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 스타트 #5
수선배는 수영만 선배가 아니었다. 수영장 근처 다양한 맛집을 섭렵하고 있었다.
그녀의 수력만큼 화려한 맛집 지도가 그녀의 머릿속에 있었다.
연수반의 수선배는 같이 수영하는 동기들과 자주 밥도 먹고 차도 마시며 수영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 가끔은 삶에 대한 이야기도 한다고 한다.
운동하며 만난 관계들이라 그런지 삶의 열정도 수영에 대한 열정 못지않은 그들의 얘기를 들으며 나 또한 언젠가는 연수반의 그들처럼 수영도 맛집 순례도 맘껏 즐길 수 있는 날이 오겠지?라는 생각을 하니 기분 좋은 미소가 피어났다.
음식은 정말 맛있었다. 최근에 먹은 음식 중 가장 맛있게 많이 먹었다.
이상하게도 음식을 먹으면 먹는 족족 입안에서 사르르 녹아 뱃속에 스르륵 잘 들어갔다.
막무가내 발차기 연습으로 혹사당해서 사정없이 후들거리는 내 두 다리와는 대조적으로 내 입은 그 어느 때보다 힘이 넘쳐났다.
사람은 모름지기 몸을 써야 하는구나.
몸을 쓰면 불필요한 생각을 덜하게 되고 생각을 덜하니 많은 일들이 단순해지는 느낌이다.
대차게 발차기를 해서 잃은 건 나의 두 다리 힘이요.
얻은 건 왕성한 식욕이라는 당연한 지혜를 깨달은 나를 칭찬해 본다.
나의 첫 수영수업을 궁금해하는 수선배들에게 나는 약간의 과장을 섞어 경험담을 나누었다.
물이 너무 무서웠고, 숨을 쉴 수가 없었고, 다리가 마비가 된 것 같았고.. 어쩌고 저쩌고
그러나 내가 오늘 가장 인상적 이였던 것은 물의 공포도, 후달거리는 두 다리도 아니었다.
바로 우리 반 강사님 이였다.
대체적으로 젊어 보이고 호리호리한 체격을 가진 강사들 사이에서 유독 풍채가 좋고 경상도 사투리가 강한 40대 초중반쯤으로 보이는 초급반 강사님은 목소리도 엄청 컸다.
인상도 강하시고 말도 거침없이 하시는데 반면 나이 드신 회원님들께는 친한 친척 어르신 대하듯 편하고 다정하게 대화하는 모습을 보며 아무리 봐도 전형적인 수영강사의 느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수영장에 오랬 동안 다녔던 수선배들도 이 분에 대해 잘 모르는 것 보니 최근에 오신 분 인 것 같다.
앞으로 나의 수영생활의 앞날이 어떻게 될지 예상할 순 없었지만, 강사님의 넘치는 에너지를 감당하려면 매일 고된 하루가 펼쳐지리라는 것은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이 때는 정말 몰랐다.
내가 불과 며칠 후 이양반의 찐팬이 될 거라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