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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Happy Letter Nov 27. 2023

산책 2

THL 창작 시(詩) #16 by The Happy Letter


산책 2



나무 빽빽한 숲길 걷다가

눈에 띄는 한 그루 나무

혼자 휑하다


그 많은 나뭇잎들은 대지(大地)의 거름이 되었을까

그 많은 나뭇가지들은 온기(溫氣) 주는 땔감이 되었을까

아니면 병약(病弱)해서 잘려 나간 걸까

한 그루 그 나무는 이제 벌거숭이 보다 못하다

열매를 주고 그늘을 주고 상쾌한 공기를 주고

팔다리 온몸을 다 바치며

아낌없이 다 주고만 한 그루 나무

그만 혼자 휑하다


이제껏 산책하며 숲 속 길만 보고

그 숲만 보며 걸어왔는데

아니다,

다 들여다보아야 한다

깊은 숲 속 나무 한 그루 한 그루


숲을 지켜온 인고(忍苦)의 시간

함께 감내(堪耐)해 온 그 세월 동안

정말 아낌없이 다 주고만 노목(老木),

스산한 초겨울 찬바람 속

이제 그만 혼자 외롭다



by The Happy Letter











*벌거숭이 4 : 잎이 다 떨어져 가지가 드러나 보이는 나무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Daum [어학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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