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쓰는 한 단어 『일상』, Joy님의 글
참 신기한 일이야 이럴 수도 있군 너의 목소리도
모두 다 잊어버렸는데 습관이란 게 무서운 거더군
아무 생각없이 또 전활걸며 웃고 있나봐
사랑해 오늘도 얘기해 믿을 수 없겠지만
안녕 이제 그만 너를 보내야지
그건 너무 어려운 얘기
습관이란 게 무서운 거더군 아직도 너의 사진을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사랑해 오늘도 얘기해 믿을 수 없겠지만
안녕 이제 그만 너를 보내야지
그건 너무 어려운 얘기
- 롤러코스터, 습관 中 -
#1.
이 노래를 참 좋아한다. 마침 멜로디도 중독성이 강력해서 몇 년 전 정말 많이 들었었다. 생각해보면, 연애도 사랑도 이별도 삶도 죄다 습관이 아닌가, 생각을 하면서 열심히 흥얼거렸던 기억이 난다. 누군가를 만나면 새로 그 사람과 익숙해지고 두 사람이 공유하는 습관과 규칙을 새로 만들고 그 습관을 쭉 이어나가다가, 헤어짐이 닥쳐오면 다시 그 습관을 하나하나 해제하는 과정.
같이 통화하고 연락하고, 어딘가를 가고 함께 돌아오고 대화와 감정을 주고받는 그 일련의 과정들을 다시 무로 보내는 것. 그것이 사랑의 일련의 싸이클인 것만 같다. 이별하는 두 사람 당사자마다 그 습관이었던 것을 습관 아닌 것으로 만드는 속도가 필연적으로 서로 달라서, 누군가는 더 힘이 들고 그래서 이 노래가 나왔겠지.
최근 프랑수아즈 사강의 책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를 읽었다. 스포를 무릅쓰고 얘기해보자면, 여자 주인공 폴에게는 오래된 연인 로제가 있는데, 이 연애는 이미 너무 낡아서 로제는 다른 여자들을 만나며 자신의 감정을 채우기 때문에 폴은 연인이 있으면서도 늘 외로워한다.
그런 폴이 새로운 남자 시몽을 만나 새로운 연애를 시작하지만, 헌신적인 그의 사랑에도 불구하고 로제에게서만 안정감을 찾는 폴은, 결국 로제의 말 한 마디에 시몽과의 연애를 정리하고 다시 옛 연인에게로 돌아간다. 하지만 로제의 태도는 달라진 것이 없고, 늘 그렇듯 그가 폴과의 약속을 또 미루는 것으로 이 소설이 끝난다.
책장을 덮고 나니 8월의 글쓰기 주제인, 습관이 또 한 번 생각났다. 폴이 로제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지에 대해서도 회의감이 들고, 그에게서는 자신이 원하는 믿음과 안정감을 얻을 수도 없다. 이기적인 로제가 바람을 피우면서도 폴을 놔주지 않는 것조차 다 알고 있는데도 폴이 로제를 떠나가지 못하는 것. 폴, 그건 다 습관 때문이야, 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시몽과 새로운 사랑의 습관을 만들고 주고받는 사랑을 한다면, 더 이상 공허해하지 않아도 될텐데.. 사랑이 아닌 습관을 선택해서 삶이 더 불행해지는 주인공을 보며, 습관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그리고 그게 삶을 얼마나 크게 흔들어 제끼는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더불어 나야말로 내면의 성찰이나 숙고에 의한 결과가 아니라 습관으로 선택을 내리지는 않나, 그렇게 내린 선택으로 내가 불행했던 적은 없나, 하는 자기반성도 하면서.
#2.
사람이 하나의 행동을 습관을 만들기 위해서는 21일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다. 7일 동안 매일 한 번씩, 3주 정도 반복하면 그 행동이 습관이 된다는 얘기였다. 좋은 습관을 들이려면 그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고, 이미 들어버린 나쁜 습관을 없애려면 그 2배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얘기도.
습관이 되기 전에 하는 반복 행동들은 그럼 결국 의지로 3주를 지속해야 된다는 얘기인데, 최선을 다해 습관 들이려고 했지만 결국 내가 하지 못한 일 중 하나가 영양제 챙겨먹기였다. 핸드폰으로 알람 시계를 맞춰놓고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장소에서 내가 정한 개수만큼의 알약을 챙겨먹으려고 영양제를 사무실 책상 한구석에 가져다놓고, 알람도 맞춰놓은 지 2년도 더 됐지만, 결국 아직도 영양제 챙겨먹기는 습관이 되지 못했다.
알람은 매일 울리지만 업무가 너무 바쁘면 끄고 또 끄고. 문득 생각이 나거나 여유있는 아침에나 겨우 챙겨먹는, 줄지 않는 내 영양제들. 의지가 없으면 이토록 습관들이기가 어려운 거구나, 또 한 가지를 깨닫는다. 그러면서 주말 아침에는 왜 맨날 평일 출근 기상 시간에 귀신같이 눈이 떠지는지. 평일에는 알람이 울리고 또 울려도 겨우 일어나는데.
습관이란 참으로 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