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형! 나에게 제발 자유를 줘!

START 스타트 #6

by 더앨리스

발차기는 생각보다 더 어려웠다.


무릎아래 종아리를 첨벙거리는 게 아니라 허벅지부터 움직여야 한다.

마치 가위질을 하듯, 그러나 부드럽게 움직이는 게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물을 찬다기보다는 물을 눌러줘야 한다.

물을 눌러줄 때엔 무릎을 과하지 않게 접었다 펴야 한다.


그런데 이게 말은 쉬운데 막상 해보니 엄청 힘들었다.

안 쓰던 근육을 사용하니 온몸이 쑤신다.

어찌어찌 첨벙거리다 보면 시간이 정신없이 지나가긴 했다.


하루 이틀 일주일 이주일 한 달…


발차기를 아무리 열심히 해도 앞으로 잘 나가지 않는다.


어떤 사람은 몇 번의 킥에 벌써 끝까지 갔는데 나는 제자리에서 첨벙거리고 있는 느낌이다.

이내 뒷사람을 먼저 보내주었다.


갑자기 이상한 오기가 생긴다.


모름지기 인생에서 성공한 자들은 일부러 자신을 극한으로 몰아넣었다지?

밑바닥까지 가야 비로소 그 바닥을 차고 솟구쳐 올라간다고 했던가!!


나도 한다면 하는 사람이닷~!


비록 발차기로 지쳐버린 몸이지만 음파로 더 고되게 만들어 대단한 깨달음을 얻으리라!


왜 이렇게 까지 하냐고?

나는 한일전 출전하는 국가대표의 정신으로 여기 왔잖아..


숨쉬기는 발차기 보다 몇 배나 힘이 들었다.


강사님이 가르쳐 준 대로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콧속으로 물이 들이닥친다.

머리까지 띵 해진다.


이게 어떻게 되는 거지? 수영이 진정 이렇게 어려운 거였나?


코로 내뱉는 숨 음~~~~ 입으로 들이쉬는 숨 파하! 리듬이 꼬인다.


물속에서 음~~ 을 해야 하는데 입으로 파하~~를 해버려서 물을 옴팡 먹어버렸다.


그럼 팔은 어땠나. 그나마 팔동작은 꽤 괜찮은 것 같았다.

그런데 팔을 할 때에만 괜찮았다.


팔과 다리를 같이 하거나 음파까지 같이하게 되면~ 뭔가 불안정하고 엉성하면서 처절하기까지 했다.


자유형은 왜 자유형일까?


일반적으로 자유형이라 함은 말 그대로 원하는 영법으로 자유롭게 수영을 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가장 빠르고 일반적인 자세는 우리가 자유형 하면 떠오르는 바로 그 자세인 엎드려서 헤엄치는 크롤형이다.

그래서 처음엔 크롤형의 기본을 배우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크롤이든 크롱이든 난 모르겠고 그냥 물에 떠서 앞으로 쭉쭉 가기만 하면 좋겠다.


이 고비를 넘기고 나면 물속에서 자유로이 수영할 수 있는 거 맞나?


족쇄를 채운 것 같은 두 다리와 내 맘대로 안 되는 숨쉬기 탓에 수영을 끝내고 집에 오면 낮잠은 필수였고 그렇게 낮잠을 잤는데도 밤잠 또한 잘 잤다.


수업시간 나름대로 열심히 배우며 따라 했지만 배운 그대로 된 적은 딱히 없었다.

엉성하고 부자연스러운 자세가 반복되었다.


그러나 나의 수영실력과는 무관하게 이상하리 만치 하루가 보람되고 즐거웠다.


평소에 쓸데없는 생각들로 점령당했던 나의 머리는 점차 단순 해졌으며 그 단순함 속에 즐거움의 새싹이 뾰로롱 올라오고 있었다.


제자리 발차기를 해도 음파를 거꾸로 해도 수영을 그만두고 싶은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고 미세하게 늘어가는 나의 수영실력에 그저 기쁘기만 했다.


잘해서 자유로워지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를 즐기며 자유를 느끼게 된 것 같았다.


나의 자유형은 완벽하지 않지만 부족하고 어설픈 이대로도 꽤 괜찮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