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생에 사람으로 태어나길 바란다고 말하면 마치 축복같다. 반면 동물로 태어나라고 하면 마치 저주처럼 들린다. 사람이 동물을 통제하고 학대하고, 인간으로서 기본적인 삶의 질이 유지되지 못하면 동물처럼 산다고 표현한다. 마치 동물원에 있는 동물처럼 눈은 풀리고, 어깨는 늘어지고, 심지어 자학적인 행동을 하는 동물들도 있다. 여기 동물이 되기를 자처한 사람들이 있다. 고시를 준비하고, 직장에서 해고되고, 살해 위협을 받고 있는 북한 공작원이다. 동물원의 동물 알바를 지원한 배경은 다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생활고를 겪고 있다. 주인공은 마늘까기, 인형 눈깔 붙이기를 하다 여기에 왔다. 이들이 버틸 수 있던 것은 상대방의 합격 기원을 응원해주고, 상대방의 성과급을 챙겨주며 (고릴라로서 높은 봉에 올라 꼭대기에 있는 벨 누르기) 서로를 챙겨주었기 때문이다. 내가 본 직장은 일이 잘 되는 경우 자기 몫을 챙기고, 못 되는 경우 타인을 탓하고, 피라미드 구조에서 살아남기 위해 사내정치와 경쟁을 하는 곳이었다. 등장인물들은 결국 시험에 합격하고, 해외로 이사가고, 알바 직장을 옮기며 더 인간다운 삶을 산다. 반면 주인공 혼자 계속 고릴라 탈을 쓰며 동물원으로 출근한다. 사회보다 동물원이 더 인간답게 사는 곳일까. 지금 회사에서 친구를 만들 수 있을까. "인간답게 산다"는 것이란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