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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리즈 ciriz Oct 22. 2021

내 마음이 나에게 건네는 말

에필로그 | 행복의 길로 들어서기까지


나는 학창 시절부터 잘하고 싶고 성공하고 싶은 욕심이 강했다. 학생은 공부가 주된 업무라 크게 고민할 거리는 없었다. 고민이라 하면 '어떻게 하면 성적이 잘 나올까' 정도였지만, 공부는 꽤 단순하게도 열심히 그리고 효율적으로 공부하면 성적은 나오는 것이었고 그에 따른 석차는 솔직했다. 그래서 높은 석차를 위해서 열심히 공부했고, 부모님은 성실한 나를 대견스러워하셨다. 학교에서는 학생으로서 모범생이었고, 가정에는 책임감 강하고 믿음직스러운 딸이었다. 그래서 혼날 일도 힘들일도 없어서 성인이 될 때까지 별다른 일 없이 자랐다.


그런데 직장을 다니게 되면서부터는 학교에서와는 달리 성공의 범위가 컸다. 학교에서는 몇백  중에 상위권으로 가는 것이라면, 사회에서는 좋은 회사/높은 지위/많은 /유명세  성공의 정의가 다양했고 가는 길도 굉장히 다양했다. 그래서 직장을 다니게 되면서부터는 성공하는 , 좋아하는 , 행복한 일을 찾으려 애쓰다 보니 정신적으로 힘들고, 지치고 삶이 버거워서 나에게 분명  문제가 있다고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심리상담도   동안 받았고, 공황발작이 발생한 이후로는 정신의학과에도 다녀왔다. 정신의학과에서는 ‘번아웃이라고 진단했다.

내 상태가 어떤지는 나도 꽤나 잘 알았다. 상담에 가면 몇 년 전부터 교감신경이 주로 활성화되고 있어서 부교감 신경이 작용할 수 있도록 요가, 산책 등을 권장받아왔다. 출근시간에 걷는 것도 산책이라고 합리화(보다는 나를 속이는 거짓말이다. 산책과 출근 시 걷기는 다리가 움직인다는 것 빼고는 속도, 마음가짐, 컨디션 모든 게 달랐다)시키고, 퇴근 후 집에 가면 오늘은 꼭 요가해야지 마음으로만 다짐했다. 부교감신경을 다루는데 불성실했고 마음을 알아주는 데는 더 불성실했다. 그래서 지속적으로 교감신경이 날뛰는 속도가 훨씬 빨랐고 나를 지배하는 가혹한 초자아는 강한 힘을 계속 유지했다.

가혹한 초자아에게 지배받던 나 (c) unsplash


내 정신이 강하게 이끄는 삶을 살다 보니 어느 날 몸이 파업을 해버렸다. 그제야 감정을 알아차리려 노력했지만 이제는 진짜 감정이 어디로 갔는지 있기는 했는지 알기조차 어려웠다. 잘 안 입게 되고 필요 없어져서 옷장 어딘가 짱박아둔 오래된 옷을 찾는 기분이었다. 분명 어디다 뒀는데 도저히 발견이 안돼서 답답한 그 기분 말이다.

나는 마주하기 꺼려지고 나의 목적을 이루는데 필요 없는 감정들은 마음속 깊이 어딘가에 묻어버리곤 했다. 특히 부정적인 감정을 드러낸다는 것은 사회에서 약해 보이고 어울리기 싫은 것일 거라 지레짐작했었고 그렇게 되긴 두려웠다. 웃는 것이나 호감을 표현하는 것이면 몰라도 울거나 화내거나 짜증 내는 감정들은 필요악이 아닐까. 아니 그냥 이건 악이라고 생각했다.

저는 나이스 한 감정만 갖고 사는 멋진 사람입니다:)라고 드러내고 싶었고, 포장한 대로 그런 사람인 척 부분적으로는 가짜 삶을 살기도 했다.  


