 따라 구분하며 보챈다는 말이 실감이 난다. 한편으론 꼭 필요하지 않다는 생각도 든다.       
4) 백일 아기의 몸무게는 출생 몸무게 두 배가 평균 몸무게이다. 3.27kg으로 태어난 아기이니 대략 6.5kg은 되어야 한다는 것.

출생~8개월까지가 우리의 일생에서 가장 많이 자라는 시기인데 특히 백일 무렵까지 가장 많이 자란다. 아기들의 몸무게가 느는 것은 눈에 보이는 ’자람(성장)‘으로 그치지 않는다. 뇌와 장기, 그리고 우리가 모르는 인체의 성장이기도 하다. 그런 만큼 평균(권장) 몸무게에 맞게 성장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참고로, 병원에서 퇴원한 요일이나 조리원에서 퇴실한 요일, 토요일이나 일요일처럼 남편과 함께 육아할 수 있어 몸무게를 체크하는데 안정적인 요일을 정해 매주 체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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