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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심지

by 최은녕 라온나비

붉은 심지



여름 뜨락에 피어난

겸손한 듯 고운 얼굴 무궁화

그 이름처럼 끝없이 피어나는 꽃


붉거나 희거나 연보라

가슴팍 붉은 심지 박고

매일 아침, 새롭게 터지는

순결한 희망 한 송이


태풍 지나고 폭우 쏟아져도

여린 듯 굳건한 가지마다

어김없이 다시 꽃대 올려

묵묵히 피어나네


어제 진 꽃

아침 이슬 머금고

후드득, 통째로 내려앉아도

그 자리에 새로 돋는 생명

밤낮없이 이어지는 약속


어떤 바람에도 꺾이지 않고

어떤 아픔에도 스러지지 않는

땅 깊이 박힌 뿌리처럼

천 년을 버텨온 그 마음


고요한 인내로 하루를 살고

새로운 내일 또다시 열어주는

영원히 지지 않는

붉은 심장의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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