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N 런 #1 (부제 : 호흡명상 上)
팔과 다리를 같이 움직이게 되면 다리에 너무 많은 힘을 주지 않아도 된다.
그래서 처음 킥판을 잡고 발차기 연습을 할 때 팔의 추진력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자유형을 연습할 때 보다 훨씬 더 힘이 든다.
팔동작을 익히면서부터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자유형의 태가 나오기 시작하는데 이 타이밍에서 나는 내 모습을 볼 수 없기에 약간의 착각에 빠진다.
“옆레인의 수선배처럼 내 모습도 자유자유~ 여유여유~ 하겠지?”
그랬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현실은 숨 참느라 팔 네 번 휘젓고 쉬기 또 네 번 휘젓고 쉬기의 반복이다.
“숨쉬기가 빨리 되어야 진짜 자유형을 할 수 있을 텐데.”라는 급한 마음이 스멀스멀 기어 나온다.
조급한 마음을 다잡고 꾸준히 자유형, 배영, 평영을 배워갔다.
이 세 가지 유형을 완벽히 하진 못 했지만 어느 정도 할 줄 알게 되면서 고민이 생겼다.
그건 바로 숨쉬기가 자연스럽지 않고 쉽게 지친다는 것이었다.
그냥 할 줄 아는 것과 자연스럽게 할 줄 아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
영법을 배우느라 분주했던 시간들을 어느 정도 지나니 다른 각도의 문제점들이 떠올랐다.
고민의 질이 달라졌다는 것은 내가 그만큼 성장했다는 뜻이니 답답한 마음 한 켠으로 나의 성장에 감사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역시 숨쉬기는 쉽지 않았다.
물속에서 음~~~ 소리가 날 듯이 코로 숨을 뱉어 내고 물속에서 얼굴이 나왔을 때 재빨리 입으로 숨을 들이쉰다.
물론 음~~ 소리가 안나도 되지만 초보들은 소리를 안내면 순간적으로 내가 지금 내뱉고 있는지 들이쉬고 있는지 착각이 들어서 물을 먹기도 하기에 의식적으로 소리를 내며 연습하는 게 좋다.
그나저나 평생을 숨 잘 쉬며 살아왔는데 수영하며 숨 쉬는 건 왜 이렇게 힘든 것일까?
물속 호흡이 잘 안 된다면 일상에서의 호흡을 관찰해 볼 필요가 있다.
나는 숨을 잘 쉬며 살아가고 있는가?
너무 당연하게 해 왔던 일들이 갑자기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내게 숨쉬기가 그랬다.
사실 나는 몇 년 전 숨쉬기가 정말 어려웠던 적이 있었다.
그때의 나는 내 삶의 무게를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그저 숙명으로 받아들이고 살아 내고 있는 중 이었다.
그 삶이 좋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싫지도 않았다.
그냥 이 정도도 다행이다 정도의 감정이었다.
지금보다 가난하지 않아서 다행이다.
출근할 수 있는 회사가 있어서 다행이다.
우리 가족에 특별한 문제가 없으니 다행이다.
다행이다. 다행이다. 그나마 다행이다.
그래 이 정도면 된 거지.
힘든 일이 생겼을 때 나는 억지로 긍정적이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내가 긍정할 수 있는 최대치가 바로 ‘그나마 다행이다’ 정도였으니 생각해 보면 억지로 뽑아낸 긍정도 참 매가리가 없었던 것 같다.
나는 내 모든 의식과 감각을 ‘다행이다’ 한 단어로 덮어버리고 하루하루를 살고 있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았다.
순간적으로 숨 쉬는 법을 잊은 것만 같았다. 심장이 빨리 뛰기 시작했다.
무서웠다. 물 안이 아님에도 마치 물속에 빠진 것 같은 공포가 밀려왔다.
떨쳐지지 않는 두려움을 안고 천천히 심호흡을 해봤다.
여전히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았다.
119에 전화를 해야 하나 고민도 해봤다.
그 당시 나의 머릿속도 심장도 내 숨의 통로도 모두 혼란스러웠다.
다행히도 몇 시간이 흐르고 나니 언제 그랬냐는 듯이 진정이 되었다.
그로부터 몇 주 후 건강검진을 했는데 스트레스 지수가 높다는 것 외엔 특별히 문제도 없었다.
아니 스트레스가 문제였을까?
말로만 듣던 공황장애 증상과 유사했으니 그럴 수도 있었을 것이다.
나는 이 증상이 또다시 반복되면 심장질환, 혈관질환 관련 검사도 구체적으로 받고 더 나아가 정신의학과 진료를 받을 계획도 세웠다.
그러나 병원에 가기 전에 나름대로 뭔가를 시도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바로 호흡명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