몸에서 나타나는 신호들이 아니었다면 과연 마음을 돌아보려고 멈춰 설 수 있었을까? 몸이 보내는 배터리 부족 알림에 나는 그제야 마음을 들여다보기로 했다. 좋아하는 것들은 무엇인지, 소중한 가치들은 무엇인지 마음이 말하는 소중한 소리에 귀 기울이려 더 노력한다.




최근 ‘스트릿 우먼 파이터’를 너무나 재밌게 보고 있다. 스우파의 여러 팀을 좋아하지만, 그중에서도 라치카의 맨 오브 우먼 미션 퍼포먼스가 너무 와닿았다.

https://youtu.be/wtL4wrs6YDQ

스트릿 우먼 파이터 'born this way' (c) Mnet

Don't be a drag, just be a queen

왜 이렇게 끌려다녀 네가 판을 주도해버려


Whether you're broke or evergreen

네가 돈이 없든 많든 상관없어


You're black, white, beige, chola descent

네가 흑인이든, 백인이든, 황인이든, 라틴계든


You're lebanese, you're orient

레바논 사람이든 동양인이든 상관없어


Whether life's disabilities

네 삶을 가로막는 장애물들이


Left you outcast, bullied, or teased

너를 따돌리든 괴롭히든 놀리든 상관없어


Rejoice and love yourself today

즐겨 오늘의 너를 보듬어봐


'Cause baby you were born this way

넌 태생부터가 그런 사람이니까


No matter beautiful in my way

난 내 자체만으로도 아름다워


'Cause god makes no mistakes

신은 실수 따위 하지 않으시는 분이시거든


I'm on the right track baby

난 옳은 길로 나아가고 있어


I was born this way

난 이렇게 태어났잖아



내 장애물은 내 기준만큼 괜찮은 입지에 오르지 못해서 한없이 작아 보이는 나만의 강박이었다. 내가 00급의 회사를 다니지 못했고 그에 준하는 유명세를 얻지 못해서 안달 났었다. 내가 가진 나의 고유함 따위는 쳐다도 보지 않은지 오래였다.

그동안 실재하는 나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잡히지 않는 ‘이상’을 향해 발버둥 쳤다. 그 이상은 항상 너무나도 멀리 있어서 나는 이상에 비해 역부족일 수밖에 없었다. 그저 그 이상에 더 가까이 갈 생각만 하느라 옆도 현재도 보지 않고 허둥지둥 대느라 괴로웠다.


사내 x포지션에 오르지 못해서, y회사에 입사하지 못해서, 좋아하고 재밌는 일이 없어서, 연애/결혼을 못해서, 부동산이 없어서 등 우리 삶에서 장애물로 생각되는 것들은 나열할 수 없이 수없이 많다. 그래서 주위의 스쳐가는 ‘아직 00 못했어?’라는 말에도, 비수가 되어 마음에 꽂히고 곧 좌절하고 만다.


이제는 나의 장애물들과 두려움을 있는 그대로 직시하려 한다. 내가 어떤 일에 실패해서 좌절해도, 어떤 부분에 상처 받아 아파도, 어떤 일을 기대만큼 이루지 못해도 그런 장애물들을 인지하고 받아들이려고 한다. 장애물 앞에서 장애물이 있다고 분개하는 것이 아니라 장애물을 하나하나 딛고 일어서려고 한다.


장애물을 하나하나 딛고 일어서려고 한다



우리 삶을 가로막는 모든 장애물들이 많아도 스스로를 보듬고 사랑했으면 좋겠다.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무턱대고 당신에게 ‘당신을 사랑하세요(Love yourself)’라고 쉽게 말하고 싶은 건 아니다. 그저 내가 나 아닌 누군가 되려고 발버둥 치지 않고, 나의 마음과 만나 이야기를 들어주는 순간 행복한 길로 걸어갈 수 있게 도와준다고 믿는다.


사회적 지위가, 성공이, 외모가, 재산이 당신의 아름다움을 대변할 수는 없다. 이 글을 보는 당신도 나도 그 자체로 너무나 특별하고 소중한 존재고 아름답다.



이제는 내 마음이 나에게 말을 건넨다.

오랜만에 너를 만나 행복해지고 있어. 앞으로 더 친하게 지내지 않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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