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잃었다.
어느 쪽으로 가야 할지 어떻게 가야 할지 분간하기 어렵다.
가슴이 먹먹해오고 손발이 움직이지 않는다.
머뭇거리며 가다 서기를 거듭한다.
온 산을 누비는 산객에게 딱히 길이 있겠느냐마는
그렇다고 산중 수풀을 배회할 수 없는 노릇이다.
다시 길을 뒤적거려 살핀다.
늘 그렇듯이 길은 멀고 가야 할 길은 좁다.
칼날 같은 길이든 바람맞으며 헤집고 가야 할 너덜길이든
그저 형편에 따라나서는 길일뿐이다.
산수를 찾아 탕유(宕遊)하는 객에게 떠도는 일이야 늘 다반사이니
구름인들 어떻고 안개비인들 대수이겠는가?
때론 안개가 먼저 산을 오르고 구름이 먼저 산을 내려온다.
그리고 파도 소리처럼 소란스러운 바람이 숲을 뒤흔든다.
산은 그대로이고 하늘과 땅은 시와 때를 맞춰 조화로우니
한순간 착각으로 잠시 잃은 길은 결국 찾아질 것이 분명함에
비가 함께 따라 내려오는 산에서 길을 뒤적거리고 있지만 그 또한 대수이겠는가?
행산으로 길을 잃고 행산으로 길을 찾으니
그저 산객이 바람이고 산객이 구름인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