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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엘 Mar 20. 2024

하는 사람이 되어 봅니다.

아무것도 안하는 게 아니다. 생각만 해도 늘 설레던 그 일을 하는 것이다

첫째 날은 처음 가보는 도서관으로 가봅니다. 첫 회사 첫 출근을 하는 기분 같다고 생각하며 살짝 설렙니다. 퇴사 후 도서관을 가며 출근하는 기분이라니 20년 회사원의 피가 아직 온몸에 있구나... 생각해 봅니다.


서초구립방배숲환경도서관 https://forest.seocholib.or.kr/ 

집에서 가깝지만, 2023년 6월 처음 개관해  아직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곳으로 가봅니다. 퇴사 후, 한 달 만에 9시에 아이들과 함께 집을 나서는 건 오랜만이지만, '나도 아침에 갈 곳이 있네'라는 생각에 다시 설렙니다. 매일 아침에 일어나 출근하는 일이 가장 힘든 일 중 하나였는데, 또 이렇게 아침에 다시 매일 갈 곳을 찾아 헤매고, 막상 갈 곳이 생기니 좋은 기분이 드는 나의 마음을 잘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불안이 마음속에 있나 봅니다. 퇴사 후, 자유롭고 홀가분할 것만 같았습니다. 하지만 정해진 것 없이 소속 없는 일주일. 그 기간 동안 온몸으로 느껴지는 불안이 결국 도서관으로 나를 이끌었고. 또 이렇게 설렘을 낳았습니다. 아이러니합니다.


방배숲환경도서관은 정말 숲 속에 있습니다. 언덕을 한참 올라 동산 아래 마치, 동굴 속에 있는 것과 같이 안쪽에 조용히 자리 잡고 있습니다. 둥지로서의 도서관, 그 첫날로는 이만한 곳이 없겠다고 생각합니다. 큐레이션도, 베스트셀러의 코너도 없는 곳이라, 더 마음에 듭니다. 늘 대형서점과 독립서점의 베스트셀러, 큐레이션에 의해 도서를 선택했는데, 가지런히 정리된 번호와 카테고리에 맞춰 정리된 책들 앞에 머릿속이 마음이 하얗게 비워집니다.


첫날, 읽고 싶은 리스트나. 저장된 도서 리스트는 없습니다.

책 사이를 책장 사이를 000부터 시작해, 800 900으로 옮겨가는 책의 카테고리 사이를 아무 생각 없이 걷습니다. 그러다가 '눈에 띄는 책을 가져가자. 아무렴 어때'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철학과 심리학을 지나, 한국문학과 세계문학 책장 앞에서 잠시 멈춥니다. 눈에 익은 제목과 작가들이 지나가고 에세이 코너로 사뿐 옮겨 갑니다. 의식이 이끄는 대로, 오늘은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책과 작가를 골라보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그렇게 천천히 책장 사이사이를 배회하며 지나가던, 나에게 문득 보이는 책들 4권 손에 들어봅니다. 참 신기합니다. 모두 자기 계발서이자 기획서입니다. 아마도 책 제목이 끄는 힘에 저도 모르게 선택했고, 그 책 4권은 모두 괜찮다고, 이기적으로 살라고 말하는 책들이었습니다. 하루동안 읽은 책 2권에서 쏟아져 나온 정보, 나에 대한 생각, 결심은 혹시나 필요할지 몰라. 생각하며 가져간 수첩의 15페이지를 훌쩍 넘기며 정리되었습니다. 무의식으로 선택한 책에서 나를 돌아보고, 퇴사 후 불안한 나의 마음을 다독여 줍니다. 도서관에서의 하루가 마치 일 년 같습니다. 회사 다니면서는 단 1분도 생각하지 않았던, 나. 질문하지 않았던 나에게 오늘 하루, 나에 대한 관심, 나에 대한 생각을 하루종일 했습니다. 머릿속에 온통 나만 생각하는, '내가 무얼 하고 싶어 하지, 앞으로 어떤 것을 할까'. 그리고 '나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나?'라는 질문들이 마음속에서 쏟아져 나와 머릿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경험을 했습니다.


'하는 사람'이 되어보자.

오늘 저는, 흘러가는 대로 선택한 2권의 책을 읽으며 마음을 다잡아봅니다. 불안한 마음을 다시 한번 잡아봅니다. 일단 생각만 하지 말고, 계획만 세우지 말고, 망상만 하지 말고, 무엇이든 해보자.


오늘 하루 당신은 당신의 인생을 어디에 바쳤습니까?


