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L 창작 시(詩) #16 by The Happy Letter
나무 빽빽한 숲길 걷다가
눈에 띄는 한 그루 나무
혼자 휑하다
그 많은 나뭇잎들은 대지(大地)의 거름이 되었을까
그 많은 나뭇가지들은 온기(溫氣) 주는 땔감이 되었을까
아니면 병약(病弱)해서 잘려 나간 걸까
한 그루 그 나무는 이제 벌거숭이 보다 못하다
열매를 주고 그늘을 주고 상쾌한 공기를 주고
팔다리 온몸을 다 바치며
아낌없이 다 주고만 한 그루 나무
그만 혼자 휑하다
이제껏 산책하며 숲 속 길만 보고
그 숲만 보며 걸어왔는데
아니다,
다 들여다보아야 한다
깊은 숲 속 나무 한 그루 한 그루
숲을 지켜온 인고(忍苦)의 시간
함께 감내(堪耐)해 온 그 세월 동안
정말 아낌없이 다 주고만 노목(老木),
스산한 초겨울 찬바람 속
이제 그만 혼자 외롭다
by The Happy Letter
*벌거숭이 4 : 잎이 다 떨어져 가지가 드러나 보이는 나무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Daum [어학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