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Epiphany

#27. 목욕재계

by Da Hee

작년 7월, 나는 다시 원래 살던 나라로 돌아왔다.


더운 나라에서 3년을 보내고 돌아온 탓에, 사람들 말로는 유난히 춥다던 이곳의 겨울마저 내게는 오히려 신선하게 느껴졌다.


이제는 6월을 향해 가는 늦가을. 비가 잦아지고 아침저녁으로는 제법 쌀쌀해졌다. 요즘은 하루를 마무리하며 전기장판을 켜고 잠자리를 준비하는 새로운 일상이 생겼다.


작년 겨울에는 전기장판이 어디에 있는지 몰라서, 매일 밤 욕조에 몸을 담그고, 고무 물주머니를 배 위에 얹은 채 잠이 들곤 했다. 꽤 번거로웠지만, 남편과 나는 매일 밤마다 “마치 글램핑에 온 것 같다”며 웃었고, 우리의 새 출발이 조금씩 더 나아지기를 기대했다.







올겨울에는 전기장판을 다시 찾은 덕분에, 매번 욕조 물을 받지 않아도 될 만큼 생활이 훨씬 편해졌다.


하지만 이틀 전부터 우리는 다시 밤마다 반신욕을 하기 시작했다. 자기 전 목욕은 잠을 더 빨리 들게 해주고 깊은 숙면을 가능하게 한다는 사실을 작년에 몸소 깨달았기 때문이다.


여전히 욕조물을 받는 것도 목욕 후 욕조를 청소하는 일도 번거롭긴 하다. 그래서 그냥 전기장판만 켜고 말까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하지만 그 수고를 넘어서면 찾아오는 잔잔한 행복감 때문에 마음을 다잡게 된다.







일요일이었던 어젯밤, 남편과 나는 함께 반신욕을 했다. 목욕 후엔 침대 시트를 새로 갈고, 머리를 말리고, 새 잠옷으로 갈아입었다. 고단한 일상 속에서도 포근한 행복이 스며들었다. 그리고 새벽 3시 30분, 놀랍도록 맑은 정신으로 눈이 떠졌다.


보통 월요일 새벽에 눈이 떠지면 한숨부터 나오기 마련이지만, 오늘만큼은 혼자 누리는 이 고요함이 무척 좋았다. 그동안의 생각들을 차분히 정리하고 마음가짐을 새롭게 했다. 월요일 아침 해가 뜨면, 집 안의 묵은 때를 깨끗이 씻어낼 생각에 마음이 벅차올랐다.


나는 이런 나만의 루틴 속에서 행복을 느낀다.
어린 시절, 일요일 저녁이면 엄마의 진두지휘 아래 온 가족이 각자 목욕을 해야 했던 그 기억처럼, 마흔이 된 지금의 나는 그렇게 목욕으로 새로운 한 주, 새로운 날을 준비한다.


나만의 건강한 루틴이 나를 단단하게 세운다.
참 감사하고 즐거운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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