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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현 Apr 30. 2020

우리 세상 속 '일곱 빛깔 무지개'

2020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문학동네

너는 아무것도 모를 거야.



문학동네 북클럽 3기에 가입하고 언제 책이 도착할지 매일 기다렸다. 나는 편독이 심해 주로 세계문학이나 3대 수상작(노벨문학상, 콩쿠르상, 부커상) 작품들을 읽었던 터라 한국소설에는 큰 관심이 없었다. 그러다 2016년 4월, 잊을 수 없는 사건이 일어난 후 어떤 작가가 쓴 칼럼을 읽고 나서 생각이 바뀌었다. 그건 이 사회를 함께 살아간 작가만이 쓸 수 있는 글이었다. 지금 현실을 같이 겪어낸 작가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였다. 우리나라 사회의 전반적인 부분을 반영하는 소설, 그러니 그건 소설이 아니라 우리네 삶이었다. 생각의 전환으로 한국 문학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부터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을 읽기 시작했다. 북클럽 신청 일주일 만에 도착한 올해의 책 또한 단숨에 읽혔다.


총 7편의 단편 소설, 각각 40~50쪽의 분량이지만 하나같이 내용은 묵직했다. 누군가는 읽는 내내 통쾌해 할 수도 있고, 다른 이는 불편해 할 수도 있는 소재들, 무심코 지나쳤을 법한 이야기들의 울림들이 남달랐다. 20~30대의 젊은 작가들이 세계를 바라보는 시선에 놀랐고, 그들의 필력에 감탄했다. 소설을 소설로 받아들이지 못한다고 누군가는 이야기한다. 하지만 현실에는 더 말도 안 되는 일들이 수시로 일어나고 있다. 소설 속 주인공들처럼 깊이 생각하고 살아가지 않는다면 주체적으로 삶을 살아갈 수 없을 것이다. 이해할 수 없지만 지켜야 하는 수많은 규범들과 뒤엉켜 버린 관계 속에서 '나'도 '너'도 없는 삶,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틀에 갇힌 채 살아가는 삶.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그러나 오늘도 나는,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엄마에게는 온갖 짜증을 부리면서도 어머님께는 한없이 예의 바른 맏며느리로 살아가고 있다. 늘 그런 생활을 반복하며 살아 무뎌져 버린 나를 발견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오늘보다 좀 더 괜찮은 날들이, 관계들이 생겼으면 하는 이기적인 마음으로 오늘을 산다. 하지만 나아지길, 달라지길 원한다면 이전과는 다른 선택을 해야 한다. 그러려면 내가 사는 세상에 불편한 진실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그 '불편함'은 익숙하지 않은 무언가라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실체를 있는 그대로, 더 세심하게 바라볼 줄 아는 마음과 눈이 생겨 과거에서 벗어나 오늘을, 현재를 살아가야 한다. 이 세상은 한 가지 색만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니 모두 다른, 서로의 다양한 색채들이 함께 반짝일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문장 기록


P 75

그녀는 어떤 사안에 대한 자기 입장이 없다는 건, 그것이 자기 일이 아니라고 고백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P 79

사람들이 어떤 말을 하느냐에 휘둘리느라 자기 목소리를 잃어서는 안 된다고 그녀는 내게 넌지시 말했다.


P 100

어떤 사실은 종종 삶을 매우 슬프게 만든다. 나를 억압하는 인식들은 어떤 구조 속에서 사실로 굳어졌을까. 그것이 삶을 망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얼마만큼 부정하고 또 인정해야 할까.


P 126

나는 내 생각이 아닌 타인의 조언으로 그런 행동을 한다는 데에도 거부감이 들었지만, 어째서 내가 나다워야 하며 어째서 내가 예외적이고 창의적이어야 하는지 의문도 들었다.


P 161

원래 삶이란 '나'만의 단독 작업이 아니라 그들과 필연히 연루되어야만 가능한 공동의 것이므로.


P 191

"옳다고 여기는 거랑 말해져야 하는 게 늘 같은 수는 없더라고."


P 205

행복은 사람이나 대상에 깃든 속성이 아니다. 행복은 확실히 행복을 줄 것으로 인식되는 대상에게로 우리를 끌어당기는 힘이다.


P 232

어떤 진실은 슬프지만 그냥 받아들여야 한다.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P 354

한 개인을 세계에서 지워버리는 무신경함이 곧 우주의 무한함을 감각하지 못하는 무지함과 다르지 않다는 사실은 우리를 기이한 전율에 잠기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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