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일이 밝았다. 1년차의 아침은 바쁘다. 환자들은 7시에 기상 체조를 한다. 이때 국민체조 비디오를 틀어주므로, 대부분 환자들은 이 7시를 기상시간으로 알고 있다. 그렇다면 의사들은? 7시면 모든 준비를 마치고, 가운을 단정하게 입고 일을 시작해야 한다. 그러려면 6시에는 일어나서 씻어야 한다. 병동에는 샤워장이 하나였고, 시간을 나누어 남녀가 번갈아가면서 사용한다. 열악한 환경이다. 그래서 나는 6시에 비몽사몽 일어나 어둠 속에서 수건 하나를 챙기고 샤워장으로 들어간다.
폐쇄병동의 샤워장은 독특하다. 시설이 좋은 곳은 물을 틀면 천장에서 물이 떨어진다더라. 해바라기 샤워기라고 하던데. 그렇지만 오래된 우리 병동은 그런 것은 없다. 그렇다고 샤워기가 있을 리 만무하다. 샤워장은 같이 씻으러 들어간 사람을 제외하고는, 당연히 아무도 볼 수 없다. 병동에 CCTV가 있지만, 병실과 샤워장, 화장실은 찍지 않는다. 그렇기에 이 3곳은 나쁘게 말하면, 자살 명소다. 그런데 아무도 볼 수 없는 샤워장에 목을 감을 수 있는 줄이 있으면 안 된다. 샤워기의 쇠줄은, 정말 유용한 자살수단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우리 병동 샤워장에는 분홍색, 초록색 등, 바가지만 여러 개 놓여있다. 바가지로 물을 받아 샤워를 한다. 열악하다는 말 밖엔.
샤워장의 이런 열악한 시설은, 자살을 막기 위한 병동의 고육지책이다. 처음에는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정말 죽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입원했을 때, 왜 이런 호들갑이 필요한지 알았다. 죽기로 마음먹은 사람에게는, 우리가 그런 용도로 쓰일 것이라고는 상상할 수도 없는 물건들이 자살도구가 되었다. 쇠숟가락, 커튼, 베개커버는 순식간에 훌륭한 자살도구로 변했다. 자신이 입고 있는 옷도 그에게는 죽기 위한 도우미로 보였다더라. 그 사람의 자살을 막기 위해 1년차는 24시간 그 사람의 주변을 맴돌아야 했다. 샤워장과 화장실에 그가 들어가면, 너무나도 불안했다. 1분마다 불러서 문제가 일어나지 않은지 확인해야 했다. 나는 샴푸가 죽기 위한 도구가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사람 피를 말린다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여실하게 알았다.
그분이 좋아져서 퇴원한 다음 날, 나는 편안한 마음으로 아침 6시에 샤워장에 들어가 바가지를 들었다. 폐쇄 병동이 자살 환자를 보호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가 이 조악한 샤워장에서 느껴졌다.
바가지의 불편함으로 생명을 지키는 그곳. 폐쇄 병동 샤워장. 샤워 완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