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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빠나무 Mar 25. 2020

바이러스는 손 씻기,
불안은 마음 씻기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서, 마스크보다 손 씻기가 중요하다는 것은 재미있는 사실이다. 손은 많은 일을 하다 보니 많은 것을 만지게 된다. 바이러스에 노출될 위험이 높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몸에서 손보다 많은 일을 하는 장기가 있다. 마음이다. 마음이 장기라니 이상하다고 느껴질 것이다. 어떤 학술지에서도 마음을 장기라고 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마음을 이해하기 편하다. 사실 간도 우리 몸에서 많은 일을 하는 장기이지만, 해부하지 않는 이상 우리 눈에 안 보이는 것은 마음이나 간이나 마찬가지 아닌가?


 마음이라는 장기가 주로 하는 일은 감정을 느끼고, 조절하는 것이다. 그 외에도 다양한 일을 하지만, 부가적인 일이다. 핵심은 감정이다. 인간은 어떤 일을 겪으면 감정을 느끼고, 그 감정을 통해 판단을 해서 반응한다. 엄마가 심부름을 시킬 때 내 감정이 좋은 상태이면 즐겁게 심부름을 가지만, 반대로 친구랑 싸우고 힘든 상태이면 엄마가 가라면서 화를 내지 않았는가. 우리는 감정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이 감정을 조절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엄마에게 괜히 짜증내고 등짝을 얻어맞은 적이 누구나 있을 것이다. 짜증이라는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고 잘못된 반응을 했기에 나쁜 결과를 맞이한 것이다. 이 조절 능력이 뛰어날수록, 보다 효율적이고 성공한 삶을 살 가능성이 높다. 


 감정을 조절하기 위해 마음은 늘 부단한 노력을 한다. 그래서 손처럼 많은 일을 하는 마음도, 쉽게 바이러스가 묻는다. 마음에는 늘 수많은 바이러스가 묻지만, 오늘 이야기하고 싶은 바이러스는 불안이라는 이름을 가진 녀석이다. 불안은 마치 코로나 바이러스처럼 쉽게 퍼지고, 별 것 아닌 것 같으면서도, 주로 약해진 사람을 힘들게 하지만, 가끔은 강해 보이는 건강한 사람도 죽일 정도로 독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음은 늘 불안을 씻어내고 싶어 한다. 


 그렇지만 손 씻기에도 우리의 정성이 필요하듯이, 우리가 정성 들여서 씻어줘야지 마음에 묻어있는 불안을 떼어낼 수 있게 된다. 불안을 씻어내는 것에는 다양한 방법이 있겠지만, 그중에서 아주 독특한 방법이 있다. 그건 바로 지금 내가 느끼고 있는 불안이 뭔지 확실하게 알아차리는 것이다. 불안은 독특하게도 우리가 그쪽을 쳐다보지 않으면 점점 커지지만 우리가 관심을 가지고 쳐다보면, 그것만으로도 줄어들게 된다. 아주 자세하게 들여다보면, 그것만으로 사라진다! 손 씻기는 6단계나 있는데 불안은 하나만 해도 대부분 줄어든다니. 아주 편한 일이다. 


 이제 할 일은 종이 하나와 펜 하나를 준비하는 것이다. 그리고 자기가 느끼고 있는 불안이 뭔지 적어보는 것이다. 방법은 아무래도 좋다. 벤다이어그램을 그려도 좋고, 마인드맵을 제작해봐도 된다. 능력만 된다면 소설을 써도 된다. 다만 시는 안된다. 왜냐면 자세해야 하기 때문이다. 자세하면 자세할수록 좋다. 자세하지 않으면 아무 효과가 없다. 손 씻기도 구석구석 씻듯이, 마음도 구석구석 써야 한다. 하나만 더 하자면, 그렇게 자세하게 쓰다 보면 왠지 부끄럽거나 이런 것도 써야 하나 싶은 내용이 나올 수 있다. 그때 그걸 꼭 써야 한다. 그게 불안의 가장 깊은 부분일 수 있다. 손 씻을 때 손톱 밑은 허구한 날 까먹는데, 제일 더럽다. 이것만 하면 아주 쉽다. 


 글쓴이가 오늘 겪은 불안에 대해 쓰기와, 그 쓴 것을 보면서 씻어내진 불안을 예로 들면서 글을 마친다. 




 2020년 03월 25일 불안했던 내용 : 오늘은 교수님이 시킨 보고서를 마무리해야 했다. 한 번도 안 해본 일인데 하려니까 부담스럽다. 오늘이 마감날이다. 대부분 일을 해 놨지만, 늦으면 보고서가 안 올라가고, 정부 과제를 못 따게 되고, 교수님이 나를 혼낼 것이다. 빨리빨리 해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내 맘대로 되는 것이 없다. 담당자에게 전화를 해도 안 받는다. 마감이 5시인데, 벌써 3시다. 담당자가 승인을 해줘야 하는데 안 해준다.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소독 작업에 잠시 차출되었단다. 불안하다. 안 돌아오면 어떻게 하지. 불안하니까 화가 난다. 


 쓰면서 드는 생각 : 집에 와서 내가 느꼈던 불안에 대해 써보니 창피하다. 9시부터 연락해서 닦달을 했는데, 그 사람이 안 해주지 않을 텐데. 어차피 내가 할 수 있는 일도 없는데. 2시간이나 남았는데 왜 10초도 안 남은 것처럼 불안해했을까. 지금 돌아보니까 부끄럽다. 일도 다 해놨는데, 괜히 걱정만 하고. 한 번 해 봤으니까, 다음부터는 좀 더 여유 가지고 해 봐야겠다.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photos/c0iaMnlyX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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