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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멜레온 Jul 01. 2020

서평. 당선 합격 계급, 장강명


귄위적인 기득권


소설 공모전도, 대기업 공채도 모두 좋은 작품, 좋은 인재를 선발하기 위한 제도다. 문제는 좋은 의도로 탄생한 제도가 사회 계층을 고착화하고 차별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시험이란 제도는 시험 보는 사람보다 시험 내는 사람를 위한 것이다. 기존 권력, 즉 시험 주최자의 편의를 도모하고 권위를 공고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변질됐다. 시험 제도가 아닌 시험 형식에 문제가 있다. 공무원에게 세세한 역사 지식이 필요한지, 고충처리능력이 필요한지는 점검해야 한다. 대기업 직원에게 토익 점수가 필요한지 회화 실력이 필요한지는 업무 담당자가 제일 잘 알 것이다. 시험을 만드는 단기적인 비용이 저렴하다고 해서 인재를 선발 또는 양성하기 위한 장기적인 비용을 간과하고 있는 듯하다.


용기 없는 신세대


하지만 제도를 만든 사람만 이익을 보는걸까? 제도에 편승하려는 지원자도 그 브랜드의 힘을 빌리고자 한다. 브런치 작가보다 이상문학상 수상자가 되는 것이 자신을 알리는 데 더 효과적이다. 자신의 작품이 정통 문학으로 인정받지 못해도, 기자들이 소개해주지 않아도, 작가들 모임에 끼어주지 않아도,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거나 도전하기보다 결국 스스로 안전한 길을 선택한다. 학교, 회사, 상 등 사람들은 브랜드를 신뢰한다. 정보비대칭 사회에서, 신뢰가 적은 사회에서 그게 문제된다고 보지 않는다. 한국 사회는 말만 혁신을 원하지 구세대도 신세대도 결국 안정성을 원한다. 누군가가 변화를 시작해야 하지만 남들이 먼저 하기를 기다린다. 한국 사회가 보수적이고 학교, 회사, 상 브랜드에 따라 사람에게 등급을 매겨 서열화한다는 건 고등학생도 다 알고 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지루하고 뻔했다. 시댁살이한 며느리가 시어머니가 되면 더 심한 시댁살이를 시키는 격이다. 나는 한껏 당했다, 나를 떠받쳐줄 사람이 사라지면 억울할 것이다, 하지만 너는 분가해라, 라고 할 시어머니가 나타날 가능성은 내 생각에 적다. 기대를 말자. 돈이 없어도 시댁을 뛰쳐 나올 용기가 필요하다. 누가 용감한 며느리가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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