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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유혹

by 최은녕 라온나비

붉은 유혹


계양천, 물은 고요히

흘러가고

초록 풀들 사이

빨간 양귀비 꽃이

조용히 몸을 열었다


너는

유혹의 꽃,

그렇게 아름답고

또 그렇게 신비로운 꽃

내 눈에 담기까지

얼마나 많은 마음을

흔들어놓을지 모르겠네


너의 이름이 품은

두 얼굴의 역사

혹은 그 이름이 너의 아름다움을

가리려 했던 걸까?

내가 너를 바라보는 이 순간도

아름다움과 그늘이 함께

피어나고 있다


바람에 흔들리면

너는 다시 나를 부른다

너의 꽃잎 속에 숨겨진

슬픈 이야기들을

어찌 들을까,

내가 너를 너무 가까이 하면

그 이야기가 내게

스며들지 않을까,


양귀비야,

너의 유혹에

잠시 머물러본다

그저 바라보기만 하는데

왜 이렇게 마음이 떨리는지

어쩌면 그 떨림 속에

진정한 아름다움의 의미가

숨어 있는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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