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 찬사
오늘도 풍덩 수영장에 빠진다. 너무 추워져서 겨울에는 수영을 잠깐 쉴까, 했는데 겨울이야말로 수영하기에 좋은 계절이다. 상대적으로 조용한 수영장에서 유유히 헤엄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추워서 한껏 긴장된 몸이 수영을 하다보면 그제서야 긴장이 풀리기 때문이다.
탈의실에 도착하자마자 옷을 훌훌 던져버린다. 수영장 탈의실은 그렇게 많은 것들이 훌훌 털어낼 수 있는 곳이다. 처음에만 나의 나체가 창피할 뿐, 나체로 있는 것이 이렇게 자유로워질 줄은 몰랐다. 어떤 몸매여도 상관없다. 우리가 얼마나 미디어에 나오는 완벽한 여성의 몸만을 보는 것에 익숙해져 있는지, 수영장에 와서야 알았다. 세상엔 정말 다양한 몸이 있고, 다 괜찮다. 나의 몸에 대해서도 자유롭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 거기서부터 진정한 운동이 시작되는 것 같다.
수영은 직립보행에 익숙해진 인간이 물속에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을 배우는 일이다. 물갈퀴도, 꼬리도 없는 인간이 물고기처럼 중력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헤엄칠 수 있는 법을 배운다. 어차피 우리의 고향은 엄마의 뱃속, 양수 안이다. 중력을 받아 점점 약해지는 무릎, 고관절을 물은 보호해 준다.
레슨 중에 선생님이 가장 많이 하시는 말은 "힘 빼라"이다. 쓸데없이 얼마나 많은 힘을 주고 살았는지 수영을 통해 배웠다. 숨 쉬기 위해 목을 살짝 돌리면 되는 건데, 목에 힘을 있는 힘껏 주고 얼굴을 들어 올린다. 그럴수록 몸은 가라앉는다. 팔로 물을 밀어내고 부드럽게 팔을 돌리면 되는데, 있는 힘껏 팔을 돌린다. 호흡하듯이 그렇게 숨을 마시고 들어가면 되는데, 더 많이 숨을 마시기 위해 목을 들어 올리다 역시 또 가라앉는다. 일상적으로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차근히 하며 살아가면 되는데, 너무 많은 기대와 욕심, 걱정, 생각들로 가라앉고, 또 힘주어 올라가고, 가라앉듯 살지 않나 반성하게 된다. 수영을 통해 힘빼고 자연스레, 인생을 사는 법에 대해 생각한다. 그게 더 앞으로 더 잘 나가기 위한 방법이기도 하니까.
수영은 체력적으로도 매우 좋은 운동이지만 정신 건강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운동인 것 같다. 일상적으로 내 생각에 빈 공간이 없이 자잘한 고민, 해결해야 할 문제들로 가득 차 있지만 수영하면서 다른 생각을 하기란 매우 힘들다. 걷기와는 달리 내 몸이 물과 만나 만들어 내는 물결에 집중해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일상적 고민에서 벗어나, 언젠가 있을 지중해의 눈부신 햇살을 받으며 푸른 바다에서 수영하리라,는 상상을 하며 레슨에 임하다 보면 부정적인 감정들은 물속에 녹아내리고 나의 마음도 맑게 개인다.
이렇게 산후우울증과 6년간의 세번의 임신과 출산으로 인한 호르몬 교란, 생리전 증후근으로 약을 2년간 복용하던 나는 수영으로 수면유도제없이 잠을 자고 세로토닌을 투약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내며 스스로 완치를 선언한다. 아... 정말로, 소로야의 그림의 아이들처럼 발렌시아 해변에서 저렇게 까르륵거리며 뛰어다니며 유유히, 수영장의 소독물이 아닌 깨끗한 바다에 발을 담글 수 있다면 우울의 대미를 장식할 수 있을텐데 말이다. 언제인지는 모를 미래의 발렌시아에서의 그날을 더 잘 즐기기위해 오늘도 오늘의 수영을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