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다시 회사를 다닌다면...
퇴사 권유의 시대입니다. 그 시대에 저도 함께 했습니다. 이직 계획이나 아무런 계획 없이 휴식을 선언했습니다. 23년 경력에서 첫번째 휴식입니다. 퇴사 후 6개월 동안 도서관을 다니며 책을 읽고 브런치에 글을 쓰며 퇴사 후유증을 흘려보내고 있습니다. 하루를 온전히 사용하는 여유가 생기고, 나에게 하는 질문을 해보기도 합니다. 아직 정확하게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앞으로 어떻게 시간을 보내고 싶은지에 대한 분명한 답은 없습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며 생각을 가득 채우고, 과거를 돌아보는 시간을 보내며 '내가 다시 회사를 다닌다면' 이렇게 하면 좋겠다는 생각들이 머리 가득 맴돌고 있습니다.
퇴사 후 고민 상담이 늘었습니다. 주변에서 이직에 대한 고민을 물어보고, 매니저 역할에 대한 고충을 나눕니다. 회사 생활과 경력의 불안을 함께 이야기합니다. 한발 짝 뒤에 서서 자연스럽게 회사 밖에서 그 상황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이 생겼습니다. 제 3자의 시선과 마음을 담아 "전지적 퇴사자 시점"으로 "내가 다시 회사를 다닌다면" 다시 돌아가 다르게 하고 싶었던 회사생활. 그 마음 가짐에 대한 이야기를 정리해 봅니다.
나에게 매일 질문을 해보세요.
회사를 다니며 다른 사람에게 질문을 많이 했습니다. 회사가 힘들었을 땐, 사주를 보러 가서 돈을 내고 나에 대한 질문을 다른 사람에게 열심히도 물어보았습니다. 매거진의 별자리에게도 나의 하루를 의지했습니다. 저처럼,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본인에게 질문하지 않습니다. 다시 회사를 다닌다면 나에게 질문을 던져보는 시간을 가지겠습니다.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정확하게 알고 그리고 내가 하고자 하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지금 상황이 정말 어려운가?"라는 질문을 통해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런 질문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내 마음의 상태를 내가 파악하는 시간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루 10분이면 충분합니다. 출퇴근 시간에 SNS로 시간을 보내기보다, 나에게 질문하고 그 답을 찾으며 시간을 보냈다면 나의 마음 근육이 더 단단해질 수 있습니다.
나만의 시간을 가지고 나에게 오롯이 집중하면 좋겠습니다.
내적 기쁨을 주는 능동적 여가활동인 오티움을 통해 스스로 위로받으며 회사 생활을 하는 것도 좋습니다. 내가 열정을 다해서 하고 싶어서 하는 활동으로 '나'를 채우고 나에게 집중하고 오티움을 통해 나에게 행복을 주는 활동들을 하며 관계에서 찾는 행복이 아닌 나에게 찾는 행복으로 가득했으면 좋겠습니다. 명상, 요가, 취미 활동 어떤 것도 좋습니다. 회사가 전부가 아닌, 나를 위한 시간들이 긍정적인 에너지를 가득 차게 만들어준다고 믿습니다. 그럼 회사생활도 조금은 긍정적이게 하지 않을까요?
사이드 허슬(Side Hustle)을 추천하기도 합니다.
사이드 허슬은 직장을 다니면서 본업 이외에 재미있는 일을 하는 것을 말합니다. 구글임원으로 일했던 정김경숙 님은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미국의 한 통계에 따르면 직장인 둘 중 한 명 꼴인 45%가 사이드 허슬을 갖고 있고, 30%는 기본비용을 커버하는 수입도 올리고 있다."며 사이드 허슬의 장점에 대해 "타 산업계에 대한 관심과 이해도를 넓힐 수 있어 추후 경력개발이나 전환에 도움이 되고, 일하는 즐거움과 잠재력 개발 할 수 있다."라고 말합니다. 본업 외 다른 일을 하며 생기는 열정이 본업으로도 전이된다고 말합니다. 프리랜서를 위한 다양한 플랫폼이 있는 요즘, 본업의 육체적 허용이 가능한 선에서 활용하는 사이드 허슬은 나의 다양한 관심사와 열정을 추구하며 즐거움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관계에 대해 평온함을 찾으면 좋겠습니다.
