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어진항 가을 이야기/조영환
붉은 속살을 드러낸 생선,
건조대에 널려 가을의 기억을 주워 담고
오가는 이들의 까르르 넘어가는 웃음,
쪽빛 가을하늘로 나풀거린다.
능숙한 아주머니의 손길,
꿈과 희망으로 차곡차곡 채워지고
방어진항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구슬땀
반짝이는 무지개 빛 가을 풍경으로 채워진다.
위판장에 그득 쌓인 빈 생선상자,
막이 내린 무대는 쓸쓸함이 가득하고
만선의 꿈을 안고 바다로 떠나는 고깃배엔
또 다른 축제를 준비하는 설렘이 머문다.
여전히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
활기 넘치는 방어진항에 머물고
유난히 따듯했고 행복했던 그날의 추억은
길을 걷던 가을 풍경의 발걸음을 따라나선다.
그림자가 되어 따라 걷고 있던 그날의 추억은
반짝거리는 방어진항의 이야기였고
무던히도 살아가는 방어진 사람들의 이야기는
거스란히 방어진항의 가을풍경으로 담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