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세상의 흙과
내 안의 눈물을 섞어
조용히
항아리 하나를 빚는다
모서리 없는 마음으로
천천히
숨 쉬는 그릇을 만든다
흙은
손 안에서 울컥
모양을 잃고
다시 뭉쳐지다
물을 만나
스르르 가라앉는다
장인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미련 없이 부수고
새 흙을 덧대 다시 빚지만
나는
굳어버린 아픔의 조각들을
차마 버리지 못해
자꾸만 손 안에서
되뭉치고 있다
비우면 썩고
넘치면 금이 간다
그 사이 어딘가에서
나는 나를 담는
고요한 헤아림을
깊이 배워간다
금이 생긴 틈새로
햇살이 살며시 들고
어둠은
그림자를 남긴다
나는 그 자리에서
세월의 숨결을
들이쉬고 내쉰다
바깥보다
안쪽에서
더 깊은 울림을
오롯이
품는
내 안의 항아리
오늘도 나는
부서진 나를
담담히 끌어안고
다시 뭉쳐
그 속에서
나를 다져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