회사 생활에서 사람과의 관계를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 관계를 잘 유지하기는 어렵습니다. 애정을 담는다면 오히려 상처받기 쉽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좋은 관계로 일을 하면 좋습니다. 그렇지 않더라도 그 관계에 집착하거나 신경 쓰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오히려 힘든 관계를 좋게 만들려는 노력이 실패한다면, 그 노력을 나를 위해 나에게 집중하는 노력으로 바꾸면 좋겠습니다. 어느 정도의 거리는 분명 필요합니다. 관계에서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감정적으로 소진되지 않아 건강한 직장생활을 유지하면 좋겠습니다.
알고 있는 것과 하고 있는 것의 차이를 알고 있나요?
퇴근 후의 시간은 온몸의 에너지가 빠져나가 맥주 한잔 하며 소파에서 스트레스 해소를 하거나, 멍을 때리며 잠시 쉬기 위해 핸드폰으로 빠져듭니다. SNS도 보고 쇼츠도 보고 유튜브도 봅니다. 그러면서 눈으로 영어공부도 하고, 전략적 마케팅의 요약도 듣고, 트렌드도 파악하고, 짧은 영상 콘텐츠를 통해 다량의 정보를 흡수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건 알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고 있는 건 아니지요. "다시 회사를 다닌다면", 매일 꾸준히 원하는 것을 하겠습니다. 영어공부 30분도 좋고, 책 읽기 30분도 좋고, 글쓰기 30분도 좋습니다. 핸드폰으로 봐서 지인에게 들어서 아는 정보가 아닌, 나의 내공을 쌓는 그런 정보를 내가 직접 "하면서" 쌓아가고 싶습니다. 스스로 깊이 이해하고 직접 하는 체험을 통해 아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면 좋겠습니다.
그래도 퇴사를 했다면, 실패나 포기의 감정에 빠지지 마세요.
저는 퇴사 후 첫 3개월은 부정적인 감정이 가득했습니다. '조금 더 참았다면 조금 더 노력했다면 이렇게 내가 포기하지 않았을까? ' 혹은 '그래도 난 일을 잘하는 사람이었는데, 커리어에서 나는 실패 한 것 같아."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꾸준히 지속적으로 끈기 있게 끝까지 커리어를 가져가지 못하고 중간에 그만두고 휴식을 선언했다는 마음이 죄책감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줄리아 켈러의 책 <<퀴팅 (Quitting)>>에서는 퀴팅 즉 그만두는 것은 패배가 아니라, 더 나은 미래를 위한 한 걸음이라고 강조합니다. 줄리아 켈러는 직장이나 상황을 떠나는 결정을 어떻게 내리는지, 그 결정이 우리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고민하고 조사하고 탐구해 책으로 정리했습니다. 그리고 "퀴팅은 사랑이다."라고 외칩니다. 성공하는 데 중요한 요소이자 꾸준히 계속하는 힘과 인내의 의미인 '그릿(Grit)'이 강조되는 문화에서 '그만두는 것'은 성공하지 못한 것이라는 고정관념이 너무 자리 잡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퀴팅'은 "또 다른 삶을 선택하는 최고의 전략이다."라고 강조합니다. "더 즐거울 만한 무언가를 시도할 에너지와 시간을 벌기 위해 그만두자."며 "퀴팅은 행동이자 의사결정이고, 동기부여이자 계획이며, 선택이자 염원이다. 우울, 불안, 회복과도 이어진다. 그리고 우리가 시작하고 멈추고 다시 시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라고 설명합니다.
그러니, 퇴사를 했다면 새로운 시작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바라보고, 우리의 삶을 다르게 만들어가는 데 에너지를 집중하면 좋겠습니다. 나의 선택이 더 나은 기회를 제공하는 용기 있는 선택이었음을 스스로 믿어봅시다.
치열하게 회사를 다니고 있는 분들과 퇴사 후 고민이 많은 분들 그리고 또 언젠가 회사를 다니게 될 분들 모두를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