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5. 매일같이 행복할 수는 없겠지만

카스트로헤리츠 - 프로미스타

by 정한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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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저녁 시간을 보내고 맞은 카스트로헤리츠의 아침.

5유로에 빵과 시리얼 무한 제공이라는 말을 듣고 조식을 신청했다.

식빵과 시리얼을 한가득 먹고 커피와 코코아까지 포식을 하고 나왔다.

엄청난 거리를 걸은 다음날이었지만 시작할 때 컨디션은 놀랄 정도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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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트로헤리츠에서 나오는 길엔 꽤나 높은 언덕이 있었다.

이 언덕을 헥헥대며 오르다가 겉옷을 벗기 위해 산 중턱에 잠시 멈췄는데, 뒤에서 오던 Kim과 Candy를 만났다!


하도 오랜만에 만남이라 이 두 분에 대해 다시 설명을 하자면,

Kim은 까미노 첫날 생장의 피레네 산맥을 함께 넘은 나의 첫 까미노 인연이고,

Candy는 숙소에서 일기 쓰다가 만나 Kim과 함께 타파스 파티에 초대했던 인연이다.

나이대가 비슷한 두 분이 잘 맞을 거라는 내 예상 그대로, 둘은 친구가 되어 이른 아침에 함께 카스트로헤리츠의 성벽에 갔다가 까미노에 올랐다고 했다.

조식을 한 바가지 먹다가 늦게 출발했는데, 두 분이 캐슬에 다녀오신 덕에 만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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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덕의 끝에 올라선 함께 사진도 찍었다.

Han & Candy & Kim의 사진!

이 사진만 보면 그때의 인연들이 생각나 마음 한편이 뭉클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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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엔 우체통과, 그 안에 방명록을 위한 노트와 펜도 준비되어 있었다.

무엇을 느끼고 갈까 기대하고 온 곳. 걸음을 옮길 때마다 만나는 풍경과 사람에 이미 많은 것들을 배우고 갑니다. 이곳에서 알게 된 감사를 인생 사는 동안 계속해서 새길 수 있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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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죽음의 내리막이 펼쳐졌고 그 후엔 끝없는 평야의 연속이었다.

중간중간 몽골 여행 사진같이 뻥 뚫린 도로도 나오고, 구름이 예쁜 풍경들도 봤지만 다 거기서 거기라고 느껴졌다.

누적된 몸의 피로 때문인지 '마음의 길'의 문제인지.

마지막 6km는 울며 겨자 먹기로 걸었다.

터덜터덜 걷는 우리의 모습을 보고 JH님이 패잔병들 같다고 했다.


그렇게 어찌어찌 도착한 Frómista(프로미스타).

오기 전에 밥을 해 먹을 수 있는 알베르게를 예약하고 왔는데, 말했던 예약 시간보다 늦게 도착해서 예약이 취소된 상황이었다.

알베르게 예약이 취소될 수도 있다는 건 생각지도 못했던 상황이라 당황스러웠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곧바로 다른 알베르게를 찾았고 다행히 3명 자리를 찾아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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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찾은 알베르게는 주방은 없고 전자레인지만 있는 곳이었다.

슈퍼에서 전자레인지로만 해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사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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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트볼과 함께 준비성 철저한 JH & SY님이 가지고 다니는 전자레인지 용기에 물을 끓여 뽀글이까지 해 먹었다.

주방은 없었지만 어떻게든 먹을 방법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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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종일 물도 안 마시고 걸어 다녔기 때문에 큰 탄산수를 혼자 다 마실라고 샀다.

근데 알고 보니 투명한 색의 제로 칼로리 탄산음료였다.

이걸 한 개씩 샀고 결국 물은 못 마신 채 하루가 마무리 됐다.

일이 꼬이려면 이렇게 끝까지 잘도 꼬이는구나 해서 웃음만 나왔다.

그건 그렇고 이 사진을 지금 보니 손이 이렇게까지 탔구나 해서 놀라울 지경이다.


예약했던 숙소가 갑자기 사라질 수도 있겠구나 하는 위기감이 오늘에서야 들었고 이 교훈을 계기로 León(레온)까지 가능한 모든 숙소를 전부 예약해 버렸다.

매일이 행복할 수는 없다지만 전날의 행복에 비해 너무나 지치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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