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의 단어 『커피』, 박상자님의 글
이제 정말 커피 없는 일상은 상상이 되지 않을 정도로 사람들은 커피를 많이 마시며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던 커피숍은 포화 돼서 얼마 안 남고 다 망할 것이라는 걱정도 아주 옛일인 듯 여전히 꾸역꾸역 생겨나고 있다.
십여 년 전에 한국에 커피 광풍이 불었을 때 나는 왜 이 쌉쌀 시큼한 물을, 마시면 가끔 몸이 이상해지고 잠도 안 오는 이 놈을 왜 마시는지 몰랐다. 그래도 그 원인을 알고 싶어서 커피 맛도 모르고 아메리카노가 뭔지도 모르는 놈이 에스프레소를 먹어본다고 친구와 카페에 가서 주문을 했다.
알바생도 이 놈이 알고 주문하나 싶어 재차 물어봤고 난 아메리카노가 뭔지 마키아또가 뭔지도 모르는데 에스프레소를 마셔보고자 긴가민가 싶으면서 에스프레소를 주문했다.(불안하지만 괜찮은 척하는 표정으로)
으웩…
짙은 한약보다 쓰고 시고 혓바닥은 눌리는 듯한 떫은 맛… 이 걸 뭐가 좋다고 전세계인들은 마셔댈까란 의문만 생기고 ‘그만 알아보자’를 시전했다. 남은 걸 마시기 위해 희석을 위해 물을 탔더니 한약 같은 쓴 맛은 사라졌지만 변함 없이 왜 마시는지 납득이 가지 않았다. 그래서 약속이 생겨 카페에 가서도 차를 마시거나 달달한 프라푸치노, 녹차라떼 같은 걸 마셨던 거 같다. 카페라떼도 그냥은 달지 않단 걸 처음 알았다.
요즘은 카페에 오래 앉아 있는 사람들이 많아 1인 1주문이 당연해 졌지만 그 당시에는 이슈화가 되지 않은 시점이었고 내겐 공원이나 공터가 더 좋은 약속 장소이기에 억지로 끌려가 의미를 알 수 없는 비싼 액체를 사고 싶지도 않았기에 카페에 갔어도 마시지 않았다.
그런데 언제부터였을까, 카페에서 약속이 많아지고 앉아서 노닥거릴 일이 많아지며 아메리카노를 마시진 않았지만 커피음료를 마시게 되었다. 그러면서 커피가 익숙해지고 커피 없이 못 사는 사람도 만나보니 어느새 나도 커피를 마시는 사람이 되었다. 그래도 여전히 아아(아이스아메리카노)는 그 시원하며 개운한 맛(느낌)이 있긴 하지만 진짜 맛이라고 할만한 맛은 잘 느껴지지 않았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니 점심 먹고 다 같이 카페를 정해진 듯이 가는 일도 생긴다.
그렇게 몇 년을 지나 보니 커피 맛에 조금씩 차이가 있단 게 느껴졌다. 그래서 마셔봤자 마신 것보다 화장실을 더 많이 가는 아메리카노 대신 에스프레소를 먹어서 집집마다 커피 맛이 어떻게 다른지를 알아보기로 했다.
이젠 예전처럼 쓰고 한약 같이 아무 맛도 나지 않지는 않고 고소함이나 시큼함 등의 풍미가 느껴졌다. 확실히 맛없는 카페가 구분이 되었고 대부분의 카페가 비슷한 맛의 커피를 내린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뭐 공부를 해서 이게 어떻다 저렇다는 둥의 지식은 없지만 맛의 구분이 가고 내가 좋아하는 커피 맛을 알게 되니 새로운 카페를 가는 재미가 생겼다. 뭐 더 관심이 가면 공부를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예전엔 비싼 돈 내고 앉아있는 게 이해가 되지 않던 카페가 이젠 혼자 느끼는 재미가 생겨서 혼자서도 시간이 많을 때 찾아다니기도 한다.
조금 살아보니 사는 건 이렇게 혼자 즐거운 일이 있어야 내가 힘들 때나 무미건조할 때나 작은 낙이라도 느껴서 정신을 다른 곳으로 돌릴 수 있는 것 같다. 나이를 먹으면서 감각이 무뎌져 간다고 하지만 결국 아무 것도 겪어보지 않은 예민한 감각은 무용지물이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랬던가. 몰랐던 감각을 깨우자. 새로운 감각이 눈을 뜨는 건 삶을 다채롭게 만든다.
작아도 괜찮으니 많은 것을 맛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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