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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반꽃의 그림자 - 능소화 (凌霄花)

by 최은녕 라온나비

양반꽃의 그림자 - 능소화 (凌霄花)


명예로운 붉은 옷 갈아입고

하늘 향해 솟구친 꽃

한때는 어사화의 영광이요

높은 담장 안 양반집 뜰을 홀로 밝혔다

시들어도 시듦마져 당당히 툭,

떨어져 내리는 자태는

고고한 자존심처럼 빛났으니


허나 그 화려한 그림자 아래

잊힌 궁녀의 눈물 스며 있고

닿을 수 없는 사랑의 독이

붉은 꽃잎 깊숙이 배어 있었네

세상의 찬사 속에서도

돌아오지 않는 임 기다리다

애달피 진 혼의 흔적 아롱졌으니


이제 담장 넘어서 피어나

누구의 눈에나 닿는 꽃이 되었어도

그 고귀한 슬픔은 변치 않아

한여름을 붉은 울음으로 물들이네

명예로웠으나 외로웠던 삶,

아름답게 스러져 역설을 새기며

오늘도 묵묵히 지고 피는

그림자 품은 능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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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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