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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다캣 May 19. 2024

4화 뿌리 믿음 - 1

에세이『귀를 기울여 나를 듣는다』


마음은 물질이다. 산스크리트어로 마음을 의미하는 단어는 다양하다. 칫타, 마나스, 붓티, 아함카라, 안타카라나, 크십타, 빅십타, 무다, 에카그라, 니루다 등등. 그만큼 마음의 종류를 상세하게 구분한다. 

사람들은 마음이 곧 자신이라고 여기지만, 마음은 내가 아니다. 마음과 몸은 나를 구성하는 요소일 뿐이다. 어느 날 예기치 않은 사고로 혹은 나이가 들어, 내 몸이 달라진다고 해도 ‘나’라고 인식되는 존재는 달라지지 않는다. 마음도 마찬가지다. 나를 구성하는 요소로서의 마음과 내면의 진짜 자아, 요가는 이 둘을 구분한다. 마음은 몸처럼 시간에 따라,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사람들은 명상이 평온하고 고요하며 고단함으로 얼룩진 삶에 위안과 성찰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기대한다. 결과적으로 명상을 통해 완전한 평화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명상의 과정은 기대만큼 아름답지도 평화롭지도 않았다.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본다는 건 즐거운 일이 아닐뿐더러 잘 되지도 않는다. 

마음은 자신에게조차 틈을 보이지 않는다. 수많은 거절과 모욕과 좌절을 겪으면서 세월이라는 벽돌로 견고한 껍질을 차곡차곡 쌓아 올린다. 시간이 흐를수록 마음은 본래의 형태에서 조금씩 멀어진다. 우리 뇌는 생존을 위해 실제와 다른 가상 세계를 구축하는 일에 능숙하다. 덕분에 마음을 찾는 일은 고층 건물을 해체하는 것만큼이나 복잡하고 위험하면서 품이 많이 들어간다. 때론 억지로 시간만 보낼 뿐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첫 번째 명상 수업은 ‘뿌리 믿음’과 ‘내면 아이’였다. 우리 마음 깊은 곳에는 자신도 모르게 형성된 강한 믿음이 있다. 그 무의식적인 믿음을 뿌리 믿음이라고 한다. ‘내면 아이’는 말 그대로 내 안에 숨겨진 어린아이를 뜻한다. 그 아이는 울고 있지만, 우리는 모르는 척 외면하고 있다고 한다. 

뿌리 믿음과 내면 아이라니. 기대를 품고 찾아간 첫 명상 수업은 심리학 교실에서 들을 법한 내용이 전부였다. 마음에 문제가 있다면 명상보다는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아야 하지 않을까, 아무래도 번지수를 잘못 찾은 것 같았다. 마음을 마주하는 일은 불편하다. 그러나 기대와 다르다는 이유로 하루 만에 명상 과정을 포기하기엔 이미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갔다. 루아 선생님과는 상호 신뢰가 쌓인 관계가 아니었지만, 그때까지 접할 수 있었던 명상 수업을 돌이켜보면 명상이 과연 무엇인지, 어떻게 명상해야 하는지 알려줄 수 있는 지도자는 루아 선생님이라고 생각되었다. 

다소 껄끄럽긴 해도 뿌리 믿음과 내면 아이를 완전히 부정하긴 어려웠다. 명상은 결국 자신의 내부를 향한 탐험이다. 명상을 통해 기대하는 것들, 마음의 평온이나 자기 성찰은 마음을 대면하지 않고서는 얻을 수 없다. 지난 인생의 궤적을 돌아보면 나는 늘 같은 실수를 반복했다. 결혼 상대를 포함해 최악의 선택을 거듭했다. 내 인생의 가장 큰 훼방꾼은 바로 나였다. 어쩌면 나 스스로 행복해질 자격이 없다고 여겼는지 모른다. 나는 무엇이든 순순하게 받아들이고 현명하게 이해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다른 모든 것이 그랬던 것처럼 마음으로 나아가는 과정도 어렵게 첫걸음을 뗐다. 뿌리 믿음을 찾기까지 예상보다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루아 선생님이 말했다. 

“이 세상에 뿌리 믿음이 아름다운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어요.”





줄곳 찾고 있었던 것, 막연하지만 절실했던 것, 내가 존재한다는 사실, 누군가의 무엇이 아니어도 괜찮다는 존재로서의 충만이었다.


에세이 『귀를 기울여 나를 듣는다』 5화 연재는 오늘 저녁에 업데이트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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