#이제 시작해도 괜찮아 / 정회일 지음 / 차이정원

저자도, 제목도 출판사도 모르지만, 나에게 해주는 말과 같아서. 일단 읽기 시작했습니다. 불안이 이끈 나의 첫 번째 책입니다. 결심을 하게 됩니다. 정회일 작가는 본인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성찰을 책 한 권에 응축해서 담아냈습니다. 번아웃이 온 나에게,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나에게, 생각만 한 나에게, 마치 옆에서 선배가 이야기해 준 것만 같이 핵심을 절절한 본인의 경험을 이야기해 줍니다. 팩폭이지만, 하나도 버릴 수 없는 흘려들을 수 없는 인생의 경험과 노하우가 그대로 책 한 권 안에 꽉 차게 전달됩니다. 그래서. 저는 ‘하는 사람’ 이 되자.라고 결심을 하였습니다. 책 한 권을 읽었는데 말이죠!   

Success is the achievement of something that you have been trying to do.   
성공은 당신이 해내려고 시도하던 것을 이루어낸 결과다.     
의문은 우리를 멈추게 하고 질문은 우리를 나아가게 합니다. 자신만의 질문을 찾고 문제를 풀어내면서 우리는 성장합니다.   
나는 오늘 어떻게 해야 할까? 생각해 보고 적으세요. 꾸준히 다짐하고 다짐의 연료가 될 장작거리를 찾고, 글로 적으며 내 눈으로 마음으로 확인하는 것입니다.   
일단 스스로 해보세요. 머리로만 고민하지 말고 직접 몸으로 부딪히고 실수하고 경험해 보세요.   
해보면 잘할 수 있는 것이 보이고, 잘할 수 있는 방법도 보인답니다.   


 고민을 멈추고 행동을 시작하라.  
나는 할 수 있는지 없는지를 절대 묻지 말라고 배웠다. 대신 ‘하고 있다’고 말하면 된다. 안전벨트를 매라. 가장 멋진 일들이 일어날 것이다._줄리아 카메론, 작가


# 오늘부터 딱 1년, 이기적으로 살기로 했다. / Someday is not a day in the week : 10 hacks to make the rest of your life / Sam Horn / 비즈니스 북스   


이 책은 앞으로의 1년을 휴식기간으로 정한 나의 마음이 책 제목으로 그대로 반영되어 있어서, 선택했습니다. 그래. 나도 이기적으로 살아보겠어. 어떻게 사는지 미리 읽어봐야지. 하지만, 이외로 이 책은, 이기적인게 아닌, 행복을 위한 방법을 알려주는 것만 같습니다. 나도 모르게 제목만 보고 선택한 책이지만, 이 책을 보고 갑자기 앞으로의 1년을 결심해 버렸습니다.  


책의 저자가 더 이상 자신의 꿈과 행복을 먼 훗날로 미루지 않겠다고 결심을 하며 온전한 나로 살기 위한 ‘물가에서 1년 살기’ 프로젝트를 시작합니다. 나도 모르게  두 번째로 책을 읽으며, 오늘부터 딱 1년, 도서관에서 살기를 결심했습니다. 작가가 말합니다. 새로운 비행기로 갈아타라고. 네. 도서관이라는 비행기로 갈아탔습니다.   

나는 일을 쉬는 것이 아니라 다른 종류의 일을 하려는 참이었다. 아무것도 안 하는 게 아니다. 생각만 해도 늘 설레던 그 일을 하는 것이다.   

"맞아요. 제가 그래요!" Hoorey!라고 외칩니다. 다른 종류의 일을 하려는 참입니다. 불안을 끌어안고 있는 나에게 일 년만 불안과 헤어지라고 그래도 괜찮다고 말해줍니다. 생각만 해도 늘 셀레던 도서관에서 하루종일 책 읽기 그 일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책을 읽으며 읽고 싶은 책의 리스트가 만들어졌습니다. 책에서 책을 읽으니 또 읽고 싶은 책들이 가득합니다. 도서관에서의 하루로 갑자기 하고 싶은 프로젝트가 생겼고, 매주 도서관에 와야 할 이유가 생겼고, 또 다른 도서관이 궁금해졌습니다. 신납니다. 쉬겠다고 나를 찾겠다고 퇴사를 했지만, 또 무언가에 열정이 생기는 제 모습을 보니, 뭔가 앞으로 굉장한 일이 생길 것만 같습니다.


바빠서, 힘들어서 미루던 일들. 생각만 하고, 머릿속으로 꿈만 꾸던 것들. 이제 적어보고, 하고 싶은 건 그냥 무엇이든 시작하는 ‘하는 사람’이 되어 보자는 결심이 생깁니다. 하나씩 직접 해보고 그리고 또 해보려고 합니다.  나 자신에게 물어보고, 고민하고, 우선 해보자는 마음가짐이 생깁니다. 해봅시다. 그리고 기대해 봅니다.


지금, 당장, 하는 사람이 되어 보아요. 천천히 무얼 하고 싶은지 생각하고, 그리고 당장 시작합니다.

작심삼일이 되면 어떤가요. 또 시작하면 되지. 스스로 마음먹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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