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무릎에서 배운 그 마법 같은 실
그저 손가락 사이 간지러운 놀이인 줄만 알았네
꼬물꼬물 거미줄 만들고, 젓가락 만들며
티 없이 깔깔대던 유년의 날들
이제 내 아이 작은 손에 그 실을 건네주며,
문득 심장 언저리가 뜨거워진다.
엉켜버린 실타래가 어쩌면 이리도
우리네 버거운 삶과 닮았을까
사람과 사람 사이 끝없이 얽힌 매듭들,
어릴 적 ‘함정’이라 불리던 그 숨 막히는 꼬임들을
포기 않고 눈물겹게 들여다보면
기적처럼 한 가닥씩 풀리던 이치
새로운 그림으로 풀려나듯,
또 다른 삶의 문제와 마주하네
삶의 깊은 위기에 봉착할 때서야
비로소 깨닫는 것,
이것이 바로 내 삶을 엮어온 실뜨기 놀이였구나
때로는 도저히 풀 수 없어,
결국 가위로 잘라내야 할 때도 있음을
그 아린 단절을 겪고서야
얻는 삶의 냉정하되 빛나는 지혜
할머니에게서 나에게로,
나에게서 아이에게로
결코 끊어지지 않는 운명의 실처럼
삶은 계속 이어지고 흘러가네
엉키고 풀리며,
때로는 잘려나가며,
그럼에도 새로운 무늬를 만들어 가는
눈부시도록 고단한 인생의 실뜨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