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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밤의 꿈 - 능소화(凌霄花)

by 최은녕 라온나비

하룻밤의 꿈 - 능소화 (凌霄花)


붉은 독(毒) 품고 피어나

하늘 향해 뻗어 오르는 꽃,

기억은 덧없이 부서지고

이름만 남은 전설이여

왕의 그림자 쫓던 여인은

돌이킬 수 없는 꿈을 꾸었나


그 후 애끓는 마음으로 기다렸지

저 담장 밖 그대의 발소리를

붉디붉은 심장 움켜쥐고

밤새도록 눈 지새웠네

그러나 오지 않는 임아,

내 그리움만 독이 되어

꽃잎마다 스며들었네


한 송이 툭 떨어져 지고

다시 한 송이, 애달피 피어

끝없이 담장을 넘는 마음은

죽어서도 님을 보려는 간절함이겠지


매일 다시 피어나도

결코 채워지지 않는 빈자리,

내 사랑은 영원히 목마른 꽃이 되어

한여름, 저리도 뜨겁게 피고 지네


아무나 꺾지 마오,

함부로 만지지 마오.

오직 그대 향한 정절인 것을

높은 양반 뜰에 갇혀 피던 날들은

이제 덧없는 이야기,

여기저기 붉게 피어나

기다림 닮은 여름을 물들이네


독 품은 그리움 붉은 꽃은

시간을 넘어 흐르고 흘러

오늘, 그대의 창가에도 피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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